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호의 생명이야기]<245> 감기약의 공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아프면 약을 먹어야 낫는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아파서 병원에 갔다가 의사가 약 처방을 해주지 않으면, 의사가 자신의 의무를 소홀히 한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을 우리는 쉽게 만날 수 있다. 감기에 걸렸을 때도 마찬가지다. 당연히 감기약을 처방받아 먹어야 곧 나을 것 같은 기분을 느끼는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감기약을 먹어야 감기가 잘 낫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감기약은 적어도 낫게 해 준다는 믿음에서 오는 위약효과가 있을 것이고, 거기다가 사람들이 흔히 감기약으로 알고 있는 약들은 콧물이나 기침, 두통, 발열과 같은 감기의 증상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어서 감기약을 감기를 낫게 해준 일등 공신으로 생각하는 것도 무리가 아닐 텐데, 감기약의 실질적인 공로는 어디까지일까?
질병관리청의 국민건강정보 포털에는 감기를 일생 동안 안 걸려 본 사람이 없고, 성인이 평균적으로 연간 2~3회, 소아는 6~8회 걸리는 질병으로 소개하고 있다. 특별한 치료를 받지 않아도 대체로 1주일 남짓 지나면 낫기 때문에 병원에 가지 않는 사람이 많음에도 건강심사평가원의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에는 감기로 진료를 받은 사람이 해마다 1,900만 명 수준으로 많았다.
감기는 이처럼 누구나 걸릴 수 있기 때문에 감기에 대해서는 모두가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하기 쉬운데, 사람들은 과연 감기를 잘 알고, 잘 대응하고 있을까?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으로 2021년에는 감기 진료를 받은 사람이 1,000만 명 수준으로 거의 반이 줄어든 것만 보아도 사람들이 잘 대응한다면 감기를 예방할 여지가 많고, 잘 대응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감기에 잘 대응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덜 걸리고, 걸렸을 때 쉽게 나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에 감기 치료를 받기 위해 병원을 찾아가는 수고를 덜 수 있고, 합병증으로 고생하지도 않고 좋은 컨디션을 유지함으로써 삶의 질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연간 2조원에 이르는 의료비도 상당 부분 절약할 수 있어 그 효과는 대단히 클 것이다.
우리가 감기에 걸리는 과정과 낫는 과정을 살펴보자. 감기를 일으키는 병원체는 대부분 여러 종류의 바이러스이며, 그중에서도 리노바이러스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감기 바이러스는 환자가 기침, 재채기 또는 말할 때 공기 중의 작은 물방울을 통해 또는 환자와 접촉하거나 오염된 물건을 공유할 때 입이나 눈 또는 코를 통해 몸에 들어와 전염된다.
감기 바이러스가 몸 안에 들어오면 1~3일의 잠복기를 거쳐 감기 증상이 나타나는데, 이런 증상들은 감기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것이 아니고, 면역세포인 백혈구들이 바이러스를 제거하기 위해 만드는 면역반응이다. 이러한 면역반응이 일어나는 동안 백혈구들은 바이러스를 열심히 제거하여 1주일에서 10일 정도 지나면 대부분 자연치유 된다.
사람들은 감기 바이러스가 몸에 들어오면 누구나 감기에 걸리는 것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코로나19의 예에서 보듯이 바이러스에 노출되어도 모두가 걸리는 것은 아니다. 우리 몸 안의 백혈구들은 몸에 들어온 바이러스를 파괴하기 때문에 바이러스가 몸 안에 들어와도 감기에 걸리지 않는 사람도 많으며, 걸린 다음에도 백혈구들이 바이러스를 열심히 제거하기 때문에 낫는 것이다.
이처럼 감기의 예방도 자연치유도 백혈구의 몫인데, 만약 감기약을 먹으면, 이와 같은 감기의 자연치유 과정에 어떤 영향을 줄까? 감기약들은 감기 바이러스를 죽이는 약들이 아니고, 감기 증세를 완화하는 약들이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감기 증세를 완화해 고통을 줄여주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백혈구의 바이러스 제거 활동을 방해하기 때문에 감기는 오히려 더 늦게 나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감기에 걸리면 어떻게 하는 것이 자연치유에 가장 좋을까? 면역세포의 면역력을 회복시키는 것이 최선이므로 긴급하지 않은 에너지 소비를 최소한으로 줄여 감기 바이러스의 제거에 전념하려는 면역반응을 도와야 한다. 긴급하지 않은 육체적·정신적 활동을 줄이고, 편안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다. 산소가 풍부한 곳이면 더욱 좋고, 물은 충분히 마셔야 한다.
질병에 걸리거나 다치면 식욕이 떨어지는 면역반응에 따라 체력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동물들처럼 금식하는 것이 좋으며, 소화가 잘되는 과일 위주의 가벼운 식사도 좋다. 아프면 더 잘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우리 몸에는 한 달 정도는 물만 먹어도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가 충분히 비축되어 있으므로 공비 토벌하는 동안 라면 사재기는 하지 않아도 된다.
감기 바이러스는 공기 속의 작은 물방울이나 환자의 분비물, 또는 바이러스에 오염된 매개물과의 접촉을 통해서 전염되기 때문에 감기의 예방을 위해 감염 가능성이 높은 매개물과의 접촉을 삼가고, 외출에서 돌아와서는 손을 깨끗이 씻는 등 감염을 차단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장기적으로는 감염 차단 노력에도 감기 바이러스에 노출되거나 감기에 걸릴 경우에 대비하여 평소에 높은 면역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므로 생명 스위치를 켜는 친생명적인 생활을 통하여 높은 면역력을 유지(생명 이야기 68편 참조)함으로써 감기뿐만 아니라 모든 면역성 질병으로부터 건강을 지킬 수 있다.
감기약은 가능하면 먹지 않는 게 최선이고, 증상이 심하여 견디기 어려우면 최소한으로 줄이는 것이 좋다. 어차피 감기를 몰아내는 것은 백혈구들의 몫이므로 백혈구들이 일하는 것을 응원해야지, 백혈구들이 일하는 것을 간섭하는 감독관을 많이 고용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
김재호 독립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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