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m 공중서 아찔 곡예...‘태양의 서커스’ 객석율 90% 흥행 터졌다
무대 위 10m 높이 공중그네 4개가 곡예사들의 점프로 출렁이자 긴장했던 관객들이 환호를 내질렀다. 사모아 전통춤을 접목한 과감한 불쇼, 지름이 성인 키만 한 거대 바퀴를 굴리고 뒤집는 묘기마다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지난달 20일 서울 잠실종합경기장에서 4년 만의 내한 공연을 개막한 태양의서커스 ‘뉴 알레그리아’가 회당 90% 평균 객석 점유율을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공연사 마스트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잠실경기장 부지에 설치한 서커스 공간인 ‘빅탑’은 2600여명이 수용 가능한 규모. 지난 2일 자체 집계한 총 14회 공연 관람객이 2만9000명에 달했다고 한다.
매회 90% 객석율 "마스크 쓰고 입 떡벌어져"
“라스베이거스·마카오 등 해외 공연보다 무대 스케일이 작다”는 지적도 있지만, “마스크 썼지만, 입이 떡 벌어졌다” “장인·장모·처제·아내까지 다섯이서 봤다” 등 호평이 많았다. 코로나 기간 억눌린 문화 관람 욕구가 생생한 볼거리와 맞아 떨어진 결과라는 분석이다.
‘뉴 알레그리아’는 태양의서커스가 현재 공연 중인 약 20개 프로그램 중 ‘알레그리아’(1994~)를 2019년 25주년을 맞아 재정비한 작품이다. ‘알레그리아(Alegría)’는 스페인어로 기쁨이란 뜻. 초연 제작자 프랑코 드라고네가 스페인 시골주민들이 지칠 때 외친 감탄사에서 따왔다.
1996년 그래미 편곡상 후보에 오른 동명 주제가를 비롯해 팝·재즈를 넘나드는 음악으로도 사랑받으며, 40개국 255개 도시에서 1400만 관객을 기록한 작품이다.
음악·무대·곡예·의상 등을 새단장한 ‘뉴 알레그리아’는 2020년 내한 계획이었지만 코로나19로 연기돼 올해 국내 관객을 찾았다. 지난해 미국 휴스턴에서 초연 후 태양의서커스 탄생지인 캐나다를 거쳐 첫 월드투어 공연지로 한국을 택했다. 2018년 태양의서커스 ‘쿠자’ 이후 4년만의 내한이자, 태양의서커스 공연으론 2007년 처음 한국을 찾은 ‘퀴담’ 이후 7번째(‘알레그리아’ ‘바레카이’ ‘마이클 잭슨 임모털 월드투어’ ‘쿠자’ 등) 내한 공연이다.
아찔한 고난위 곡예, 한국말 촌극에 웃음
높이뛰기용 장대를 가로로 지탱한 뒤 그 위에서 공중 발레를 하고, 파트너의 손·어깨·발 위에서 균형을 잡는 공중곡예, 몽골 예술에 기반을 둔 아크로바틱 기술 등이 시선을 압도한다. 고도의 곡예 사이엔 어수룩한 어릿광대 콤비가 “안녕” “아니 아니” “친구” 등 한국말을 활용한 촌극으로 쉼표 같은 웃음을 준다. 종이 눈꽃이 무대를 뒤덮는 한바탕 소동 뒤엔 화합의 결말이 찾아온다.
"일 끊겨 식당 열었는데…" 곡예사들 복귀무대
오랜만에 무대 복귀한 곡예사들도 저마다 기쁨을 내비쳤다. 공중그네 곡예를 하는 브라질 출신 에스테파니 에반스는 5대째 서커스를 해온 집안 출신으로, 팬데믹이 길어지면서 공연을 못해 생계를 위해 식당을 열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무대에 서는 게 먼훗날이겠구나, 암담하기만 했는데 복귀하란 연락이 와서 정말 기뻤습니다.”
1984년 캐나다 퀘벡에서 탄생한 태양의서커스는 60개국 450여 도시에서 2억 명 이상의 관객을 끌어모았다. 태양의서커스 ‘뉴 알레그리아’는 내년 1월 1일까지 공연한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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