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 원유, 역대급 인상…소비자 부담 10배

박승완 기자 2022. 11. 4.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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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 가격 '눈덩이 효과'

[한국경제TV 박승완 기자]
<앵커>

우리가 마시는 우유는 소에서 얻은 `원유(原乳)`를 통해 만들어지죠. 우유 제조기업들은 축산농가에서 `원유`를 사 오는데, 가격이 2013년 이후 최대폭으로 뛰었습니다. 우유는 물론 빵이나 유제품 등의 가격 인상이 물가 압박으로 이어지는 `밀크플레이션` 경고등이 켜졌습니다.

유통산업부 박승완 기자 나왔습니다. 박 기자, 우유값 얼마나 오르는 겁니까?

<기자>

흰 우유 1,000㎖ 기준 최대 500원이 오를 것으로 보입니다. 어제(11/3) 기준 전국 평균 가격은 2,739원이었는데요.(자료 : 축산물품질평가원) 300원만 올라도 3천 원대에 진입하는 셈인데 때문에 `흰 우유 한 팩 3천 원 시대`라는 말까지 나온 상황이죠.

예상 근거는 지난해에 있습니다. 당시 원유 가격이 리터(ℓ) 당 21원씩 오르자 흰 우유가 150원에서 200원가량 비싸졌었는데요. 올해 원유 인상폭은 49원인데, 보통 소비자 가격이 10배까지 뛰었던 점에 비춰본 겁니다.

<앵커>

물론 원재료 가격이 오르면 소비자 가격도 높아질 수밖에 없죠. 그렇지만 적어도 예닐곱 배, 최대 열 배까지 차이가 나는 건 뭐 때문이죠?

<기자>

첫 번째 원인은 유통구조에 있습니다. 우유 회사들은 제품을 만들어서 대리점이나 대형마트, 백화점 등에 넘깁니다. 결국 최종 소비자가격은 유통사에서 정해지는데, 사이사이 마진이 붙다 보니 눈덩이 효과(snowball effect)가 생기는 거죠.

가령 축산 농가가 1,000원에 원유를 넘기고, 우유회사와 유통기업이 10%씩 마진을 남긴다고 가정했을 때, 원유 가격을 100원 올리면 각자의 마진을 지키기 위해서 최종 소비자가격은 121원이 올라야 합니다. 원재료 가격이나 출고가, 소비자가 모두 10%씩 올랐지만 액수만 놓고 보면 100원 인상이 121원으로 적용되죠. 더구나 유업체나 유통사는 우유 외에 다른 사업도 벌이는데, 전체 수익성을 위해선 마진 이상의 몫을 남겨야 하죠.

<앵커>

원유를 가공해 우유로 만드는 제조업체나, 제품들을 편리하게 구매하도록 돕는 유통업체의 역할이 있다 보니 나타나는 현상이군요. 제조사 입장에서는 인건비나 물류비 같은 생산 원가 부담도 상당하죠?

<기자>

물류비나, 인건비에 더해 최근 유업계의 발목을 잡는 건 수입에너지 비용입니다. 공장은 돌려야 하는데,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고환율까지 겹치면서 석유 가격이 급등했죠. 그럼에도 우유회사들은 원가가 오를 때마다 가격을 올리면 소비자의 외면을 받을까 싶어 인상 시점을 최대한 늦춘다고 합니다.

원유 인상 폭과 우유 가격의 차이를 만드는 두 번째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원유는 우유 생산비의 가장 큰 몫을 차지하는데, 이 값이 오르면 더 이상 원가 부담을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에 다다르는 거죠. 원유 외에도 미뤄뒀던 생산 비용을 한 번에 반영하다 보니 추가 인상분이 붙는 셈입니다.

<앵커>

정부 역시 수입 에너지 가격 상승을 심각하게 보고 있죠, 실제 산업계 영향이 상당하군요. 그렇다 하더라도 한편으로는 이렇게 비싼 우유 안 사 먹으면 되는 거 아니냐는 마음도 듭니다.

<기자>

실제로 유업계 역시 가격 인상이 부담스럽긴 사실입니다. 최근 수입 멸균우유가 절반가량 저렴한 가격에 팔리는 등 더 이상 국내 우유만 고집하는 소비자들은 찾아보기 힘들죠. 장기적으론 2026년 FTA(자유무역협정)가 발효되면 가격경쟁력으로 무장한 해외 제품과 겨뤄야 하는데, 가격을 올리다 소비자들을 놓치진 않을까 걱정인 거죠.

[유업계 관계자 : 영업이익을 보존하기 위해서 (가격을) 올리는 건데, 판매량이 떨어지면 사실상 의미가 없는 거잖아요. 인상 요인이 큰 만큼 인상은 불가피할 수밖에 없지만 소비자의 부담을 최소화하고 구매선택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최적의 안을 짜야 되기 때문에 어렵습니다.]

국내 우유 산업에 전반적인 손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렇게 방치하다간 국산 우유가 자국민에게까지 외면받으며 도태될 수 있다는 우려인데요. 우유를 비롯한 농수산 산업의 해외 의존도가 높아져 `식량 자급률`이 위협받으면, 훗날 더 큰 비용을 치를 수도 있다는 지적입니다.

<앵커>

가깝게만 봐도 러시아가 `밀`을 가지고 세계 곡물 시장을 쥐락펴락하고 있으니 `식량의 무기화` 대비해야 할 부분이 분명해 보입니다. 결국 이러한 우유 가격 인상, 물가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겠죠?

<기자>

당장 우유는 물론 빵이나 과자, 아이스크림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인 물가 압박이 눈앞에 다가온 모습입니다. 진정되나 싶던 소비자물가가 지난달 다시 고개를 든 가운데 유업체의 가격 줄인상 위기까지 더해진 모습인데요. 오늘 오전 진행된 농식품부 브리핑에서도 관련된 답변이 있었습니다.

[김정욱 / 농림축산식품부 축산정책국장 : 전반적으로 소비는 위축되고 있고, 또 여러 가지 요인 때문에 그런 가운데서도 특히 음용유 소비는 줄고 있어서 유업체에서 큰 폭으로 유제품 가격을 인상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예측을 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유업체에 가격 인상을 자제해 줄 것, 만약 인상을 하더라도 그 폭을 최소화해 달라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유업계로선 수익성 저하에 시달리는 만큼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단 목소리가 흘러나옵니다. 무엇보다 인상된 원유 가격이 지난달 중순부터 소급 적용되는 만큼 빠르면 이번 달 말, 늦어도 연말까진 가격 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박승완 기자 pswan@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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