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마주한 세월호 아빠 "저는 나쁜 놈"

소중한 2022. 11. 5.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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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팟 인터뷰] 고 문지성양 아버지 문종택씨 "국가의 책임회피, 또 혐오발언 쏟아져"

[소중한 기자]

 지난 2014년 12월 30일 세월호 참사로 숨진 고 문지성양의 아버지 문종택씨가 사고 현장인 맹골수도 인근을 찾은 모습이다.
ⓒ 남소연
 
"저는 아주 나쁜 놈입니다."

이태원 압사 참사 이틀 후, 세월호 참사로 딸을 잃은 문종택씨가 페이스북에 남긴 글이다. 문씨는 4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너무 아프다" "정말 미치겠다"는 말을 반복하며 울먹였다. 그는 "다들 '그만 좀 하라'고 했어도 저희가 8년 동안 제대로 고쳐놨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라며 스스로를 "나쁜 놈"이라고 말한 이유를 설명했다.

문씨는 "세월호 참사와 이태원 참사는 기가 막히게 닮아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저는 '제주도에 놀러가다 죽은 아이'의 아비에다가 '세금도둑'인 아주 나쁜 놈이 돼 있었다. 그때도 정부는 잘못이 없다고 했다"라며 "(이태원 참사 후에도) 책임져야 할 정부·경찰·지자체는 '주최자가 없다'고 했다. 죽은 사람은 있는데 책임질 사람은 없다고 하면 앞으로 전개될 일은 뻔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태원 참사 전에도 수많은 예고가 있었다. 가깝게는 빵공장에서 노동자가 죽지 않았나"라며 "결국 '세월호 그만' '세금도둑'이라고 하다가 여러 예고를 거쳐 이번 참사에까지 이르렀다. 이태원 참사 후 벌써 국가의 책임회피에 혐오 발언들이 쏟아지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문씨는 외신 기자회견 중 웃음과 농담으로 문제가 된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해서도 "세월호 참사 때 브리핑을 하며 밝게 웃던 민경욱 당시 청와대 대변인이 떠올랐다"라며 "머리로만 사회를 익히고 가슴으로 세상을 살아보지 않은 관료들의 한계"라고 꼬집었다.

더해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목소리를 꾸준히 내야 한다. 세월호 참사 후 대한민국은 그걸 제대로 하지 못했고 때문에 안전사회로 한 발짝 더 나아가는 데 실패했다"라며 "정상이라면 그 일을 정부가 해야 하는데 이번에도 또 유족들이 길거리로 나서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진 않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아래 문종택씨와의 인터뷰를 일문일답으로 요약·정리했다.
 
▲ 핼러윈 인명사고 긴급상황점검회의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열린 이태원 핼러윈 인명사고 긴급상황점검회의에서 보고 받고 있다.
ⓒ 대통령실 제공
  
"한덕수 보며 민경욱 떠올라"

- 페이스북에 '저는 아주 나쁜 놈입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세월호 참사 때도 그랬다. 저는 '제주도에 놀러가다 죽은 아이'의 아비에다가 '세금도둑'인 아주 나쁜 놈이 돼 있었다. 그때도 정부는 잘못이 없다고 했다. 죽은 사람은 있고 정부는 잘못이 없다고 하니 결국 딸을 수학여행 보낸 아비의 잘못이란 것 아니겠나. 이태원 참사 희생자와 유족 분들에게도 그런 말을 내뱉는 사람들이 있다. 희생자·유족 분들에게 정말 죄송하다. 다들 '그만 좀 하라'고 했어도 저희가 8년 동안 제대로 고쳐놨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너무 아프다. 아프다."

- 세월호 참사를 '수학여행 가다 발생한 교통사고'라고, 이태원 참사를 '놀러갔다 죽은 사람들'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처음 뉴스를 본 저의 첫마디가 바로 그거였다. '또 놀러갔다 죽었다는 말이 나오겠구나.' 두려웠다. 책임져야 할 정부·경찰·지자체는 '주최자가 없다'고 했다. 죽은 사람은 있는데 책임질 사람은 없다고 하면 앞으로 전개될 일은 뻔했다. 저희의 눈엔 그게 뻔히 보였다. 정말 미치겠더라."

- 정부가 책임을 회피하는 순간 희생자를 향한 공격이 더욱 강해지는 듯하다.

"세월호 참사와 이태원 참사는 기가 막히게 닮아 있다. 참사 전, 참사 중, 참사 후 국가의 모습이 너무도 닮았다. 예방과 대처에는 무능하면서 그걸 감추고 여론몰이를 하는 것엔 매우 유능했다.

이태원 참사 전에도 수많은 예고가 있었다. 가깝게는 빵공장에서 노동자가 죽지 않았나. 1명이 죽거나 304명(세월호 참사 희생자 수)이 죽거나 목숨의 소중함은 똑같다. 많이 죽었다고 큰 사고고 적게 죽었다고 작은 사고가 아니다. 결국 '세월호 그만', '세금도둑'이라고 하다가 여러 예고를 거쳐 이번 참사에까지 이르렀다. 이태원 참사 이후에도 그게 또 반복될까 걱정이다. 벌써 국가의 책임회피에 혐오 발언들이 쏟아지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31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 마련된 '이태원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에서 조문을 마치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이희훈
 
- 한덕수 국무총리가 외신 기자회견에서 웃음을 내보이고 농담을 했다가 비판을 받았다. 세월호 참사 직후에도 고위직들의 행태가 여러 차례 문제가 됐었다.

"세월호 참사 때 브리핑을 하며 밝게 웃던 민경욱 당시 청와대 대변인이 떠올랐다. 머리로만 사회를 익히고 가슴으로 세상을 살아보지 않은 관료들의 한계다. 한 총리 외신 기자회견을 보니 기자들이 질문다운 질문을 하더라. 그 질문들은 '좋은 질문'이 아니라 '정상적인 질문'이었다.

하지만 한국 언론만을 상대해왔던 한 총리는 그 질문들을 비정상이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기자의 질문을 역이용해 웃으며 농담을 던지는 모습에서 '당신 질문이 이상해'라는 마음을 느꼈다."

- 우린 이태원 참사를 어떻게 애도해야 하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목소리를 꾸준히 내야 한다. 제가 말하는 처벌은 단순히 누군가를 벌주자는 의미가 아니다.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가가 세금을 내는 국민을 위해 경각심을 갖고 일을 하도록 만드는 최소한의 과정이다.

세월호 참사 후 대한민국은 그걸 제대로 하지 못했고 때문에 안전사회로 한 발짝 더 나아가는 데 실패했다. 정상이라면 그 일을 정부가 해야 하는데 이번에도 또 유족들이 길거리로 나서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진 않을지 걱정이다."
 3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앞에 마련된 이태원 압사 참사 희생자 추모공간에서 내외국인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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