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2구역 시공사 선정 D-1…대우·롯데 막판까지 ‘진흙탕 싸움’

김원 2022. 11. 4.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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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이 한남2구역에 제시한 '한남 써밋' 투시도. 대우건설


올해 서울 재개발 사업의 최대어로 꼽히는 '한남2재정비촉진구역'이 5일 오후 2시 시공사 선정 총회를 개최한다. 전체 조합원(908명) 절반 이상 참석에 과반수 득표한 곳이 시공사로 낙점된다.

금리 인상 등으로 부동산 시장이 꽁꽁 얼어붙었지만, 한남 2구역을 두고 경쟁하는 대우건설과 롯데건설의 홍보전은 과열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공개적인 비방은 물론이고, 수사기관 고발까지 진행되며 진흙탕 싸움 양상이다.

한남2구역은 서울 용산구 보광동 일대 11만5005㎡ 부지에 지하 6층∼지상 14층, 아파트 30개 동, 총 1537가구(임대 238가구 포함) 규모의 공동주택과 근린생활시설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총공사비는 약 7900억원이다. 일반분양분은 391가구이다. 한남 재개발 5개 구역 중 유일하게 초등학교를 끼고 있고,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과 가까운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대우건설과 롯데건설은 조합원들에게 하이엔드 브랜드와 파격적인 금융 혜택을 내걸며 맞붙었다. 대우건설은 단지명을 '한남 써밋'으로 정하고 '118프로젝트'를 앞세웠다. 90m 고도제한을 넘어 최고 118m 스카이라인을 만들겠다는 약속이다. 기본 이주비 법정 한도인 LTV 40% 외 추가 이주비 110%를 더해 총 150%의 이주비를 책임 조달하고, 최저 10억원의 이주비 보장도 내걸었다.

롯데건설은 단지명을 '르엘 팔라티노'로 정하고 호텔식 커뮤니티와 하이엔드 마감재 등을 강조했다. 분담금 100% 입주 4년 후 납부, 공사비 이자로 인한 추가부담 없는 분양수익금 내 기성불, 노후주택 및 상가 유지보수 7000만원 지급 등을 약속했다.

단지 고급화를 위해 두 회사는 글로벌 건축기업과도 손잡았다. 4일 롯데건설이 후분양을 제안하면서 조합원이 부담해야 하는 금융 이자를 100% 부담하는 사업조건을 약속하자 대우건설도 즉각 계약서 변경 없이 후분양이 가능한 사업조건임을 강조했다.

롯데건설이 한남2구역에 제시한 '르엘 팔라티노' 문주. 롯데건설


하지만 시공사 선정 총회가 임박해올수록 홍보전은 과열되고 있다. 양측의 마찰로 지난 2일 진행된 부재자 투표가 잠시 중단되는 일이 발생했다. 대우건설 직원이 투표 현장에 무단 침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인데, 이를 인지한 조합이 이를 경찰에 신고한 뒤에야 투표가 재개됐다.

당초 두 회사는 부재자 투표 현장에 신원이 확인된 양사 직원 1명씩만 배석해 참관하기로 협의했다. 하지만 대우건설 측 직원이 현장에 무단 침입해 조합원 명부가 있는 컴퓨터를 사용하고 투표 전산 작업까지 진행했다는 것이 롯데건설 주장이다.

대우건설은 즉각 "대우건설 직원이 잠입하지 않았다"며 "롯데건설은 단순 해프닝을 과장해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주차 안내와 조합원 부축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러 왔던 대우건설 측 직원을 조합 관계자가 조합 아르바이트 지원자로 착각해 벌어진 일이라는 게 대우건설 측의 해명이다.

두 회사는 이례적으로 진행 상황에 대한 서로 다른 주장이 담긴 보도자료를 잇달아 발표하기도 했다. 이후 롯데건설은 대우건설 직원들을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입찰방해죄, 업무방해죄 등을 이유로 형사 고발했다.

서로를 향한 날 선 비방도 난무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용산구의 한 교회에서 열린 1차 합동 설명회 당일엔 하석주 롯데건설 사장과 백정완 대우건설 사장이 모두 참석해 연단에서 큰절을 올렸다. 서로의 약점을 파고들며 여론전에 나서기도 했다. 롯데건설 측은 대우건설이 과거 워크아웃을 겪고 주인이 바뀌다 중흥건설로 인수됐다는 점을 들었고, 대우건설은 롯데건설의 우발채무와 유상증자를 거론하며 자금 리스크를 강조했다.

조합은 입찰 전부터 '홍보공영제' 운영을 내걸었지만, 경쟁이 과열되면서 무용지물이 됐다. 치열한 수주전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조합원도 있다. 일부에선 홍보공영제 위반으로 구청에 민원을 넣겠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투표 이후 추가적인 다툼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한남3구역에서는 2019년 시공사 선정 입찰 무효 시정 명령이 나오면서 이듬해 재입찰이 진행된 바 있다. 한남2구역 조합 측은 "경찰 조사·수사를 통해 진실을 밝혀야 한다"면서도 "5일 시공사 선정총회 전까지 수사 결과가 나올 수 없기 때문에 조합이 전달하는 증언과 목소리 등 진술을 바탕으로 조합원들이 잘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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