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정권 종말' 경고한 SCM 공동성명, 무엇이 달라졌나

장희준 2022. 11. 4. 17:4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韓美 국방부 장관, SCM 개최…"金 정권 종말"
"한반도에 전략자산 상시배치 수준으로 전개"
1년 새 급격히 달라진 남북관계 고스란히 담겨
9월 EDSCG 공동성명보다 강력하고 구체적

[아시아경제 장희준 기자]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해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강력한 대응"을 예고했다. 제54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를 거쳐 나온 공동성명에는 한반도에 대한 미 전략자산의 전개를 '상시배치' 수준으로 강화할 것이라는 방침과 함께 "김정은 정권의 종말"이라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까지 담겼다.

최근 북한의 연이은 도발 속 도출된 이번 공동성명은 불과 1년 사이 크게 달라진 남북관계와 국제정세를 보여준다. '종전 선언'을 추구하며 한미 연합훈련에 소극적이던 문재인 정부 시절과 달리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는 연합연습의 확대 필요성이 강조됐고, 지난 9월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공동성명보다 확장억제의 실행력 제고를 위한 방안들이 보다 구체적으로 명시됐다.

美 전략자산 상시배치 수준으로 '확장억제 강화'

한미동맹 그래픽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 장관과 오스틴 장관은 3일(현지시간) 미 국방부 청사(펜타곤)에서 제54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를 진행하고 19개 항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양국 국방부 장관은 고조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미 전략자산을 적시에 조율된 방식으로, '상시 배치'에 준하도록 한반도에 전개하고 대북억제력을 강화하기 위한 새로운 조치들을 지속해서 강구해 나가기로 협의했다.

한미 양국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의 핵공유를 본뜬 '한국형 확장억제' 방안으로 ▲정보공유 ▲위기 시 협의 ▲공동기획 ▲공동실행 등 4가지 정책 범주에서 공조를 강화하기로 했다. 이 같은 범주별 협력을 통해 확장억제 수단 결정이나 핵 사용 결심 등에 한국의 '발언권'이 제도화되고 강화되는 결과를 끌어낼 것으로 보인다.

나토식 핵공유와 유사하지만, 결정적인 차이점은 영토 내에 전술핵이 없다는 것이다. 전술핵 배치를 지지하는 입장에선 다소 미흡한 수준으로 볼 수 있으나, 일각에선 미국이 한국의 핵무장을 고려하지 않는 상황에서 전술핵 배치 이상의 효과를 구현하려는 타협의 산물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오스틴 장관은 "핵, 재래식, 미사일 방어능력 및 진전된 비핵능력 등을 포함한 모든 범주의 군사능력을 운용하여 대한민국에 확장억제를 제공한다"고 밝혔으며, 이에 대해 이 장관은 "한반도와 그 주변에 전략자산의 전개 빈도와 강도를 확대하는 방식을 통해 미국 전략자산을 상시배치에 준하는 효과가 있도록 운용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北 도발에도 연합훈련 '지속'에서 '확대'로 강화

제54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 주요 내용

이번 SCM 공동성명은 지난해와 여러 측면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주목할 점은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기조가 상당히 적극적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지난 공동성명에선 '한반도에서의 연합연습 및 훈련의 지속 필요성을 재확인했다', '군사대비태세와 연합방위태세 유지에 지속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평가했다' 등 표현에서 그친 데 반해, 올해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대비 태세를 강화하기 위한 연합연습 및 훈련의 확대 필요성에 동의했다'는 문구로 대체됐다.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 '지속' 또는 '유지'로 표현하다, '확대'로 달라진 것이다.

지난해엔 임기 말까지 종전선언을 추진하면서 북한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연합훈련에 다소 소극적이던 문재인 정부의 입장이 어느 정도 반영됐던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올 들어 북한의 무력 시위가 상당히 빈번해진 상황에서도 두 장관이 '연합훈련 확대'를 공동성명에 담은 건 북한의 반발에도 개의치않고 한미동맹을 굳건히 밀고 나가겠다는 의지를 과시한 것으로 분석된다.

