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마을-늘어나는 빈집, 시골살이의 현실

이준목 2022. 11. 4.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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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리뷰] KBS 2TV <세컨 하우스>

[이준목 기자]

연예계 대표 잉꼬부부 최수종-하희라, 절친 배우 주상욱-조재윤이 오랫동안 꿈꿔온 '세컨하우스'의 로망을 실현하기 위하여 시골마을의 빈집재생 프로젝트에 도전했다. 3일 첫 방송된 KBS 2TV <세컨 하우스> 첫 회에서는 출연자들이 앞으로 살아가게 될 시골집과의 첫 만남과, 방치된 폐가들이 초래한 문제점들이 지역 사회에 미치는 영향 등이 다루어졌다.

조재윤과 주상욱은 첫 답사를 위하여 전라남도 강진의 병영면 마을을 찾았다. 낚시광답게 두 사람은 제일 먼저 하천과 저수지 등을 찾으며 시종일관 낚시 생각을 드러냈다. 동네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즉석에서 진행된 인지도 테스트에서는 주상욱이 의외로 조재윤에 이어 아내 차예련에게도 잇달아 밀리는 굴욕을 당했다. 주상욱은 "이 동네에서 사는 동안은 제 이름은 주상욱이 아니라 '이 양반'으로 해야겠다"며 어른들의 반응에 씁쓸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시골마을은 국보급 나무를 비롯하여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맑은 공기를 갖춘 살기좋고 평화로운 분위기였다. 하지만 젊은 사람들이 하나둘씩 도시로 떠나면서 인구가 줄고 빈 집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이었다.

주상욱과 조재윤은 후보지인 병영면과 원포리 마을을 잇달아 방문하여 이장님들과 함께 동행하며 세컨하우스가 될 빈집들을 탐색했다. 최근 지자체에서는 최근 시골 빈집들이 늘어나면서 매해 기관단체에서 빈집 실태조사에 나서고 있다고. 마을의 미관을 위하여 지붕을 개량-보수해주기도 하고, 빈집 철거를 위한 지원금을 지급하여 철거된 빈집터는 전원주택 등으로 재활용하는 등 다양한 지원사업도 이루어지고 있다.

10년, 20년 넘게 사람없이 오랫동안 방치된 집들은 무성하게 자라 숲이 되어버린 입구와 으슥한 야외 화장실, 낡고 오래된 옛 살림살이 등으로 웬지 스산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주상욱과 조재윤은 "분위기가 전설의 고향인데?" "무서워서 못살 것 같다"며 의외로 겁많은 면모를 드러내며 웃음을 안겼다.

두 사람은 4번째로 방문한 빈 집을 세컨하우스로 낙점했다. 충북 청원의 시골출생인 조재윤은 시골집의 구조를 마치 자기 집처럼 훤히 꿰뚫고 있었다 조재윤은 "시골 태생이다보니 시골이라는 공간 자체가 좋다. 시골에 목말라있다. 당장이라도 가고 싶다"며 로망을 드러냈다. 주상욱도 탁 트인 마당과 바다가 가까운 집의 위치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두 배우는 공간디자이너 어성욱 한양대 교수와 만나 폐가 리모델링에 대하여 상의하며 다양한 로망들을 쏟아냈다. 어 교수는 "어쩌면 도시의 데일리하우스에서는 불가능한 엉뚱한 생각들이 실현 가능할수 있도록, 충분히 힐링하고 쉴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보겠다"고 약속했다.

최수종-하희라 부부는 강원도 홍천으로 향했다. 최수종은 "항상 사람들의 환호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으니 혼자 있고 싶어하지 않을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저는 지금도 사람이 그립다"며 의외의 속마음을 고백하면서 "시골 마을에 간다면 마을 사람들과 함께 소통하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최수종은 스케줄로 불참한 아내를 대신하여 조카 조태관과 함께 홍천 답사에 나섰다. 하희라의 찐팬이자 첫사랑이었다고 고백한 이장님은 하희라의 부재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며 최수종과 묘한 신경전을 벌였다. 최수종은 "살갑게 대화를 하다보면 저와 가까워 질 거다"라고 너스레를 떨었지만, 이장은 "한번 팬은 영원한 팬이다"라고 단호하게 받아치며 최수종을 당황하게 했다.

