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로 가족이 다쳤어요"...눈치보지 말고 돌봄휴가 쓰세요 [전민정의 출근 중]
[한국경제TV 전민정 기자]
지난주 이태원 참사로 온 국민은 충격에 빠졌습니다. 사고 중상자나 사망자 가족의 정신적 충격과 슬픔은 더욱 컸을 텐데요.
이번 사고처럼 가족이 병이나 사고를 겪었을 때, 또는 노령 내지는 자녀의 양육을 이유로 단기간에 긴급하게 가족을 돌볼 필요가 있는 경우 사용할 수 있는 법정휴직이 있습니다.
바로 가족돌봄휴가입니다.
2019년 남녀고용평등법이 개정되면서 이듬해 1월 신설됐는데요. 코로나 펜데믹을 거치며 미취학기 자녀를 둔 부모들이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 사고로 가족이 다치거나 아이를 돌봐야 한다면?…최대 10일 간 법정휴가 가능
가족돌봄휴가는 하루 단위로 최장 10일간 사용할 수 있으며 가족돌봄휴가를 사용한 기간은 근속기간에 포함됩니다.
돌봄휴가 사용이 가능한 가족의 범위는 조부모, 부모, 배우자, 배우자의 부모, 자녀, 손자녀입니다. 정규직 또는 비정규직, 전일제 근로자 또는 시간제 근로자 이든 고용형태나 관계없이 모두 쓸 수 있습니다.
원칙적으로는 무급이지만, 회사 측과 근로자가 합의하면 유급도 가능합니다.
가족돌봄휴가가 생기기 전부터 가족돌봄휴직제도가 있었는데요. 최소 30일 단위로 연간 최대 90일을 사용할 수 있는데, 가족의 사고나 질병, 노령으로 인한 돌봄이 필요한 경우만 인정되고 '자녀 양육'을 위해선 이 제도를 활용할 수 없습니다.
가족돌봄휴가는 이 가족돌봄휴직 기간 안에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연간 가족돌봄휴직기간 90일 중 최대 10일을 돌봄휴가로 쓸 수 있다는 거죠.
휴가나 휴직으로 인한 인력 공백을 막아 사업주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조치입니다.
다만 감염병 확산 등을 이유로 '심각' 단계의 위기 경보가 발령된 경우엔 연간 최장 20일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유치원·학교 등이 장기간 휴원이나 휴교에 들어가면서 연장 필요성이 제기되자 돌봄휴가 기간은 10일 더 늘리는 내용의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지난해 9월 국회를 통과하면서 20일로 늘어난 것입니다. 이때 한부모나 취약계층은 25일까지 가능합니다.
● 돌봄휴가, 신청해야 쓸 수 있는 구조…'인력난' 중소기업에겐 '그림의 떡'
이태원 사고 이후 고용노동부는 유족이나 부상자 가족을 위한 지원방안을 내놨는데요.
당장 중상자나 사망자의 가족이 정신적 충격, 간병 등 이유로 퇴직하는 경우,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실업급여 수급 문턱을 낮췄습니다.
실업급여는 원칙적으로 회사의 경영상 어려움 등으로 비자발적으로 퇴직했을 때만 지급됩니다. 하지만 이번 참사로 중상자나 사망자의 가족이 정신적 충격, 간병 등으로 인해 자발적으로 회사를 그만둬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죠.
하지만 실업급여와 달리 가족돌봄휴가는 정부가 전적으로 지원을 보장해주지는 못합니다. 고용부는 사고수습이나 사망자·부상자 가족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 가족돌봄휴가를 사용할 수 있도록 사업장에 적극 요청하겠다는 입장만 밝혔는데요.
이에 대해 고용부는 "돌봄휴가의 주체는 사업주이기 때문에 돌봄휴가 사용을 법으로 강제할 수는 없다"면서 "사업장에 관련 근로자들이 휴가를 쓸 수 있도록 배려해달라고 권고하거나 신청 시 증빙서류를 생략해달라고 안내하는 등의 조치로 최대한 돌봄휴가가 가능하도록 독려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물론 현재 남녀고용평등법상 사업주는 근로자가 가족돌봄휴가를 신청했을 때 받아줘야 합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정식 신고 접수를 거쳐 시정되지 않으면 5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또 근로자가 돌봄휴가를 신청했다는 이유로 해고와 같은 불리한 처우를 한 경우에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합니다.
하지만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눈치를 보느라 맘 편히 휴가를 쓰지 못하는 것도 현실이죠. 또 회사가 가족돌봄휴가를 쓰게 해놓고 불이익을 받게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나 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에서는 가족돌봄휴가 사용이 사업주나 근로자 입장에서 모두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입니다.
● 가족돌봄휴가, 유급은 안되나요?
가족돌봄휴가는 일·가정 양립이나 복지증진 차원에서 유용한 제도로 평가되지만, 기본적으로 무급휴가이기 때문에 활용도가 높아지기 힘든 태생적 한계가 있습니다.
당장 생계를 감당해야 하는 근로자의 경우 무급으로 무작정 쉴수도 있고, 일정 기간 의무적으로 연차를 소진해야 하는 곳에선 일당의 100%를 받지 못하는 가족돌봄휴가를 쓰는 게 더 손해이기 때문에 차라리 연차를 쓰는 게 유리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가족돌봄휴가를 활성화하기 위해 여야를 막론하고 유급휴가로 바꾸는 법안이 몇 차례나 국회에 제출됐습니다. 정부도 코로나19와 같은 긴급 재난 상황일 경우 유급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고요.
하지만 사업주의 부담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가족돌봄휴가 기간 확대나 유급 전환 등의 지원방안을 마련하는 데 있어 기업들과 충분한 조율이 우선돼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래서 더욱 중소기업을 위한 맞춤형 일·가정 양립 지원 제도 등이 필요한데요. 실질적인 지원금이나 세제, 금융 혜택 뿐만 아니라 남녀고용평등 우수기업이나 가족친화기업을 선정할 때 '가족돌봄휴가' 활용을 우대해주거나 우수기업에게 근로감독 면제 등의 인센티브를 주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겠습니다.
전민정기자 jmj@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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