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확장억제에 한국의 목소리 반영하는 제도적 장치 마련되나

이철재 2022. 11. 4.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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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펜타곤(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제54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는 긴박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SCM은 한국과 미국의 국방부 장관이 주도하는 양국의 군사정책 협의ㆍ조정 기구다.

전날 펜타곤 안에서 열린 기념 만찬 도중 북한이 일본쪽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 마크 밀리 미 합동참모의장은 만찬장에서 바로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논의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왼쪽)과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이 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펜타곤(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제54차 한·미 안보협의회(SCM) 환영행사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AFP=연합


이 장관이 한ㆍ미 공군의 연합공중훈련인 비질런트 스톰의 연장을 제의했고, 오스틴 장관이 흔쾌히 동의했다. 지난달 31일 시작한 이 훈련은 당초 4일 종료 예정이었지만, 북한의 연쇄 도발 속에 기간이 하루 더 늘어나게 됐다.

SCM 회의 시작 직전에도 북한은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3발을 쐈다. 오스틴 장관이 공동기자회견에서 “북한은 최근 ICBM을 포함해 다수의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며 “이 모든 행동은 잠재적으로 안보를 저해한다”고 강력히 비판에 나선 이유다.

북한의 핵ㆍ미사일 사용을 주저하도록 만드는 확장억제의 실행력을 높이는 방안은 이번 SCM의 주제일 뿐만 아니라 한ㆍ미의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SCM 공동기자회견에서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답변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


확장억제는 옛날 핵우산으로 불렸다. 핵우산 이외 스텔스 전투기와 같은 재래식 무기,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 체계와 같은 미사일 방어능력 등 억제 수단이 늘어나면서 확장억제로 발전했다. 최근 우주ㆍ사이버ㆍ전자전과 같은 ‘진전된 비핵 능력’도 덧붙여졌다.

확장억제가 북한을 상대로 통하려면 미국이 유사시 한국을 위해 억제 수단을 쓴다는 데 믿음이 가야 한다. 이에 대해 두 장관은 SCM에서 확장억제에 대한 ▶정보공유 ▶협의절차 ▶공동기획 ▶공동실행 등을 더욱 강화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위기 판단과 대응, 확장억제 수단 결정, 핵 사용 결심에 한국의 지분을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로 이어질 수 있는 대목이다. 이는 역대 SCM에서 ‘흔들림 없는 확장억제 공약 재확인’이라는 수사적 표현으로 미국이 확장억제의 실효성을 담보했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구체적이다.

SCM 공동기자회견에서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이 답변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

전경주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한ㆍ미는 SCM에서 북한의 전술핵을 특정한 뒤 이에 대한 우려와 대비를 구체적으로 언급하면서 확장억제를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는 점은 진일보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 교수는 “한ㆍ미가 확장억제 강화라는 총론에는 찬성했지만, 각론에 대한 구체적 내용이 안 보인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한국의 미국 확장억제 관여로 들어가는 현관문이 막 열린 셈”이라며 “빨리 입장할지, 아니면 늦게 입장할지는 앞으로 우리의 노력에 달렸다”고 말했다,

한ㆍ미는 또 매년 확장억제 수단 운용 연습(DSC TTX)을 열어 그 결과를 갖고 북한의 핵ㆍ미사일 위협에 따라 한ㆍ미의 대응 능력을 조정하는 맞춤형 억제전략(TDS)을 더 정교하게 가다듬기로 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과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3일(현지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장거리폭격기 B-1B 랜서 앞에서 승무원, 정비진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AFP=연합


이 장관은 대신 공동기자회견에서 “정부의 한반도 비핵화 정책에 대해서는 변함이 없다. (미국) 전술핵의 (한반도) 재배치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을 신뢰한다는 의사를 강조한 것이다.

이번 SCM의 또 다른 성과는 미국 전략자산의 상시 배치 수준의 전개다. 이 장관은 “차관보급 협의채널과 합동참모본부ㆍ연합사령부 간 채널로 필요할 때 전략자산을 미국에 요청하면 바로 전개하는 효과가 동일하다는 차원에서 상시 배치 수준의 전개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는 지난 5월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간 정상회담에서 시의적절하고 조율된 방식으로 전략자산을 전개하기로 한 합의가 바탕에 깔렸다. 상시 배치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에 효과가 그에 맞먹도록 전략자산의 전개와 강도를 높이는 방안이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다.

미국 해군의 오하이오급 핵추진 전략잠수함에서 잠수함발사미사일(SLBM)을 쏘고 있다. 실제 핵탄두가 아닌 모의탄두가 달린 미사일의 시험 발사다. 이 같은 전략자산은 미국 확장억제의 주요 수단이다. 미 해군.


실제로 이후 F-35A 스텔스 전투기, 핵추진항모 로널드 레이건함, 핵추진 공격잠수함 아나폴리스ㆍ키웨스트 함 등 전략자산이 한반도에 전개됐다.

오스틴 장관은 “전작자산 전개가 (북한에 보내는) 아주 강력한 신호라고 생각한다. 준비태세 강화에 대한 우려가 있을 수 있지만, 우리(한·미)는 효과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 주말 서울에서 발생한 참혹한 비극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이태원 참사에 애도를 표했다.

워싱턴 DC=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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