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탈하죠?" "그래요"...집값 빠졌는데 이자 2배 "라면만 먹는다"

하수영 2022. 11. 4.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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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셔터스톡

집값의 절반 이상을 대출로 마련한 이른바 ‘영끌족’들이 고금리와 집값 하락 ‘이중고’를 겪고 있다. 한 30대 영끌족은 “실거주를 위해 마련한 아파트 가격이 1년도 안 돼 1억이 떨어졌다”며 여기에 고금리로 인한 대출 이자 부담이 더해져 라면 위주로 식사하는 생활을 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33세 직장인 A씨는 4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 익명으로 응했다. A씨는 지난해 3월 대전의 30평 아파트를 7억 원에 사면서 이 중 절반이 넘는 4억 5000만원을 주택담보대출 등 대출로 마련한 영끌족이다.

A씨는 “실거주 목적으로 구매했고 당시 금리는 2%대 초반이었다”며 “달마다 계속 고가가 갱신되니까 주위에서도 ‘지금 아니면, 나중에 가면 더 힘들다’는 얘기가 많았다. 그런 얘기를 많이 듣고 그런 결정을 내린 것이다. 큰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전경. 뉴스1

2%대였던 금리는 현재 5%대까지 올랐다. 지난달 3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9월 금융기관 가중 평균금리’에 따르면 지난 9월 예금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평균 가계대출 금리는 전월 대비 0.39%포인트 상승한 5.15%다.

A씨는 “주택담보대출뿐만 아니고 제가 대출받은 게 여러 개다 보니까 그 금리들도 한꺼번에 다 같이 올라서 한 달에 나가는 금액이 엄청 많이 올랐다”며 “원래는 (대출 이자를) 다 합해서 180만 원 정도 납부하다가 지금은 한 달에 나가는 금액이 200만 원대 중반 정도가 됐다”고 밝혔다.

A씨는 그러면서 “월급날 되면 거의 다 그쪽으로 돈이 나가다 보니까 다른 소비 자체를 아예 거의 못 하게 됐다. 그래서 외식이라든가 배달 애플리케이션 같은 것도 다 지워버렸다. 집에서 라면 먹고 살고 있다”고 털어놨다. A씨는 진행자가 “허탈한 웃음이 나온다”고 하자 “그렇다”고 말하기도 했다.

A씨는 “주변에도 비슷한 처지인 분들이 좀 많은데 다들 힘들어한다”며 “다만 실거주보다 투자 목적으로 ‘갭 투자’를 한 그런 사람들은 자기들이 직접 실거주 하는 것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런 상황이 닥치니까 실질적으로 더 힘들어한다”고 전했다.

현재 A씨가 거주 중인 아파트의 가격은 1억 원가량 하락한 6억 원대라고 한다. A씨가 거주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벌어진 일이다. A씨는 “제가 샀을 때도 오르는 추세여서 몇 개월 동안 오르다가 금리가 확 오르고 하다 보니까 거래 자체가 안 되고 급매도 나오고 해서 확 떨어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집값도 지금 안 본 지 꽤 됐다. 건너서 듣기만 하고 제가 직접 보지는 않는다. 어차피 뭐 방법이 없으니까. 시세표도 안 본다”라며 ‘금리가 더 오를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느냐’는 진행자 질문에는 “당장 할 수 있는 게 많지는 않아서 최대한 소비 줄이면서 나가는 돈을 갚을 것”이라고 답했다.

하수영 기자 ha.su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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