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거림의 공포...절반 이상은 증상도 없이 돌연사하는 이 병
11월 11일 하트리듬의 날
24시간 규칙적으로 뛰는 심장 박동은 심장 건강을 살펴볼 수 있는 건강 지표다. 심장에 문제가 생기면 심장 박동이 갑자기 빨라지거나 느려질 수 있다. 불규칙해지기도 한다. 이런 부정맥은 돌연사를 일으키는 직접적 원인의 90%를 차지한다. 대한부정맥학회가 11월 11일을 ‘하트 리듬의 날’로 지정해 심장의 건강한 리듬을 지키기 위한 캠페인을 펼치는 배경이다.
심장이 갑자기 멈춰 혈액이 순환하지 못해 사망하는 돌연사는 예측이 어렵다. 일상생활에서 순식간에 발생해 심장마비(이하 심정지)와 사망으로 빠르게 진행된다. 심장정지가 발생하기 한 두달 전부터 가슴 통증, 호흡곤란, 두근거림, 실신 같은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평소에 별다른 증상 없이 지내던 경우가 많다. 여의도성모병원 순환기내과 사영경 교수는 “돌연이라는 용어처럼 급성심장사의 절반 이상은 전조 증상 없이 돌연히 심근경색증 등이 생겨 심장이 멎는다”며 “관상동맥의 60~70%가 막힌 정도에서는 무증상이 꽤 있다. 드물긴 하나 세 줄기의 심장관상동맥 중 한두 줄기가 완전히 막혔는데 증상이 없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적절한 체중 관리, 금연·절주 필수
돌연사는 심장병이 숨어 있는 상황에서 과격한 운동과 정신적 스트레스, 갑작스러운 기온 변화가 뇌관이 된다. 사 교수는 “일부만 막혀 있던 혈관이어도 갑자기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 발생하면 심장이 견디지 못하고 수분 안에 돌연사로 이어질 수 있다”며 “애초에 고혈압·동맥경화증 등 심혈관 질환이 있었음에도 본인이 질환을 자각하지 못했거나 증상이 있었어도 의료진에게 심장 질환이란 걸 진단받지 않은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이 밖에 유전적으로 부정맥이 있거나, 심장 근육이 비대해 심장 펌프 기능이 떨어져 부정맥이 발생하면서 건강하던 젊은 사람에게 돌연사로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뇌출혈과 같은 급성 뇌혈관 질환도 원인이다.
예측이 어려운 돌연사를 막아보는 방법은 동맥경화를 초래하는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것에 있다. 만성질환과 심장병 등 돌연사 위험 요소를 가지고 있다면 적절한 체중 관리와 정기 검진, 금연·절주를 시행해야 한다. 또 가슴 통증이나 불규칙한 심장 박동, 이유 없는 실신을 경험했을 땐 바로 병원을 갈 것을 권한다. 사 교수는 “전조 증상이 나타났어도 병원 진료를 꺼리다 골든타임을 놓치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맥박 규칙적인지 수시로 점검을
특히 겨울엔 심장에 부담을 주는 급격한 기온 변화를 조심해야 한다. 예컨대 아침에 잠옷 바람으로 신문·택배를 가지러 나가는 행동이 심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 따뜻하게 자고 일어난 뒤 갑자기 차가운 공기에 노출되면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혈관이 강하게 수축한다. 사 교수는 “겨울에 사우나·열탕을 오래 이용하다 돌연사하는 사례도 여전히 많다. 고온에 오래 있는 것 자체가 심장 혈관에 큰 스트레스를 주므로 고령이거나 혈관·심장 건강이 좋지 않으면 이용을 자제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평소 자신의 맥박을 점검하며 경각심을 가지는 것도 도움이 된다.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숨이 찰 땐 맥박이 규칙적으로 뛰는지 재보고 기록을 해두는 것이 부정맥 진단에 도움이 된다. 맥박이 잘 느껴지는 부위는 경동맥(옆 목 부분의 동맥)이나 손목 부위의 요골동맥(엄지 아래 손목)이다. 사 교수는 “10초 정도만 재어봐도 맥박이 건너뛰는 듯 불규칙한지를 스스로 인지할 수 있다. 요즘은 스마트폰·워치 등 웨어러블 기기로 심전도 파형을 추적 관찰할 수 있으므로 이를 활용하는 것도 좋다”고 조언했다.
돌연사로 이어지는 심정지는 예측이 어렵기 때문에 주변 사람의 대처도 중요하다. 연간 3만여 명의 급성 심장정지 환자가 집·직장·길거리 등 병원 밖에서 발생한다. 심정지의 첫 목격자는 가족·동료·행인과 같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쓰러진 심정지 환자에게 심폐소생술을 하면 그렇지 않을 때보다 환자 생존율이 2~3배 높아진다. 목격자의 빠른 신고와 심폐소생술 시행, 119구급대의 응급조치와 의료기관의 치료가 적절히 이뤄지면 환자를 살릴 수 있다.
심장을 살리는 골든타임 4분 인공호흡·압박 〉 혈액순환 〉 뇌에 산소·에너지 공급 〉 뇌 손상 지연
심장이 뛰지 않아 호흡·맥박이 정지되면 4분 이후부터 뇌가 손상되기 시작한다. 이 시간 내에 심폐소생술을 하지 않으면 산소가 뇌로 가지 않아 치명적인 뇌 손상이 생긴다. 심정지 시 주변에 있는 사람이 적극적으로 심폐소생술을 하는 게 필요하다. 심정지 발생 1분 이내에 심폐소생술을 하면 생존율은 97%다. 하지만 1분이 지날 때마다 생존율이 7~25%씩 급격히 낮아진다. 뇌가 손상을 받는 4분이 지나면 생존율은 50% 미만으로 떨어진다.
■
「 1) 신호
- 가슴 중심이 뻐근하게 아프고 누르는 느낌
- 가슴 중앙부에서 어깨·목·팔로 전파되는 통증
- 심장이 매우 빨리 뛰거나 불규칙하게 뛰는 증상
- 머리가 빈 느낌, 식은땀·호흡곤란 동반한 어지럼증
- 지속하는 어지럼증으로 인한 실신
※ 단, 절반 이상은 별다른 증상 없음
2) 원인
부정맥으로 인한 심정지로 발생 90%
3) 과정
심장병의 합병증 또는 선천적 심장 질환→ 심장박동 이상(부정맥)→ 심박출 감소→ 실신, 혈압저하→ 심정지
4) 위험요소
- 관리 안 된 고혈압·당뇨·이상지질혈증
- 동맥경화증에 따른 협심증·심근경색증
- 돌연사 가족력
- 유전성 심장병
- 흡연·과음
- 갑작스러운 기온 변화
- 분노·과로 등 극심한 스트레스
5) 겨울철 생활수칙
- 두꺼운 옷 한 겹보다 얇은 옷 여러 벌 겹쳐 입기
- 귀마개·모자·목도리·마스크로 노출 부위 감싸기
- 고온의 사우나·열탕 오래 이용하지 않기
- 새벽·아침에 운동·산행 자제하기
- 아침에 잠옷 바람으로 신문·택배 가지로 나가지 않기
」
※ 감수: 사영경 여의도성모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자료: 대한심장학회·대한부정맥학회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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