"아빠 조금만 더" 하늘에 닿은 염원…아내는 감격의 눈물 흘렸다
조금만 더 견뎌달라는 가족들의 애타던 염원이 하늘에 닿은걸까. 경북 봉화군 아연 채굴 광산에서 열흘째 고립됐던 광부 2명이 열흘만에 구조된 4일 밤, 작업 반장 박모(62)씨의 아내 이모(63)씨는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이씨는 "처음에는 남편이 무사히 돌아온 것이 실제 상황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며 "구조 연습을 하는 줄 알았다"고 구조 당시 심정을 전했다. 이어 "너무 감사해요. 구조대도 노력해주시고, 덕분에 노력해주셔서…"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사고 발생 후부터 광산 내 폐 수갱(제2 수직갱도) 컨테이너 대기실에서 낮과 밤을 지새운 그는 이날 오후 11시쯤 갑자기 119구급차가 이동하는 것을 목격했다고 한다. 이씨는 곧 구조 당국 관계자들과 어깨를 맞대고 두 발로 걸어 나오는 남편과 감격적인 상봉을 했다.
그는 "뭔가 이상해서 밖으로 나왔더니, 119구급차가 앞에서 움직였다"며 "남편이 누워서 나올 줄 알았는데 제2 수직갱도 케이블을 타고 내려가는 길옆으로 걸어서 구조대와 걸어서 나와서, 옆으로 걸어서 구급차를 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 한마디도 못 나눠봤다. 병원으로 따라가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오후 11시 3분 선산부(조장) 박씨(62)와 후산부(보조작업자) 박씨(56)가 사고가 난지 9일만에 구조가 완료됐다. 지하 190m의 어둡고 추운 공간에 갇힌 지 만 9일, 시간으로 221시간 만이다. 구조된 두 광부 모두 건강 상태는 양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전엔 매몰자의 아들이 아버지의 극적인 생환을 기원하며 쓴 편지가 소방구조대로 전달되면서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아들은 "아버지, 힘들겠지만 힘내시고 밖에서도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조금만 더 견뎌주세요"라며 편지 마지막에 "아버지 사랑합니다. 꼭 살아서 돌아오세요"라고 염원했다.
이 덕분인지 이날 밤 극적으로 생환한 두 광부는 간단한 건강 상태 점검 뒤, 담요를 덮고 안동병원으로 이송됐다. 낮 동안 암석 덩어리 약 30m 남은 것으로 추정됐던 폐갱도 내 폐쇄 지점(평면도 상 상단 갱도)의 남은 20여m가 펄(토사) 상태였다.
보조 작업자 박씨의 조카는 "모닥불을 피워놓고 비닐로 텐트를 쳐놓고 있었다고 한다"며 "구급차를 운전 중인 소방대원 말씀으로는 남은 구출 진입로 20여m가 모두 펄로 돼 있어서 구조 시간을 당겼다고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순간 너무 놀래서 믿어지지도 않고 구조까지 더 걸릴 거라 생각했다"며 "오늘 밤에 너무 기적적으로 구출될 줄은 몰랐다. 삼촌이 너무 보고 싶다. 대화도 나누고 싶다. 건강 상태가 괜찮아서 너무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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