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외면당한 SOS '그알'서 파헤친다

오승현 기자 2022. 11. 4.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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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오승현 인턴기자) '그것이 알고 싶다'가 이태원 참사를 파헤친다.

오는 5일 방송되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지난 10월 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의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수십 명의 증언과 수백 개의 제보영상을 통해 무엇이 이런 비극을 일어나게 했는지 들여다본다.

그날 밤 10시경, 핼러윈 축제가 한창이던 이태원에서 발생한 참사. 엄청난 인파로 앞뒤가 막힌 골목길에 사람들이 계속 몰려들면서 최악의 압사 사고가 발생했다. 

우현(가명, 32세) 씨는 오랜만에 만난 고향 친구들과 이태원을 방문했다. 우현 씨를 포함한 20년 지기 세 친구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끝나고 처음으로 맞이한 핼러윈 축제를 구경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날 밤, 점점 늘어난 인파에 휩쓸려 도착한 이태원 H 호텔 부근에서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는 게 불가능했다. 좁은 골목 안에서 오가는 사람들이 뒤엉키면서 정체가 발생했다. 

군중에 휩싸여 친구들과 떨어지게 된 것도 문제였지만, 점점 사람들이 앞뒤로 밀착되면서 뼈가 으스러질 것 같은 통증이 찾아왔다는 우현 씨는 전혀 움직일 수 없었고, 몸이 꽉 눌려 숨 쉬는 것조차 힘들었다. 

사람들이 쓰러지는데 거리 앞뒤의 상황은 알 수 없고, 고통을 호소하는 비명들만 들리던 골목 안. 눈앞에 살려달라는 사람들이 보이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는 그는 자신도 죽음의 공포를 느끼다 정신을 잃었다고 한다.

골목 안 참사 현장에서 정신을 잃었던 우현 씨는 극적으로 구조되어 살아남았지만, 안타깝게도 그 날 함께 있었던 친구 중 한명은 목숨을 잃었다. 자연재해도 아니고 사람이 사람 때문에 죽은 이 현실이 믿어지지 않는다는 우현 씨. 

그 날의 압사 사고로 무려 156명이 사망하고, 173명이 부상을 입었다. 희생자들 대부분은 우현 씨 일행처럼 그저 이태원 축제를 즐기러 갔던 20~30대 젊은이들이다. 불가항력인 천재지변도, 화재나 붕괴, 교통사고와 같은 재난도 아니었는데 왜 그렇게 많은 생명이 동시에 목숨을 잃어야했을까. 그 날의 축제는 도대체 왜 악몽이 되어야했던 걸까.

45명의 증언, 300여 개의 제보 영상이 말하는 진실을 파헤친다. 생존자들은 인터뷰를 통해 "중간에 사람이 많이 모여있으니까 뭐야 뭐야 이러면서 궁금해서 더 밀고 들어왔다", "여기 사람 죽는다고 살려달라고 하는데 저기 멀리서는 '야 밀어! 밀어!' 이러고 막 밀고 있었다"라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태원 참사로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자 사고 원인을 두고 사람들의 추측은 분분했다. 사고 장소와 시간에 사람들을 몰리게 한 유명인의 방문이 있었다는 이야기부터, 군중 속에서 '밀어'라고 외치며 참사를 야기한 주동자들이 있었다는 주장도 제기되었다. 

경찰은 지난 10월 31일, 정확한 사고 원인을 규명한다며 국과수와 함께 합동 감식을 실시했다. 참사가 일어난 장소는 용산구 이태원로 7가에 위치한 H호텔 옆 약 50m 거리의 내리막 골목길이다. 길 위쪽은 폭이 5m 이상이지만 아래쪽은 3.2m로 좁아지는 곳이다. 왜 그 시간, 그곳에 들어선 사람들은 전혀 움직일 수 없는 상황에 빠져, 비극을 맞이해야만 했을까.

