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 자발적이지 않은 증권업계 자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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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 시장 안정화를 위해 증권사들이 십시일반 해 구성하는 '제2의 채권시장안정펀드.'
최근 레고랜드 사태에 따른 신용 경색에 따라 증권 업계가 갑자기 내놓은 자구안이다.
증권사들의 자금 경색을 막기 위해 50조원이라는 돈을 태우겠다고 하면서, 슬쩍 업계의 자구 노력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를 했다는 것이다.
오히려 업계의 도덕적 해이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당국에 힘이 됐을 것이고, 진정성 있는 자구안도 나올 수 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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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채권 시장 안정화를 위해 증권사들이 십시일반 해 구성하는 ‘제2의 채권시장안정펀드.’
최근 레고랜드 사태에 따른 신용 경색에 따라 증권 업계가 갑자기 내놓은 자구안이다. 정부가 이른바 ‘돈맥경화’를 풀기 위해 최대 50조원의 자금을 앞으로 풀겠다고 하자, 금융투자협회를 중심으로 업계가 내놓은 안이다.
스스로를 구하기 위한 안인데, 안팎으로 말들이 많다. 특히 증권업계가 당국이 ‘팔 비틀기’를 한다며 볼멘소리를 한다. 당국은 언제 돈 내놓으라고 했냐고 반발한다.
자구안이 나오기까지 과정을 살펴보면 이런 ‘설전’의 소지를 찾아볼 수 있다. 익명의 관계자에 따르면 이 안이 나오기까지 금융위원회 측의 요청이 있었다고 한다. 증권사들의 자금 경색을 막기 위해 50조원이라는 돈을 태우겠다고 하면서, 슬쩍 업계의 자구 노력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를 했다는 것이다.
당국의 속내는 이해가 간다. 지난해 증권사들은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고, 일부 직원들은 수십억 원에 달하는 성과급을 챙겨갔다. 경기 호황기 장사를 잘했다는 것을 두고 문제 삼을 필요는 없다. 다만 경기 좋을 때 고율의 이자를 노리고 ABCP 등 고위험 투자에 나섰다면, 경기 변화에 따른 대비책도 마련해야 했다. 강원도의 ‘디폴트’ 선언 이후 한 달도 안 되는 시점에 당국이 나서야 할 정도로 긴급한 상황이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10년 전 저축은행이 이런 방식으로 PF 대출을 해주다 업계 전체가 무너진 바 있다.
당국의 자구안 마련 권유(?)가 과연 ‘팔 비틀기’일까? 당국은 이번 난국을 헤쳐나가기 위해 1조6000억원 규모 채권시장안정펀드를 만들겠다고 했다가, 이를 포함 총 50조원을 풀겠다고 바꿨다. 상황이 생각보다 심각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런데 증권사들이 만들겠다는 펀드의 규모는 2조원을 넘지 못한다. 이 금액으로 시장을 개선할 수 있다거나, 증권 업계가 자구 노력을 충분히 했다고 인정받기는 어려워 보이는 액수다. 시장을 살리는 데 의미가 없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돈맥경화를 뚫을 비책이라고 볼 수도 없다는 얘기다. 특히 50조원의 지원책을 마련해주고도 업계가 ‘팔 비틀기’라고 목소리 높일 것이 뻔한데, 굳이 "십시일반 해라"라고 했을지 의구심이 든다. 당국의 의사는 협회를 거쳐 업계에 전달이 됐고 이 과정에서 의지는 왜곡 혹은 발전됐을 가능성이 크다.
논란 속에 자구안은 기존 대형 증권사만 십시일반 하는 것에서, 모든 증권사가 참여하는 것으로 경로를 수정하면서 합의를 이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양쪽 다 찜찜한 상황이 됐다. 제 코가 석 자인 업계를 ‘팔 비틀기’ 하는 당국과 경색에 따른 피해가 업계 전체의 신뢰에 영향을 줄 수 있는데 외면하는 업계라는 평을 받으며, 서로의 신뢰에 금만 가게 된 것이다. 특히 이를 바라보는 입장에서는 양쪽이 말하는 ‘합심’을 어디서 찾아야 할지 알 수 없게 됐다.
당국의 지원책이 시장에 온기를 불어 넣은 다음, 자구안을 운운했다면 어떨까하는 아쉬움이 생긴다. 당국이 말하는 자구 노력이 업계가 주장하는 ‘자금 지원’이라고 하더라도, 생존의 기로에 선 업계의 반발이 지금처럼 설득력 있게 다가오지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업계의 도덕적 해이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당국에 힘이 됐을 것이고, 진정성 있는 자구안도 나올 수 있지 않았을까.
황준호 기자 reph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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