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간선거 D-4…삼성·SK 반도체 돌파전략은
노골화된 대중국 견제로 삼성·SK '탈중국' '메모리 기술' 전략 고민
국내 사업장 중심 대규모 R&D·투자로 '메모리 반도체' 위상 높여야
앞으로의 미국 국정운영 방향을 가늠케 할 중간선거가 4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주요 산업 정책기조에 변화가 생길 지 관심이다. 전문가들은 경기부양과 국가안보 강화에 공화당·민주당 모두 뜻을 같이하고 있는 만큼 미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 움직임은 가속화될 것으로 진단한다.
그만큼 미국의 대중국 견제도 심화될 것으로 예상돼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돌파구 마련은 시급해졌다. 메모리 분야 강자 지위 유지를 위해 대규모 연구개발(R&D), 투자를 지속하되 기술 유출 방지·운영 효율화 차원에서 소재 조달부터 반도체 생산까지 아우를 국내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은 오는 8일(현지시간) 미국 전역에서 중간선거를 실시한다. 이 선거를 통해 연방 상원의원 35명, 하원의원 435명, 36개주 주지사가 선출된다.
중간 선거는 바이든 정부의 정책을 평가하고, 후반기 국정운영 방향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선거 결과에 따라 다수당이 바뀌면 주요 정책 추진동력에도 당연히 변화가 생긴다.
다만 미국이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경기부양과 국가안보 정책의 경우,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큰 틀에서 뜻을 같이하고 있어 계속해서 힘이 실릴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전기차·배터리 공급망 확대를 골자로 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미국 내 설비 투자 시 최대 25%의 세제혜택을 부여하는 반도체와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 등은 선거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추진동력을 얻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미국은 반도체 산업 발전과 기술적 우위 유지를 위해 2800억 달러(약 365조원) 규모의 반도체와 과학법을 지난 7월 통과시켰다.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에 25%의 세액 공제를 적용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어 투자를 약속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은 수혜를 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세액공제 혜택을 받는 기업들은 중국 내 반도체 신설 투자를 하지 못한다는 내용도 담고 있어 부담도 상당하다. 삼성과 SK는 현재 중국 생산·판매 비중이 40%에 달한다.
7월 반도체와 과학법 통과에 이어 미국 상무부는 10월 초 중국 반도체 생산기업에 반도체 장비를 수출하는 것을 사실상 금지하는 강력한 수출통제 조치도 발표했다. 노골화된 미국의 대중국 견제로 삼성과 SK 모두 대안 마련이 시급해진 상황이다.
특히 미국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산업기술 뿐 아니라 군사력, 경제력에서 모두 중국 보다 우위를 차지하겠다는 전략이어서, 이 같은 기조는 단기 이슈로 그칠 가능성은 적다. 오바마 정부부터 시작된 대중국 견제는 트럼프 정부 들어 노골화됐고, 바이든 정부가 이를 제도화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미국·중국의 신냉전 움직임에 낀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투자 명분과 경제 실리를 취해야 하는 '절묘한 균형' 딜레마에 빠진 상황이다. 특히 중국 내 생산설비가 적지 않고, 최대 수입국 역시 중국이어서 고민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액 1280억 달러 중 대중국 수출은 502억 달러로 약 39%를 차지했다. 홍콩(266억 달러)을 포함하면 비중은 60%나 된다.
그러나 미국에 반도체 원천기술을 의존하는 상황에서 예전과 같은 중립 기조를 유지한다는 것은 어려워졌다. 미국은 설계, 생산장비 등 후방공정에서 글로벌 1위로 지배적인 위치에 있다. 반도체 기술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이 같은 미국 규제 조치에 자유롭기가 어렵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시장이 녹록지 않게 전개되고 있는 점을 감안해 국내 기업들이 '점진적 탈중국'과 '메모리 반도체 중심 R&D·투자' 투트랙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반도체산업의 가치사슬별 경쟁력 진단과 정책 방향' 보고서를 통해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선제 투자와 대형 R&D 추진으로 경쟁우위를 지속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높은 중국 의존도에서 점진적으로 벗어나는 전략이 동시에 요구된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메모리 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평택, 용인 등 국내 사업장을 중심으로 K-반도체 클러스터를 만드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 차원에서 우리 기업이 취약한 소재·제조 장비 분야는 세액공제, 인센티브 등 혜택으로 해외 기업의 한국 투자를 유인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소재부터 제품까지 일원화된 가치사슬(밸류체인) 구축으로 한국의 반도체 경쟁력 위상을 제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시스템반도체의 경우 팹리스 분야에선 수요 분야와 연결된 R&D 추진 등으로 시장 확대를, 파운드리 분야에선 국내 파운드리 기업과 팹리스 기업간 교류 활성화로 성장동력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반도체 업계는 삼성과 SK가 '반도체 혹한기'로 실적이 계속 고꾸라지고 있지만 내년 말부터 반도체 수요가 다시 살아나고 시황도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을 감안하면 선제 투자 필요성에 공감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은 메모리에 비해 시황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파운드리에도 적지 않은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면서 "현재 손실을 만회하고 미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전체 반도체 투자 계획을 보다 면밀하게 세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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