표현도 단호해졌다. 지난 공동성명에는 없던 '북한의 전술핵 위협'이 '핵공격'이라는 표현과 함께 처음 등장했다. 특히 오스틴 장관은 "미국이나 동맹국 및 우방국들에 대한 비전략핵(전술핵)을 포함한 어떠한 핵공격도 용납할 수 없으며, 이는 김정은 정권의 종말을 초래할 것"이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남북합의에 대한 언급도 크게 달라졌다. 지난해 성명은 2018년 판문점섬언과 평양공동선언, 북미 싱가포르 정상회담 공동성명, 9·19 군사합의 등의 의미를 설명하는 데 상당한 분량을 할애했다. 이 같은 조치들이 한반도에서의 긴장 완화, 우발적 충돌 방지를 위한 여건을 조성했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올해는 "북한의 반복적인 방사포 사격 등 '9·19 군사합의' 위반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는 이종섭 장관의 말 한마디로 간략히 언급된 게 전부다.

EDSCG 공동성명 두 달 만에 강력하고 구체적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이 3일(현지시간) 대표적인 전략폭격기 B-1B와 B-52를 함께 시찰하며 미 확장억제 공약 의지와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드러냈다. [사진제공=국방부]

불과 두 달 전인 9월 열린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를 거쳐 나온 공동성명과 비교해도 강력한 대북 경고 메시지가 담겼으며, 확장억제 실행력 제고 방안이 보다 구체화된 것으로 평가된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역시 "(핵공격은) 김정은 정권의 정말을 초래할 것"이라는 오스틴 장관의 표현이다. SCM 공동성명은 동맹 간의 현안 결산과 청사진이 담겨 사실상 '외교 문서'에 준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이 같은 문서에 '정권 종말'이라는 문구를 명시한 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단호한 경고를 보내는 것으로 읽힌다.

또 EDSCG에서 '북한의 어떠한 핵 공격도 압도적이며 결정적인 대응에 직면'이라 언급됐던 표현은 이번 성명에서 '북한의 비전략핵(전술핵)을 포함한 어떠한 핵 공격도 용납할 수 없다'로 바뀌었다. '어떠한 핵 공격도'라는 표현은 최근 북한이 전술핵 개발에 힘을 쏟고 있는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위력이 다소 약한 핵무기를 사용하면 미국이 핵 사용을 기피할 것이라는 북한의 전략에 넘어가지 않고 최고 수위로 보복하겠다는 의지를 명확하게 드러낸 것이라는 게 국방부 관계자의 말이다.

확장억제 실행력 제고를 위한 정보공유와 협의절차, 공동기획, 공동실행 등 강화 방안도 보다 구체화됐다. 한미 맞춤형억제전략(TDS) 개정을 내년 제55차 SCM 이전에 완료할 수 있도록 협의했고, 북한의 핵사용 시나리오를 상정한 확장억제수단운용연습(DSC TTX)을 연례 개최하기로 했다. DSC TTX는 지난 5년간 단 2차례만 열렸다.

지난 9월 EDSCG 당시 언급된 확장억제 실행력 제고 방안은 '모든 가능한 시나리오에 대해 구체적 방안을 긴밀히 조율 중이며 도상연습(TTX) 활용을 포함, 훈련·연습 증진으로 동맹의 전략적 준비태세가 강화되도록 하기 위한 협력방안을 모색한다' 정도에 그쳤지만, 이번 공동성명을 통해 구체성을 높인 것으로 평가된다.

'전술핵 재배치' 가능성 일축…'새로운 조치' 주목

미국 앤드루스 공군기지 방문한 이종섭 장관 [사진제공=국방부]

양국 국방부 장관은 이번 SCM을 통해 "한반도에 전술핵 재배치는 없다"는 방침을 공고히했다. 이종섭 장관은 펜타곤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부는 전술핵의 한반도 재배치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한반도 비핵화 정책에는 변함이 없다"고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과거 미국은 1970년대 최대 700발에 달하는 전술핵을 한반도에 배치한 바 있다. 그러나 1991년 한반도, 특히 북한의 비핵화를 추진하겠다는 명분하에 전술핵을 전면 철수했다. 당시 남북이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에 합의하면서 전술핵 철수는 그 전제조건이 됐고, 이는 최근 정치권 일각에서 꾸준히 제기되는 전술핵 재배치 주장에 대한 우려로 작용하고 있다.

대신 이번 공동성명에는 '불안정을 유발하는 북한의 행위에 맞서는 이러한 조치들의 확대와 억제력 강화를 위한 새로운 조치'라는 표현이 명시돼 주목된다. 이에 대해 국방부 측은 "현재 논의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며 말을 아꼈다.

한편 SCM은 지난 1968년부터 열린 한미 국방각료 간 연례회의로, 한반도 안보와 한미 연합방위능력에 대해 다룬다. 해마다 2박 3일 일정으로 한국과 미국 양국을 오가며 진행되는데, 양국 국방부 장관을 비롯한 군 수뇌부가 참석한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