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연주자를 넘어 클래식계 이끌 ‘신예 지휘자’들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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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코프스키 교향곡 6번 비창 1악장, 음량이 고조되며 선율이 발전부에 접어들자 연습실 내 40여명의 오케스트라 단원들 시선이 일제히 젊은 지휘자의 손끝으로 향한다.
격렬한 금관악기 소리 사이로 단원들의 눈과 눈을 마주보는 지휘자의 움직임이 바빠지자 이내 포디움 옆에서 이를 지켜보던 예술감독 다비트 라일란트가 연주를 중단시키고 왜 이런 제스처를 취했는지 묻는다.
때문에 지휘자 워크숍 참가자들은 "이번 워크숍은 오케스트라를 직접 지휘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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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간 음악적 해석부터 퍼스널 마케팅까지 다양한 교육 진행
한국 지휘자의 세계 도약 위한 비즈니스 강좌 도입 눈길
[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6번 비창 1악장, 음량이 고조되며 선율이 발전부에 접어들자 연습실 내 40여명의 오케스트라 단원들 시선이 일제히 젊은 지휘자의 손끝으로 향한다. 격렬한 금관악기 소리 사이로 단원들의 눈과 눈을 마주보는 지휘자의 움직임이 바빠지자 이내 포디움 옆에서 이를 지켜보던 예술감독 다비트 라일란트가 연주를 중단시키고 왜 이런 제스처를 취했는지 묻는다. 젊은 지휘자가 곡에 대한 자신의 해석을 설명하자 고개를 끄덕인 라일란트 감독은 몇 가지 자신의 조언을 건네고, 곧 마음을 가다듬은 지휘자는 다시 손끝에 온 신경을 집중하며 연주를 이끌기 시작했다.
지난달 29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N스튜디오 2층 연습실에서는 30분 간격으로 같은 오케스트라 연주가 반복되고 있었다.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가 올해 처음 진행하는 지휘자 워크숍 프로그램에 참여한 김지수·박해원·안여령·황영묵 네 명의 참가자가 차례로 포디움에 올라 같은 곡을 지휘했기 때문이다. 이들의 지휘 모습은 실시간으로 촬영돼 모든 일정을 마치고 저녁에 영상을 보며 스스로의 지휘 모습과 곡 해석법에 대한 1:1 멘토링으로 이어졌다. 같은 곡을 반복하는 사이 지칠 법도 하건만, 단원들은 참가자들 못지않게 “재미있고 신선한 경험”이라며 웃어보였고, 참가자들은 라일란트 감독의 조언을 놓치지 않고 체화시키려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다.
국내 연주자들의 연이은 국제 콩쿠르 석권으로 클래식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요즘이지만 유독 지휘 분야에서는 취약함을 보여왔다. 악기는 레슨과 더불어 개인의 연습이 절대적인 분야지만 지휘는 오케스트라를 전제하는 영역이기 때문에 마음껏 연습하기 힘들뿐더러 자신의 기량을 확인하는 기회도 한정돼있다. 유네스코 산하 ‘국제음악콩쿠르세계연맹’에 이름을 올린 피아노 콩쿠르는 50개지만 지휘 콩쿠르는 6개에 불과하다. 때문에 지휘자 워크숍 참가자들은 “이번 워크숍은 오케스트라를 직접 지휘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라고 입을 모았다.
이번 워크숍은 지휘 프로그램 외에도 무대 밖 비즈니스 세션을 따로 기획해 눈길을 끌었다. 영국의 스타 지휘자 대니얼 하딩을 발굴하는 등 신인 지휘자를 육성해온 문화예술경영인 레이철 보론이 매니지먼트와의 계약과 협상, 그리고 지휘자의 퍼스널 마케팅 전략을 강의하는 프로그램에는 참가자 4인을 비롯해 지휘자를 지망하는 다양한 참관객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보론은 “악기에 한정된 연주자와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지휘자의 매니지먼트는 레퍼토리 범위에서부터 성격이 다른 영역”이라며 “지휘자 양성에는 프로 오케스트라와의 지휘 경험이 절대적인만큼 이번 프로그램과 같은 워크샵과 콩쿠르가 더 많고 다양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워크숍에서 우수 참가자로 선정된 김지수 지휘자는 성악을 전공하다 오케스트라의 선율에 매료돼 지휘로 전향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미국 피바디 음악대학에서 관현악 지휘 석사과정을 밟은 그는 이번 워크숍에 대해 “지휘 수업이 선생님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미국에서는 주로 해석방식에 대한 존중 차원에서 돌려서 지도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라일란트 예술감독은 기술적 측면에서 부족한 지점이 보이면 즉시 이야기 해주셔서 바로 이해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4명의 참가자들 각각의 음악성을 존중하되 악보 속 디테일을 살리는 방법을 짚어주셔서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국립심포니는 우수 참가자로 선정된 김지수 씨에게 상금 250만원을 수여했다. 지난해 국내 최초 지휘콩쿠르를 개최한 국립심포니는 3년마다 진행하는 콩쿠르와 함께 워크숍 프로그램을 연계해 국내 지휘자 양성과 세계 진출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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