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m 공중서 아찔 곡예...‘태양의 서커스’ 객석율 90% 흥행 터졌다

나원정 2022. 11. 4.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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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서커스 '뉴 알레그리아' 천사들. 무대위 10m 위치에서 4개의 공중 그네를 탄 곡예사들이 번갈아 도약하며 절묘한 호흡을 선보인다. 제공 마스트엔터테인먼트

무대 위 10m 높이 공중그네 4개가 곡예사들의 점프로 출렁이자 긴장했던 관객들이 환호를 내질렀다. 사모아 전통춤을 접목한 과감한 불쇼, 지름이 성인 키만 한 거대 바퀴를 굴리고 뒤집는 묘기마다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지난달 20일 서울 잠실종합경기장에서 4년 만의 내한 공연을 개막한 태양의서커스 ‘뉴 알레그리아’가 회당 90% 평균 객석 점유율을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공연사 마스트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잠실경기장 부지에 설치한 서커스 공간인 ‘빅탑’은 2600여명이 수용 가능한 규모. 지난 2일 자체 집계한 총 14회 공연 관람객이 2만9000명에 달했다고 한다.


매회 90% 객석율 "마스크 쓰고 입 떡벌어져"


태양의서커스 '뉴 알레그리아' 프레스콜이 지난달 20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빅탑에서 열렸다. 마이클 스미스 예술감독을 비롯해 주요 장면 출연자 팔라니코 솔로모나 페네사, 아메드 투니치아니, 에스테파니 에반스, 가수 아이린 루이즈 마틴, 카시아 라켈 등이 시연에 참석했다. 사진 마스트엔터테인먼트
태양의서커스 '뉴 알레그리아' 중 파이어 나이프 댄스. 사모아 전통춤을 적용해 불로 저글링뿐 아니라 불꽃을 삼키고 몸에 바르고, 만지는 묘기를 보여준다. 제공 마스트엔터테인먼트
지난달 20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내 빅탑에서 개막한 태양의서커스 '뉴 알레그리아' 중 '저먼 휠' 장면. 거대한 바퀴를 구르고 돌리며 무대를 장악하는 묘기로, 곡예사 프레데릭 레미외-코르미외가 출연했다. 그는 태양의서커스 의상 디자이너인 어머니를 통해 어릴적부터 백스테이지에서 지내며 자연스럽게 서커스 예술가를 꿈꿨다. 사진 마스트엔터테인먼트
태양의서커스 '뉴 알레그리아' 중 천사 캐릭터가 지팡이 위에서 균형을 잡으며 힘과 유연성의 조화를 우아하게 펼쳐낸다. 몽골 예술에 기반한 아크로바틱 곡예 기술을 적용했다. 제공 마스트엔터테인먼트
지난달 29일 저녁 공연 객석에선 자녀를 동반한 가족 관객, 외국인 관객도 눈에 띄었다. 인터파크 예매 관객 성비는 여성이 66.9%, 연령별로는 40대가 34.4%로 가장 높고, 30대 33.1%, 20대 18.1% 순서였다. 관람평점도 9.1(10점 만점)로 준수하다.
“라스베이거스·마카오 등 해외 공연보다 무대 스케일이 작다”는 지적도 있지만, “마스크 썼지만, 입이 떡 벌어졌다” “장인·장모·처제·아내까지 다섯이서 봤다” 등 호평이 많았다. 코로나 기간 억눌린 문화 관람 욕구가 생생한 볼거리와 맞아 떨어진 결과라는 분석이다.

‘뉴 알레그리아’는 태양의서커스가 현재 공연 중인 약 20개 프로그램 중 ‘알레그리아’(1994~)를 2019년 25주년을 맞아 재정비한 작품이다. ‘알레그리아(Alegría)’는 스페인어로 기쁨이란 뜻. 초연 제작자 프랑코 드라고네가 스페인 시골주민들이 지칠 때 외친 감탄사에서 따왔다.
1996년 그래미 편곡상 후보에 오른 동명 주제가를 비롯해 팝·재즈를 넘나드는 음악으로도 사랑받으며, 40개국 255개 도시에서 1400만 관객을 기록한 작품이다.

