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베일에 쌓인 가나, 월드컵 본선에서 보여줄 모습은?
[노성빈 기자]
2000년대 중반부터 아프리카의 강호로 자리매김했던 가나가 8년 만에 월드컵 본선 무대로 돌아왔다.
FIFA 랭킹으로만 봤을 때 H조 최하위인 데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열세인 가나는 이를 상쇄하기 위해 이중국적자들을 대거 합류시키면서 반란을 꿈꾸고 있다.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황금세대 이후, 부침 극복하고 월드컵 본선
2000년대 이전까지 가나는 연령별 대표팀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17세 이하 월드컵에서 각각 두 차례 우승과 준우승을 기록한 데 이어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 동메달 기록을 남긴 가나는 지난 2009 20세 이하 월드컵에서도 우승을 차지하면서 유럽과 남미를 제외하고 유일하게 U-17, U-20 월드컵을 우승한 국가이다.
이에 반해 성인 대표팀은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우승 4회, 준우승 3회를 기록했지만 카메룬, 나이지리아등에 밀려 월드컵 본선 무대는 한 차례도 밟지 못했다.
가나 성인 대표팀이 세계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낸 건 2000년대 중반부터다. 2001 U-20 월드컵 준우승(아르헨티나 우승) 멤버인 마이클 에시앙, 설리 문타리를 중심으로 사미 쿠푸어, 아사모아 기안, 스티븐 아피아 등 황금세대들을 키워낸 가나는 첫 출전한 2006 월드컵에서 체코와 미국을 꺾고 죽음의 조를 탈출해 16강에 진출했다.
2010년에는 한걸음 더 성장한다. 독일, 호주, 세르비아와 한 조가 되는 죽음의 조에 편성되었지만 독일에 이어 조 2위로 16강에 진출하더니 미국을 꺾고 8강까지 올라간 것. 우루과이와 마주한 8강전에서 루이스 수아레스의 신의 손 파울, 아사모아 기안의 페널티킥 실축만 아니었어도 아프리카 역사상 최초로 월드컵 4강에 오를 수도 있었다.
세계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던 가나는 2010년대 중반이후 부터 몰락의 길을 걷는다. 황금 세대들의 노화, 세대교체 실패로 인해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탈락하고 이어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선 모하메드 살라가 중심이 된 이집트에 밀려 본선에도 오르지 못한다. 여기에 2018년 여름에는 대표팀이 축구협회의 부패로 인해 해체되었다가 2019년 재창설되는 등 내부적으로도 큰 혼란이 있었다.
그렇게 새롭게 태어난 가나 대표팀은 아직 확실한 결실을 맺지 못했다. 올해 초 열린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에서 피에르 에메릭 오바메양이 빠진 가봉과 1대 1로 비기더니 최약체인 코모로에게마저 2대 3으로 패해 1무 2패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가나가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것은 2006년 이후 16년 만의 일이다. 이와 함께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가나의 8강 진출을 이끌었던 밀로반 라예바치 감독이 경질되기에 이른다.
더불어 월드컵 본선 진출과정도 우여곡절을 겪었다. 남아공, 에티오피아, 짐바브웨와 한 조였던 2차예선을 4승 1무 1패로 통과했으나 남아공에 0대 1 패배, 에티오피아와 1대 1 무승부를 기록하는 등 부침을 겪으며 남아공과 승점, 골득실 동률을 이뤘으나 다득점에서 1점 앞선(가나 7득점, 남아공 6득점) 1위로 간신히 최종 플레이오프에 진출한다.
그리고 맞이한 나이지리아와의 최종 플레이오프에서도 가나에게 행운이 따랐다. 홈에서 열린 1차전을 0대 0 무승부로 마친 가나는 원정경기로 치러진 2차전에서 토마스 파티의 선제골에 힘입어 1대 1 무승부를 기록해 원정경기 다득점 원칙에 의거해 나이지리아를 제치고 8년 만에 월드컵 본선행을 확정짓는다.
이중국적자 합류, 카타르서 보여줄 모습은?
