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폭격기 동원 '시위성 비행'…軍, 최신 스텔스기 띄워 대응 (종합)

4시간 동안 비행항적 180여 개 식별
北, 구형 전투기에 폭격기까지 동원

지난 7월 한미 공군 F-35A 연합비행훈련에서 한국 편대장이 편대를 이끄는 장면 [사진제공=공군]

[아시아경제 장희준 기자] 북한이 한미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Vigilant Storm)'에 대한 반발로 군용기를 띄워 시위성 비행을 감행하고 공대지 사격까지 실시했다. 우리 군은 최신 스텔스 전투기 F-35A 등 공중전력을 긴급 출격시켜 대응했다.

한미 양국이 240여 대의 공중전력을 통원해 대규모 훈련을 벌이는 상황에서 북한이 구형 전투기로 추정되는 군용기를 출격시켜 '맞불'을 놓은 건 상당히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합동참모본부는 4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북한 군용기의 비행 항적 180여 개를 식별하고 대응 조치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합참에 따르면 북한 군용기는 전술조치선(TAL) 이북의 내륙과 동·서해상 등 다수 지역에서 활동했다. TAL보다 북쪽에 우리 군이 설정한 특별감시선보다 남측 지역에서도 일부 항적이 포착되긴 했지만, 이는 애초 특별감시선 남쪽에 위치한 비행장에서 이륙한 항적으로 파악됐다.

북한은 이번 시위성 비행에 미그와 수호이 계열 전투기는 물론 폭격기까지 동원했다. 군은 일부 폭격기에서 공대지 사격 활동까지 포착됐다고 전했다. 군용기 1대가 이·착륙을 반복하면서 여러 개의 항적을 남길 수 있는 데다 비행 활동이 4시간에 걸쳐 이뤄진 만큼 몇 대가 동원됐는지에 대해서는 정밀 분석이 진행되고 있다.

우리 공군은 스텔스 전투기 F-35A 등 우세한 공중전력 80여 대를 긴급 출격시켰으며, 후속지원 전력과 방공 전력을 통해 만반의 대응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아울러 비질런트 스톰에 참가 중인 전력 240여 대도 계획한 훈련을 그대로 시행하면서 대비태세를 유지했다. 훈련에 참가해 비행 중이던 전력은 예정대로 체공을 유지했고, 미군 전력을 포함한 지상의 훈련 참가 전력들도 유사시에 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참 관계자는 "우리 군은 한미 간 긴밀한 공조 하에 북한군의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하면서 추가 도발에 대한 확고한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달 6일 특별감시선 남쪽으로 내려와 황해도 곡산 일대에서 황주 쪽으로 전투기 8대와 폭격기 4대로 위협 비행을 하면서 공대지 사격을 벌인 바 있다. 이틀 뒤인 8일에는 150여 대를 동원해 '대규모 항공 공격 종합훈련'을 실시했다고 주장했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적은 수의 군용기만 날았으며 일부 추락도 발생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6·25전쟁 때 쓰던 미그-15까지 투입됐다.

이달 13일에는 군용기 10여 대로 전술조치선을 넘으면서 강도 높은 시위성 비행을 벌이기도 했는데, 당시 전술조치선 이남 서부 내륙지역에서 비행금지구역 북방 5㎞(군사분계선 북방 25㎞) 인근까지, 동부 내륙지역에선 비행금지구역 북방 7㎞(MDL 북방 47㎞)까지, 서해지역에서는 북방한계선(NLL) 북방 12㎞까지 각각 접근했다가 북상했다.

한편 비질런트 스톰은 우리 공군 F-35A, F-15K, KF-16 전투기, KC-330 공중급유기 등 140여 대와 미군의 F-35B 전투기, EA-18 전자전기, U-2 고공정찰기, KC-135 공중급유기 등 100여 대를 포함해 모두 240여 대가 참여하는 대규모 훈련이다. 당초 지난달 31일부터 이날까지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북한이 훈련에 반발하며 잇따라 탄도미사일을 발사하자 한미 양국은 훈련을 5일까지 하루 더 연장했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