음악·무대·곡예·의상 등을 새단장한 ‘뉴 알레그리아’는 2020년 내한 계획이었지만 코로나19로 연기돼 올해 국내 관객을 찾았다. 지난해 미국 휴스턴에서 초연 후 태양의서커스 탄생지인 캐나다를 거쳐 첫 월드투어 공연지로 한국을 택했다. 2018년 태양의서커스 ‘쿠자’ 이후 4년만의 내한이자, 태양의서커스 공연으론 2007년 처음 한국을 찾은 ‘퀴담’ 이후 7번째(‘알레그리아’ ‘바레카이’ ‘마이클 잭슨 임모털 월드투어’ ‘쿠자’ 등) 내한 공연이다.


아찔한 고난위 곡예, 한국말 촌극에 웃음


태양의서커스 '뉴 알레그리아' 중 종이눈꽃이 휘날리는 '스노우 스톰' 장면에서 광대들이 연기하는 모습이다. 제공 마스트엔터테인먼트
태양의서커스는 공연 전체를 관통하는 줄거리에 맞춰, 체조·무용·전통예술가 출신의 다양한 곡예사가 고도의 기술을 펼치는 게 특징이다. 알레그리아는 왕이 부재한 궁정에서 왕좌를 탐내는 ‘미스터 플뢰르’ 등 어릿광대들과 구습을 지키려는 귀족들, 개혁을 꿈꾸는 거리의 젊은이들, 왕국의 수호자인 천사들이 뒤얽힌 투쟁을 그린다. 2명의 가수가 공연 내내 실시간으로 부르는 주제가에 맞춰, 19개국 53명의 아티스트가 10가지 아찔한 곡예를 펼쳐낸다.

높이뛰기용 장대를 가로로 지탱한 뒤 그 위에서 공중 발레를 하고, 파트너의 손·어깨·발 위에서 균형을 잡는 공중곡예, 몽골 예술에 기반을 둔 아크로바틱 기술 등이 시선을 압도한다. 고도의 곡예 사이엔 어수룩한 어릿광대 콤비가 “안녕” “아니 아니” “친구” 등 한국말을 활용한 촌극으로 쉼표 같은 웃음을 준다. 종이 눈꽃이 무대를 뒤덮는 한바탕 소동 뒤엔 화합의 결말이 찾아온다.


"일 끊겨 식당 열었는데…" 곡예사들 복귀무대


태양의서커스 '뉴 알레그리아'의 피날레 무대. 제공 마스트엔터테인먼트
지난달 20일 내한 간담회에서 마이클 스미스 예술감독은 “‘알레그리아’가 처음 제작된 94년도는 인터넷이 빠르게 보급되면서 세대 간의 소통을 끊어놓을지 모른다는 걱정이 생겨났고 작품 속 가족·가문에 그런 주제를 반영했다”면서 “‘뉴 알레그리아’는 팬데믹 열병을 같이 앓고 난 뒤 우리가 어떻게 단합할 수 있을까 라는 주제를 이어가려 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이후 첫 월드투어 작품으로 ‘뉴 알레그리아’를 고른 이유다.

오랜만에 무대 복귀한 곡예사들도 저마다 기쁨을 내비쳤다. 공중그네 곡예를 하는 브라질 출신 에스테파니 에반스는 5대째 서커스를 해온 집안 출신으로, 팬데믹이 길어지면서 공연을 못해 생계를 위해 식당을 열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무대에 서는 게 먼훗날이겠구나, 암담하기만 했는데 복귀하란 연락이 와서 정말 기뻤습니다.”
1984년 캐나다 퀘벡에서 탄생한 태양의서커스는 60개국 450여 도시에서 2억 명 이상의 관객을 끌어모았다. 태양의서커스 ‘뉴 알레그리아’는 내년 1월 1일까지 공연한다.

지난달 20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내 빅탑에서 개막한 태양의서커스 '뉴 알레그리아' 중 '에어리얼 스트랩' 장면. 줄에 높이 매달린 두 사람이 공중 곡예를 펼치는 장면으로, 체조 전공자 출신인 알렉세이 투르첸코와 9년간 발레 공부 뒤 모스크바국립서커스학교를 졸업한 율리아 마케에바가 호흡 맞췄다. 사진 마스트엔터테인먼트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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