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 설명과 다른 조망…‘분양 취소’ 되나

2022. 11. 4.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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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법률 이야기] (34)
부동산 매매 시 자주 발생하는 ‘동기의 착오’

부동산 매매 계약을 하다 보면, 계약 체결 후 원래 의도한 목적이나 동기와 달리 매매 목적이 달성되지 않는 경우가 흔히 있다. 예를 들어 잔금 낼 돈이 부족한 김철수 씨(가명)는 매수 예정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잔금을 지급하려고 했다. 계약 상대방인 매도인도 이에 협력하기로 했다. 그런데 문의 결과 잔금 대출이 불가능해졌다. 이럴 때는 매매 계약을 취소할 수 있을까? 또 다른 예도 있다. 박영희 씨(가명)는 주상복합 아파트를 분양받으면서 일정한 조망이나 일조권이 확보된다는 분양 직원의 말을 믿고 분양 계약을 체결했다. 그런데 실제 입주해보니 직원 얘기와 달리 조망이나 일조권이 확보되지 않았다. 이때 분양 계약을 취소할 수 있을까.

이런 상황을 법률 용어로 표현하면 매매 계약에서 ‘동기의 착오’가 생겼다고 한다. 우리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동기의 착오’를 이유로 계약을 취소하기 위해서는 ① 동기가 계약 과정에서 상대방에게 표시돼 계약 내용으로 편입돼야 하고 ② ‘동기의 착오’는 그런 착오가 없었더라면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으리라 생각될 정도로 중요한 것이어야 하며 ③ 동기의 착오를 일으킨 사람에게 중대한 과실이 없을 것 등 3가지 요건이 충족돼야 한다.

먼저 앞서 언급한 김철수 씨 사례에서 원심 법원은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받아 매매 대금을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착각하고 매매 계약을 체결했으므로 매매 계약 체결에 있어 동기의 착오가 있었고, 이런 동기는 상대방에게 표시됐을 뿐 아니라 이는 법률 행위 내용의 중요한 부분의 착오로써 매매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 판결은 원심 법원 판단과 달랐다. “원고가 부동산을 매수하면서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잔금을 지급하기로 계획을 세우고 매도인이 이에 협조해주기로 약속한 사실만으로는 대출이 제대로 안 나올 때 원고(매수인)가 부동산을 매수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정이 매도인에게 표시됐거나 매도인이 이런 사정을 알고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원심과 달리 매매 계약 취소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박영희 씨 사례는 어떨까. 대법원은 이번에도 분양 취소가 어렵다고 판단했다. “조망과 일조권 확보를 분양 계약의 내용으로 삼기로 하는 합의가 있어야 했지만, 같은 층 내 위치에 따른 분양가에 거의 차이가 없고, 전체 분양가 대비 분양가 차액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지 않은 점 등에 비춰보면, 원고(수분양자)가 일정한 조망·일조의 확보를 분양 계약 내용으로 삼을 것을 표시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예상했던 조망이나 일조권이 확보되지 않는 경우라 하더라도 ‘동기의 착오’를 이유로 매매 계약을 취소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대법원은 어떤 경우에 ‘동기의 착오’를 이유로 매매 계약 취소를 받아들였을까? 몇 가지 사례가 있다. 먼저, 매수인이 농림 지역 토지를 관리 지역 토지로 잘못 알고 매매 계약을 체결한 경우 계약 취소를 인정했다. 이런 사례도 있다. 매매 대상 토지 중 20~30평가량만 도로에 편입될 것이라는 중개인 말을 믿고 매수인이 주택 신축을 위한 토지를 매수했는데, 실제로는 전체 면적의 30%에 해당하는 197평이 도로에 편입된 경우다. 마지막으로 매수인이 매매 계약을 체결하면서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토지 경계에 대해 정확한 설명을 하지 않은 사안에서 매수인이 잘못 인식한 부분의 면적이 매매 토지 면적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 경우 등이다.

이와 같이 부동산 매매 계약을 체결하면서 계약 목적이나 동기에 착오가 발생한 경우, 그런 ‘동기의 착오’가 주관적인 사정에 불과하고 계약 내용상 중요한 부분이 아니면 계약 취소가 불가하다. 하지만 ‘동기의 착오’가 상대방에게 표시돼 계약 내용으로 편입되고 해당 착오가 계약 내용의 중대한 부분의 착오인 경우에는 매매 계약 취소가 가능할 수 있다.

최재원 법무법인 자연수 대표 변호사
[최재원 법무법인 자연수 대표 변호사]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82호 (2022.11.02~2022.11.0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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