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한진사태 막는다…운임 하락하자 국적선사에 3조원 투입

정진호 2022. 11. 4.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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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 운임이 급락하고 물동량이 감소하는 등 해운산업이 불안해지자 정부가 3조원을 투입해 국적선사를 지원하기로 했다. 과거 한진해운 사태와 같은 위기를 사전에 차단하는 게 목표다.


3분의 1로 떨어진 해상운임지수


해양수산부는 4일 비상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이런 내용의 ‘시황 변동에 따른 해운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가 해운산업 지원 대책을 대대적으로 내놓은 건 최근 해운 운임의 하락 폭이 커져서다. 운임은 해운업계의 실적과 직결되는 지표다. 해상 컨테이너 운임 수준을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올해 초 5110포인트까지 올랐다가 최근엔 1700포인트 밑으로 떨어졌다. 미국의 금리 인상과 이로 인한 전 세계 경기 둔화 등 영향으로 물동량이 줄면서 해상 운임 하락이 이어지고 있다.
1일 부산항 신선대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해운사 도산을 방지하고, 해운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두 방향으로의 해운업 도약 과제를 제시했다. 내년 상반기 중 조성할 위기대응펀드를 통해서는 구조조정 지원, 선사들의 환경규제 대응을 지원한다. 또 중소선사에는 보증료율을 대폭 인하하거나 긴급경영안정자금이 지급될 수 있도록 재원을 마련한다. 해양진흥공사는 선주가 돼 국적선사에 선박을 빌려주는 식으로 불황기에 선박 가격 하락 리스크를 분담하는 공공 선주 사업을 추진키로 했다.

정부 “경기침체에 선제 대응 필요”


또 정부는 SCFI가 한국 해운 현실을 직접 반영하지는 못하는 만큼 한국형 컨테이너운임 지수(KCCI)를 개발해 이달부터 매주 공표하기로 했다. 액화천연가스(LNG) 등 주요 물자의 국적선사 운송 비중을 높이고 해외 주요 거점의 물류센터에 대한 투자를 확대한다. 정부는 2027년까지 해운 매출액 58조원, 국적선대 1억2000만t(톤) 등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이 지난 3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시황변동에 따른 해운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실제 해운업계 위기가 닥칠 가능성에 대해선 정부는 선을 그었다. 조승환 해수부 장관은 “SCFI의 급락 등 시황 불안에 대해 선제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라면서도 “축적된 현금성 자산 등을 고려하면 당장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최근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 등으로 운임이 하락하고 물동량이 감소하는 등 업황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여건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해운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지원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벤처투자 활성화 방안도 내놔


한편 정부는 이날 벤처기업 투자를 확대하기 위한 세액‧소득공제 방안도 내놨다. 이에 따르면 민간 모펀드를 통해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기업은 투자금액의 최대 8%를 세금에서 감면받는다. 민간 모펀드에 출자하는 개인투자자도 출자 금액의 10%를 소득공제 받을 수 있게 된다. 최근 민간 투자가 위축된 만큼 펀드 확대를 통해 벤처기업을 우회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세종=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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