8년 만에 월드컵 본선에 오른 가나는 이 기세를 타 가나 혈통의 선수들을 대거 합류시키면서 전력을 상승시켰다. 이로 인해 월드컵 본선에 나설 가나는 여전히 베일에 쌓여있어 성적을 가늠하는 것이 상당히 어렵게 됐다.
기존의 멤버 중에서는 토마스 파티가 팀의 핵심이다. 그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거쳐 현재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아스널에서 활약하고 있는 에시앙 이후 가나 최고의 스타 플레이어로 손꼽힌다. 탄탄한 피지컬에 운동능력이 뛰어나 원에서 폭넓게 움직일 수 있고 수비력도 뛰어나 앞선에서 수비를 보호하는 능력이 좋다.
여기에 한 방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도 상대에겐 경계 대상이다. 소속팀 아스널에서도 후방에서 기회가 왔을 때 중거리슛으로 득점을 터뜨리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 그는 지난 나이지리아와의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득점을 기록하면서 가나의 월드컵 본선진출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그의 파트너로는 이드리수 바바가 나선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마요르카에서 이강인과 한솥밥을 먹고있는 그는 빼어난 축구지능과 넓은 시야를 바탕으로 위치선정을 잘 잡는다. 이와 더불어 긴 다리를 활용한 태클 능력, 수비 보호에도 발군의 능력을 과시하면서 파티와 함께 중원에서 수비적인 움직임에 상당한 도움을 주고 있다. 파티와 바바가 구성하는 중원은 이번 대회에 나서는 가나의 큰 장점으로 손꼽힌다.
최전방에는 안드레, 조던 아예우 형제가 자리한다. 현 가나 선수단에서 유일하게 센추리 클럽(A매치 108경기) 가입자인 안드레 아예우는 전성기에서 내려왔지만 간결한 볼 터치를 활용해 측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며 조커로서 경기 흐름을 바꾸는 데 일가견이 있는 선수다. 여기에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팀의 정신적 지주 역할까지 수행할 정도로 경기 내외적으로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잉글랜드 크리스탈 팰리스에서 활약하고 있는 조던 아예우는 득점력은 떨어지지만 뛰어난 운동능력과 더불어 드리블, 개인기가 좋아 측면 공격에서 활약을 펼친다. 여기에 독일 프라이부르크에서 뛰고 있는 슈퍼서브 다니엘-코피 카이레 역시 경계대상이다.
수비에는 잉글랜드 레스터 시티에서 주전으로 활약하고 있는 다니엘 아마티가 중심이 된다. 지난 예선에서 팀 내 최다인 630분을 소화하며 감독들의 신뢰를 두텁게 쌓은 그는 상당히 헌신적인 플레이를 펼치는 데다 탄탄한 신체와 뛰어난 운동신경을 자랑한다. 이와 더불어 패스웍도 좋아 후방에서 공격전개를 펼칠 때 큰 역할을 수행한다.
이밖에 활약이 기대되는 신인들도 다수 즐비해있다. 아약스에서 활약하는 2000년생 신예 모하메드 쿠두스는 공격형 미드필더를 비롯해 중앙 미드필더, 폴스나인 등 중앙에서 공격적인 역할에 특화된 선수이며 이탈리아 AS로마에서 활약하는 2003년생 펠릭스 아페나-잔은 스피드와 지구력, 슈팅 파워가 좋아 역습을 펼칠 때 상당한 능력을 보여줄 수 있다. 그는 특히 19세라는 나이로 인해 미래가 더욱 기대되는 선수로 손꼽힌다. 더불어 프랑스 스타드 렌에서 활약하는 2002년생 카말딘 술래마나는 드리블과 스피드가 좋아 측면 공격시 상당한 파괴력을 보인다.
