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빅테크 해고 나섰다...아마존 애플도 채용 동결
“허리띠를 졸라 매야 할 시간(Leaner times)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미국 테크 업계에 닥친 고용 한파를 이같이 표현했다. 빅테크 마저 비용 절감을 위해 채용을 동결하고 기존 직원도 해고하는 등 인력 감축이 본격화되고 있다.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 침체 경고음이 커지면서 비용 절감에 나선 것이다.
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을 종합하면 애플은 현재 연구개발(R&D)을 제외한 모든 부서의 채용을 일시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애플이 지난 8월 중순 직원 채용을 담당하는 계약직 인사 담당자 100여 명을 해고하면서 향후 고용이 축소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지난달 27일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3분기 실적 발표 후 “채용 속도를 늦추겠다”고 예고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 역시 채용 중단을 선언했다. 베스 갈레티 인사관리 책임자는 전날 직원 공지를 통해 “앞으로 몇 달 간 채용을 중단하고 경제 상황을 지켜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핵심 사업 부문인 소매 유통 분야 채용을 연말까지 중단한다고 밝힌 데 이은 추가 조치다.
아예 해고에 나선 기업도 있다. 차량 공유 업체 리프트도 이날 전체 직원의 13%를 감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직원 5000명 중 약 700명을 해고하는 대규모 구조조정이다. 공동 창업자인 존 짐머와 로건 그린은 직원 공지를 통해 “내년에 경기 침체 가능성이 있고, 승차 공유 보험 비용이 상승하고 있다. 비용 절감이 필요해 직원들과 헤어져야 한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경기 침체 우려에 채용 중단 넘어 해고까지”
고용 한파는 스타트업 기업에 더 심하게 몰아치고 있다. 지난해 100조원 이상 가치 평가를 받으며 전 세계서 가장 비싼 스타트업이라 불렸던 금융 스타트업 스트라이프도 인력 감원에 나섰다. 스트라이프는 비상장기업으로 정확한 직원 수는 알려지지 않지만, 8000여 명 중 1100명 정도 해고될 것이라고 미 CNBC 방송은 전했다. 패트릭 콜리슨 최고경영자는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경기침체 우려와 높은 금리, 스타트업 투자난 속에 감원이 불가피하다”며 “경영진이 올해와 내년에 인터넷 경제가 얼마나 성장할지, 언제 운영비가 급격하게 증가할지 잘못 판단하는 실수를 저질렀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무료 모바일 뱅킹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국의 핀테크 기업 차임(Chime)도 직원의 12%, 160여 명을 해고한다고 밝혔다. 대체불가토큰(NFT) 개발업체 대퍼랩스(Dapper Labs)도 직원 22%, 134명을 구조조정 계획을 공개했다. 앞서 명상 및 수면, 휴식 관련 앱으로 잘 알려진 스타트업 ‘캄(Calm)’도 최근 약 400명의 직원 중 90명을 해고하며 20%의 인력을 줄였고, 코로나19 기간 급성장했던 배달 전문 스타트업 ‘고퍼프’도 전 세계 직원의 10%를 감축했다.
통계상으로 미국 고용 시장은 튼튼하다. 2일(현지시간) 노동시장 분석기관인 ADP 연구소는 이날 내놓은 전미 고용보고서에서 10월 민간 고용이 전월보다 23만9000명 늘어났다고 밝혔다. 시장 예상치인 19만5000명을 웃도는 수준이며, 19만2000명이 증가했던 전월보다 수치가 늘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역시 지난 3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하며 “아주 강력한 노동시장”을 언급했다.
하지만 앞으로 고용 시장이 빠르게 얼어붙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통상 고용지표는 여러 경제지표 중 가장 후행한다. 경기 침체 징후를 가장 뒤늦게 반영한다는 의미다. 미국의 경제전문지인 포천은 “강력한 고용 통계에도 불구하고 경기 침체를 우려하는 임원의 수가 증가하고 있다”며 “많은 경제학자가 4분기에는 더 많은 감원이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테크 기업들의 감원 현황을 집계하는 누리집 ‘레이오프’(Layoffs.fyi)를 보면 올해에만 전 세계 743개 테크 기업에서 9만9251명이 해고됐다.
김연주 기자 kim.yeon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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