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제리계 프랑스 작가 브리지트 지로, 제120회 공쿠르상 수상
지로, 2007년 단편 공쿠르 상도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프랑스 공쿠르상은 올해『비브르 비트(Vivre vite)』를 쓴 알제리계 프랑스 작가 브리지트 지로(62)에게 돌아갔다.
공쿠르 아카데미는 3일(현지시간) 알제리에서 태어나 프랑스 리옹에서 자란 지로가 펴낸 자전적 소설이 제 120회 공쿠르상을 받게 됐다고 밝혔다. '비브르 비트'는 프랑스어로 '빠른 생'이라는 뜻으로, 지난 8월 펴낸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자 14번째 책이다. 1999년 6월 남편이 오토바이 사고로 세상을 떠나기까지의 행적을 되짚어보는 내용의 소설이다. 심사위원단은 "운명이란 무엇인가에 관한 질문을 아주 단순하고도 진정성있게 제기했다"고 평했다.
수상작 『비브르 비트』는 여성 주인공이 남편과 함께 살던 집을 팔기 위해 준비하며 '만약에~'라는 가정을 수없이 반복하는 모습을 그렸다. 주인공은 20년 전 남편이 허망하게 죽은 사고를 두고 '만약 이 집을 사지 않았더라면', '만약 출판사와 약속 장소를 리옹으로 바꾸지 않았다면', 심지어는 '남편이 탄 일본산 오토바이가 프랑스로 수입되지 않았더라면'하는 상상까지 해보지만, 왜 남편이 죽어야만 했는지 끝내 이해하지 못한다.
2007년 단편 공쿠르상에 이어, 본상도 쾌거
1977년 공쿠르상 수상자이자 공쿠르 아카데미 회장 디디에 드쿠앵은 "지로는 이 작품에서 운명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아주 단순하고도 진정성있게 제기했다"고 평했다. 지로는 "여자이기 때문에 상을 받은 게 아니라 수년 동안 문학에 힘써왔기 때문에 상을 받았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1960년 알제리에서 태어난 브리짓 지로는 프랑스 리옹에서 유년기를 보냈고, 대학에서 영문학과 독일어를 전공했다. 이후 번역가, 저널리스트로도 일했다. 1997년 낸 첫 책 『부모님의 방』으로 아동문학상 등을 받으며 데뷔했고, 이후 다수 소설을 집필했다. 그가 2007년 쓴 단편 『사랑은 매우 과대평가되었다』는 공쿠르 위원회가 단편에 수여하는 단편상을 받았다.
공쿠르 상은 프랑스 작가 에드몽 공쿠르의 유언에 따라 제정돼, 1903년부터 이어져 온 문학 시상식이다. 상금은 10유로(약 1만 4000원)에 불과하지만, 프랑스 최고 권위의 문학상으로 꼽히며 노벨문학상·부커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불린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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