이런 가운데 이중국적자들이 합류했다. 이중 가장 눈에띄는 선수는 이냐키 윌리엄스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아슬레틱 빌바오에서 활약하는 그는 기본적인 피지컬과 개인기를 갖춘 데다 시속 36km를 기록할 정도의 빠른 스피드가 장점이다. 이는 유럽 전체를 통틀어 정상급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여기에 약점으로 지적되었던 골 결정력에서도 올시즌 리그 11경기 4골을 기록할 정도로 좋아졌는데(지난 시즌 38경기 출전 8골) 이 기세가 본선에서도 이어진다면 가나는 큰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수비에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사우샘프턴에서 활약하는 모하메드 살리수가 합류했다. 191cm의 큰 키를 활용한 높은 신체능력을 활용한 제공권 싸움, 저돌적인 태클, 인터셉트 능력에서 발군의 능력을 선보이는 그는 지난 9월 브라질과의 평가전에서 후반 교체투입되어 맹활약하면서 후반전 팀의 무실점을 이끌어내 존재감을 과시했다.
또 한명의 선수로는 타릭 램프티다. 잉글랜드 브라이튼 호브 알비온에서 활약 중인데 폭발적인 스피드를 활용한 오버래핑과 드리블, 크로스 능력을 갖추고 있어 측면 공격에 있어 상대에게 큰 부담을 안겨줄 수 있다. 수비력에 약점을 보이고 있어 4백에서 출전가능성이 낮을 수 있지만 3백의 윙백으로 나설 경우 그의 공격력은 시너지효과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도 귀화선수의 면면은 화려하다. 최종엔트리 승선 가능성이 높은 칼럼 허드슨-오도이를 비롯해 독일 출신의 랜스퍼드-예보아 쾨니히스되르퍼, 스테판 암브로시우스 역시 월드컵 본선 무대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아쉬움이라면 잉글랜드 아스널에서 활약하는 에디 은케티아의 합류가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이런 가나의 우려되는 부분은 조직력이다. 월드컵 본선에 오른 선수들과 새롭게 합류한 선수들이 함께 치르는 경기는 3경기에 불과하다. 지난 9월 2차례 A매치를 치렀고 남은 건 월드컵 직전 스위스와의 평가전이 전부다. 아무리 개인능력이 좋다해도 손발을 맞출 시간이 현격히 부족하다는 점, 기존 선수들의 박탈감 등이 조직력 측면의 우려 지점이다.
경기마다 기복이 심하다는 점도 단점이다. 이는 지난 아프리카 2차 예선에서도 나타났는데 4승 1무 1패의 성적을 기록했음에도 짐바브웨에게 2승을 거둔 것 외에는 남아공에 0대 1 패배, 에티오피아와 1대 1 무승부를 기록하면서 쉽게 갈 수 있는 여정을 어렵게 풀었다. 이어 올해초 열린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에서도 가봉과 1대 1 무승부, 코모로에 2대 3으로 패하기도 하는 등 꾸준하지 못했다.
아도 감독의 경험 부족도 걸림돌이다. 2014년부터 가나 축구대표팀의 이중국적자 스카우터로 활약한 경험 덕분에 이번 대회에서 이중국적자들을 대거 합류시킨 공이 있다. 그러나 지도자 경력의 대부분을 유럽 클럽무대에서 코치로 활약한 그는 가나 대표팀 감독을 통해 처음으로 감독직을 수행하게 되었다. 감독 부임 후 월드컵 본선행을 이끌었지만 큰 무대에서는 적은 경험이 약점으로 돌아올 수 있다.
현재 가나의 전력은 여전히 베일에 쌓여있다 해도 무방하다. 뒤늦게 합류한 귀화선수들이 뛰어난 개인능력을 바탕으로 팀 전력에 상당한 기여를 한다면 H조에서 이변을 일으킬 수 있지만 상기한 단점들이 그대로 나타날 경우 그 위력이 떨어질 수도 있다. 결국 가나가 어떤 모습을 보이느냐에 따라 H조의 향방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가나(Ghana)
FIFA 랭킹: 61위
역대 월드컵 출전 횟수: 4회(2006, 2010, 2014, 2022)
역대 월드컵 최고 성적: 8강(2010)
역대 월드컵 전적: 4승 3무 5패
감독: 오토 아도(가나, 1975. 06. 09)
*가나 경기일정(한국시각)*
11월 25일 01:00 포르투갈, 도하 스타디움 974
11월 28일 22:00 대한민국, 도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
12월 3일 00:00 우루과이, 알 와크라 알 자누브 스타디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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