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믿음의 책담] '어째서 이런 일이…'를 '어떻게 즐겁게 살까'로
고등학교 자퇴 후 맹학교 입학
가는 곳마다 장애인 편견·장애 해결
유튜버 도전 장애인 동정 시선 바꿔
국내 최초 시각장애인 46만 구독자 유튜버
[아시아경제 서믿음 기자] "왜 난 행복할 수가 없는 걸까."
‘슬픔은 원샷, 매일이 맑음’(위즈덤하우스)의 저자 김한솔(28)은 열여덟 살 당시 갑자기 나타난 시력 이상 증세(레베트 시신경병증)로 석 달 만에 시력을 잃었다. 아버지의 재혼과 갑작스러운 죽음에 더해진 시련에 불행의 골은 더욱 깊게 팼다. 고등학교에서도 자퇴해야 했다.
낙담했지만 그 시간과 강도가 깊지 않았다. 유난히 강한 도전욕과 호기심을 바탕으로 한빛맹학교에 입학해 특유의 밝음으로 전교회장을 지냈다. 시각장애인 앞에 놓인 제한적 선택지를 부인하고, 이례적으로 건국대학교 경영학과를 선택했다. 그가 가는 곳에는 늘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비장애인의 시선에 맞춰진 현실을 장애인의 시선으로 찌르고 쪼개서 바로잡았다. 우울하게만 비쳤던 장애인의 삶을 있는 그대로 비춘 유튜브를 통해 장애인으로서는 국내 최초로 ‘실버 버튼(구독자 10만명 이상)’을 쟁취했다. 우리 사회 곳곳에 자리한 편견의 그늘을 몰아내기 위해 힘쓰는 김한솔 저자를 만나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즘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들었다. 어찌 지내나.
△유튜브 영상을 제작하고 강연을 다니면서 바쁘게 지내고 있다. 지난 9월부터는 북콘서트와 사인회를 많이 하고 있다. 전국 단위는 아니고 대전 정도를 오가고 있다(웃음). 지난 일요일(지난달 30일)에는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사인회도 진행했다.
-시각장애인이자 아름다운 미소와 밝은 이미지가 트레이드 마크인 유튜버로 주목받고 있다.
△크게 체감은 못 하는데, 길에서 먼저 다가와 인사해주시는 분들이 늘었다. 선물을 주시거나 따뜻한 말을 건네주신다. 북콘서트는 지난달에 처음 해봤는데 너무 많이 신청해주셔서 다 못 오셨다고 들었다.
-밝은 미소 이면에는 여러 어려움이 자리한다. 그런 고난에 잠식될 법도 한데, 유쾌하게 딛고 일어난 비결이 있다면.
△사소한 일이지만 그 속에서 ‘와 이거 진짜 재밌다’라는 상황을 반복적으로 생각하는 편이다. 그러면 어느새 고통은 약해지고 약해지면서 어느 지점을 넘으면 힘든 게 많이 없어진다. 생각의 방향성이 중요하다. 친구와 밥 먹는 것도 행복이고, 다시 공부해서 대학에 들어가는 것도 행복이다.
-책에서도 밝혔지만, 하고 싶은 건 해내고야 마는 강한 추진력을 지녔다. 앞으로 무엇을 더 해내고 싶나.
△이번 계기를 통해 책을 계속해서 쓸 예정이다. 제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위로와 희망이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강해졌다. 유튜브는 지금까지 시각장애인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며 정보를 제공했다면, 이제는 조금 액티비티한, 해보지 못한 도전을 해볼 예정이다. 해외에 나가 국내 환경과의 차이점을 다양한 시선으로 담아내고도 싶다.
-사례가 많겠지만 (시각) 장애인을 대하는 비장애인에게 당부의 말을 전한다면.
△‘장애’라는 두 글자가 무섭고 어렵게 느껴지지만, 제가 봤을 때 사실 크게 다르지 않다. 다름 속에 공통점이 많기에 그 안에서 어떻게 하면 편하게 지낼 수 있을까를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무조건 돕는 게 능사가 아니라 도움을 주고받는 게 중요하다.
-수준 높은 교감은 호의에 상대를 향한 이해가 더해질 때 비로소 가능하다.
△그래서 소통이 중요하다. 도움이 필요해 보이면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물어보면 된다. 저도 다른 장애 유형에 관해서는 잘 모른다. 서로를 완벽하게 알 수 없으니 서로가 질문하는 법을 연습할 필요가 있다.
-안내견과 함께하는 영상도 촬영했는데, 지금은 안내견과 동행하지 않는다. 이유가 있나.
△3년 정도 대기해야 하기도 하고, 저보다는 뭔가 출퇴근하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 전 오히려 반려견과 유기견에 관심이 많다. 생명을 책임지면서 스스로 할 수 있는 범위를 넓히는 거다. 누군가는 ‘시각장애인이 어떻게 반려견을…’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제가 해내면 또 누군가에게 알려줄 수 있으리라고 본다. 제가 자취한다고 하면 놀라는 사람이 많은데, 하면 할 수 있다.
-생활하면서 가장 힘든 점. 크게 불편을 느끼는 점이 있다면.
△대중교통 이용과 약 복용이다. 버스를 꼭 타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음성 시스템이 맞지 않는 경우가 많고, 사실상 버스 번호를 확인하는 게 불가능하다. 대중교통의 대중 안에 속하지 못한 느낌을 받는다. 약도 마찬가지다. 어떤 약인지, 유통기한은 언제인지 혼자 힘으로 알 방법이 없다. 점자나 QR코드를 통해 소리를 듣게 해주면 좋겠다.
-여러 난관에 가로막혀 좌절해 있는 사람들에게 한 말쯤 부탁한다.
△보통 ‘어째서 나에게 이런 일이’라는 생각 속에서 수렁에 빠지고 좌절한다. 근데 우리가 잘 못 봐서 그렇지, 좌절 옆에는 분명 행복이 같이 있다고 생각한다. 두려움을 피하기보다는 어떻게 즐겁게 살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생각의 방향성을 잡아간다면 상황이 달라지지 않더라도 더 밝아질 수 있을 것이다.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성유리 "억울하다" 했지만…남편 안성현, '코인상장뒷돈' 실형 위기 - 아시아경제
- "결혼해도 물장사할거야?"…카페하는 여친에 비수꽂은 남친 어머니 - 아시아경제
- "37억 신혼집 해줬는데 불륜에 공금 유용"…트리플스타 전 부인 폭로 - 아시아경제
- "밤마다 희생자들 귀신 나타나"…교도관이 전한 '살인마' 유영철 근황 - 아시아경제
- '814억 사기' 한국 걸그룹 출신 태국 유튜버…도피 2년만에 덜미 - 아시아경제
- "일본인 패주고 싶다" 日 여배우, 자국서 십자포화 맞자 결국 - 아시아경제
- "전우들 시체 밑에서 살았다"…유일한 생존 北 병사 추정 영상 확산 - 아시아경제
- "머스크, 빈말 아니었네"…김예지, 국내 첫 테슬라 앰배서더 선정 - 아시아경제
- "고3 제자와 외도안했다"는 아내…꽁초까지 주워 DNA 검사한 남편 - 아시아경제
- "가자, 중국인!"…이강인에 인종차별 PSG팬 '영구 강퇴' - 아시아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