빈집 탐방에 나선 최수종은 방안 곳곳에 사람의 흔적이 남은 첫 번째 집을 둘러보고 묘한 감정에 빠졌다. 최수종은 "쓸쓸하다는 표현이 딱 맞는 것 같다. (주인을 잃고) 집으로서의 생명이 다한다는 것은 상상도 해보지 못했다"며 착잡함을 드러냈다.

이장님이 동네 곳곳에 빈집이 많다면서 심지어 범죄에 이용된 적이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밝히며 최수종과 조태관을 깜짝 놀라게 했다. 아무 관심없이 기피하는 분위기와 인적이 드문 외진 장소의 특성 때문에 다양한 범죄에 이용당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 홍천군의 지속적인 인구감소와 함께 빈 집 문제는 지역사회의 골칫거리가 되어버린지 오래다.

최수종은 첫 집에 마음에 든 기색을 보였지만 어느 집이 좋을지 최종 선택권은 자신이 아닌 아내 하희라에게 있다고 고백했다. 이장님은 "결정권이 없으시구나" 하고 돌직구를 날리며 웃음을 자아냈다, 최수종은 "사는게 다 그렇지 않나. 남자가 무슨 결정권이 있나" 하고 넋두리를 했고, 이장님은 "저도 마찬가지"라고 공감하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장님과 최수종-조태관은 자리를 옮겨 몇몇 빈 집들을 더 둘러봤다. 정글 같은 입구 때문에 들어가기도 나오기도 힘든 집, 곳곳에 위험한 말벌집이 발견되어 119가 출동한 집도 있었다.

최수종 일행은 마지막은 1975년에 지어져 관사로 쓰이던 집으로 이동했다. 빈 집이었지만 곳곳에 빈 술병과 폭죽들이 발견되어 외지인들이 다녀간 흔적을 느끼게 했다. 이장님은 산행을 다녀온 외지인들이 우연히 방문했다가 알게 되었을 가능성을 언급하며,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 때문에 지자체에서도 철거를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수종은 "이거다 하는 느낌이 딱 왔다"면서 넓직한 풍경이 보이고 이웃들과 가깝게 소통이 가능한 네 번째 집을 낙점했다. 최수종은 어성우 디자이너에게 이웃과의 소통을 가로막는 높은 담을 철거하고, 창고를 아내 하희라만을 위한 공간으로 개조할수 있는 아이디어를 주문했다. 이어 다음주에는 최수종-하희라 부부와 조재윤-주상욱 콤비가 본격적으로 폐가 리모델링에 나서는 이야기를 예고했다.

<세컨하우스>는 '새로운 일탈'과 '나만의 공간'을 추구하는 현대인들의 로망을 담아낸 리얼리티 관찰예능을 표방했다. <삼시세끼> 시리즈의 성공 이후 시골을 무대로 유명인들의 자급자족 슬로우 라이프를 그려낸 예능들은 꾸준하게 제작되어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또한 올해들어 코로나19 관련 규제들이 완화되면서 여행과 일상탈출에 목말라있던 시청자들에게는 각박한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시골만의 편안한 분위기와 자유로움이 대리만족의 힐링을 선사한다.

기존의 시골예능들이 잠깐의 일탈이나 여행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세컨하우스>는 실제 거주 공간으로서의 시골 생활이 주는 현실과 장단점에 대해서도 조명하는 것이 차별화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지방의 고령화와 인구 감소, 곳곳에 방취된 빈집과 폐가로 인한 문제점 등 그동안 낭만적으로만 묘사되었던 시골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전국에 방치된 빈집은 2022년 기준, 현재 공식집계된 것만 139만 5256호에 이른다. 겉보기에는 평화롭지만 인구감소로 인하여 몇십 년 이내에 지역 자체가 소멸될 수 있다는 충격적인 진단을 받은 시골 마을의 안타까운 실태, 무관심한 방치된 폐가들이 범죄에 이용되기도 하고, 양심없는 외지인들의 무단 이용으로 쓰레기 방치나 자연경관 훼손 등의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는 현실들은 큰 충격을 안겼다.

<세컨하우스>는 지자체와 함께하는 빈집 재생 프로젝트를 통하여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시골 빈집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활용할 것인지, 귀농한 외지인들이 지역 주민들과 함께 어떻게 소통해야할 것인지, 정착과 공존의 과정을 모색할 예정이다. 시골 생활에 대한 관심을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현실적인 문제를 담아내며 도시와는 다른 시골라이프의 대안적 기능과 지속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보는 '공익예능'으로서의 역할을 기대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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