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과의 정상회담', 중국 외면 못하는 독일 총리... 그 이유는
[윤현 기자]
▲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지난 9월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7차 유엔총회 일반토의에서 연설하는 모습. |
ⓒ 연합뉴스 |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했다.
숄츠 총리는 4일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시 주석, 리커창 국무원 총리와 잇달아 회담하며 양국 현안을 논의했다. 숄츠 총리가 중국을 방문한 것은 취임 이후 처음이며, 주요 7개국(G7) 정상으로는 3년 만이다.
시 주석은 "중국과 독일은 영향력이 큰 대국으로서 변화와 혼란의 국면에서 서로 손을 잡고 더욱 협력해야 한다"라며 "양국이 세계 평화와 발전을 위해 더 많은 공헌을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숄츠 총리는 "우리가 가진 서로 다른 의견에 대해 시 주석과 직접 만나 대화할 수 있어서 기쁘다"라고 화답했다.
중국 외면하기 힘든 독일... 서방의 '탈중국' 노선 이탈?
그러나 숄츠 총리의 방중은 최근 유럽연합(EU), 미국 등 서방의 '탈중국' 노선과 어긋난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서방과 러시아의 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독일이 러시아와 친한 중국에 손을 내민다는 비판이 나온다.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는 중국에 많은 공을 들였다. 하지만 EU가 신장 위구르 소수민족 인권 탄압을 문제 삼아 중국을 비판하면서 거리를 뒀다.
이번 정권에 연정으로 참여한 녹색당 소속 안나레나 배어복 외무장관도 숄츠 총리의 방중을 반대하면서 "만약 시 주석을 만나게 되면 공정 무역, 인권 등에 대한 독일의 입장을 전달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독일은 최근 중국 국영 해운사 중국원양해운(코스코)가 독일 함부르크 항만 지분 참여를 허용했다. 그러나 배어복 장관이 이끄는 외교부 등 6개 부처가 공개적으로 반발하면서 지분 참여율을 35%에서 24.9%로 낮췄다.
독일의 70여 개 인권 단체도 숄츠 총리에게 보낸 공동 서한에서 "지금 중국에 가면 독일이 인권과 국제법을 희생시키면서 경제적 이익을 추구한다는 신호로 해석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숄츠 총리가 중국을 외면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경제다. 중국은 지난해까지 6년 연속 독일의 최대 교역 상대국이었다. 독일 최대 자동차업체 폭스바겐의 전 세계 수출 물량 중 40%가 중국으로 가고, 대표적인 화학기업 바스프의 매출 가운데 중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15에 달한다.
숄츠 총리의 방문단에는 폭스바겐, 도이치방크, 지멘스, 바스프의 최고경영자(CEO) 등 독일 재계의 유력 인사들이 대거 포함됐다.
AP통신은 "숄츠 총리의 방중은 유럽 최대의 경제국 독일과 중국의 이해관계가 너무 밀접하다는 우려를 일으킨다"라며 "하지만 유럽의 에너지 위기와 깊은 경기 침체로 위기를 겪는 독일은 중국과의 관계를 흔들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독일의 킬(Kiel) 세계경제연구소는 "EU와 중국의 무역 관계가 틀어질 경우 독일의 국내총생산(GDP)이 1% 넘게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 윤석열 대통령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지난 9월 21일(현지시간) 뉴욕 주 유엔 대한민국 대표부에서 열린 한독 정상회담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 대통령실 제공 |
논란이 커지자 숄츠 총리는 전날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 기고문을 통해 "중국의 시민·정치적 자유와 소수민족 인권에 대한 존중 등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면서도 "(중국과의 관계를 통해) 독일의 경제적 위험을 분산하고, 최소화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오늘날 중국은 5년 또는 10년 전의 중국이 아니고, 변화된 중국은 독일과 유럽에 여전히 중요한 교역 상대"라며 "우리는 중국과 디커플링을 원치 않는다"라고 밝혔다. 다만 "우리는 중국에 상호주의를 계속 요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메르켈 전 총리가 중국에 공을 들이며 내세웠던 '경제와 정치는 별개'라는 논리를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독일경제연구소(GEI)의 글로벌 수석 연구원 위르겐 마테스는 미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경제와 정치는 더 이상 별개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중국이 최근 대만과 관계를 강화한 국가들에 경제 보복을 가한 것을 예로 들었다.
이처럼 숄츠 총리의 방중을 놓고 서방은 물론이고 독일 내부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반면에 러시아 말고는 이렇다 할 주요국 동맹이 없는 중국은 숄츠 총리의 방문을 대대적으로 환영하고 나섰다.
중국 관영 매체 <글로벌타임스>는 3일 사설에서 "숄츠 총리의 방문이 양국의 무역을 촉진하고, 외교 관계에도 활기를 불어넣을 것"이라며 "독일이 합리적인 대중 정책이라는 바른길로 돌아올 것"이라고 밝혔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숄츠 총리가 중국을 방문해 정치적 상호 신뢰를 더욱 강화하는 것이 양국의 이익에 부합한다"라며 "세계 평화와 안정, 성장에도 기여할 것으로 믿는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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