제작진은 지난 일주일간 생존자와 부상자, 목격자 등 45명의 제보자들과 직접 만났다. 이들의 증언과 수백 개의 제보 영상을 근거로 그날의 상황을 분석했다. 

우선 사고 현장을 11개의 단위 면적으로 세분하여 사고가 발생할 무렵 어디서 사람들이 몰려들었는지, 인파의 흐름은 어땠는지 자세히 살펴봤다. 현장 주변이 담긴 영상들을 종합해 본 결과, 특정 위치에서 인위적으로 밀거나 힘을 가한 정황은 발견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상 속의 사람들은 무언가에 떠밀리듯 움직이고 있었다. 전문가는 이를 '크라우드 서지(Crowd Surge)'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군중밀도가 1㎡ 당 9명 이상이 되면, 목표한 대로 이동이 불가능해지고 의지와 상관없이 군중의 흐름에 쏠려 다니게 되는 '군중파도(Crowd Surge)'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 상태가 되면 사람들은 패닉에 빠지게 되고, 누군가에게 밀침을 당한다고 느낄 수도 있다는데, 참사 당일 참사 현장의 군중밀도를 과학적으로 계산해본 결과 1㎡ 당 16명. 과연, 이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한편, 목격자와 생존자는 외면당한 SOS와 트라우마에 대해 언급했다. 그들은 "작년이나 재작년 보니까 경찰이 조금 그 골목에 배치가 돼있더라. 그런데 이번에는 경찰이 눈에 많이 안 보였다", "구조대원이 친구에게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는데...미동이 없다. 얘는 지금 세상에 없고, 저희는 살아 있잖아요. 그냥 그 자체가 죄책감이 든다"고 인터뷰했다.

이태원 참사를 두고 서울시와 지자체 등 행정부처의 안일했던 핼러윈 준비에 대해 질책이 쏟아졌다. 행안부 장관을 비롯해, 곧바로 책임과 잘못을 인정하지 않은 최고 책임자들의 태도에도 비판이 이어졌다. 

무엇보다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할 경찰은 이번 참사에 있어 사람들을 실망시켰다. 안일했던 인력 배치, 112신고의 부실 대응, 현장 경찰에게 책임 전가, 그리고 참사 후 민간 사찰까지 연일 경찰의 문제가 알려졌다. 

무엇보다 참사 당일 축제 인파와 관련된 위험 신고 전화를 11건이나 받았지만, 계속된 신고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경찰. 취재결과, 참사 전날인 28일에도 인파에 밀려 넘어진 사람이 여럿 있다는 신고가 112와 119에 접수되었던 사실을 확인 할 수 있었다. 

경찰이 참사의 전조 현상을 맞이하고도 조치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쳤던 이유는 무엇일까. 10만 명이 넘는 인파가 모일 거라고 스스로 예측하고도 제대로 된 준비를 하지 않았던 이유는 또 무엇일까.

일부 전문가와 외신들은 이태원 참사를 보며 행정당국과 우리 사회가 이태원 축제를 젊은이들만의 문화로 치부해 안일하게 대응한 측면도 있을 거라고 지적했다. 

아이가 아닌 젊은이이니까 스스로의 행동에 책임질 수 있고, 신체 건강한 젊은이이니까 불편해도 감수할 수 있고, 위험이 닥쳐도 젊은이이니까 빠르게 대처할 수 있을 거라는 편견. 그런 편견들이 젊은이들을 안전의 사각지대에 빠뜨릴 수 있다는 얘기다. 

똑같이 수많은 인파가 모였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이 끝난 얼마 전의 불꽃 축제. 주최가 있고 없고가 차이라는 행정당국의 이해할 수 없는 답변 말고, 도대체 두 행사의 차이는 무엇이기에 준비와 대응이 달랐던 걸까. 과연, 이번 참사는 우리 사회의 어떤 민낯을 보여주고 있는 걸까. 

이태원 참사가 드러낸 우리 사회의 문제는 무엇인지 고민해본다. 5일 오후 11시 10분 방송.

사진 = SBS

오승현 기자 ohsh1113@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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