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공사의 '따로국밥'... 이대성만이 문제 아니었다
[이준목 기자]
가스공사가 또 무너졌다. 11월 3일 대구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정규리그에서 대구 한국가스공사는 수원 KT에 81-97로 완패했다.. 2승 5패를 기록한 가스공사는 전주 KCC-KT와 공동 최하위(8위)로 떨어졌다.
가스공사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프로농구에서 가장 변화도 컸고, 많은 기대를 모았던 팀중 하나였다. 지난 시즌 이후 두경민(DB)이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어 팀을 얻었고, 김낙현은 군대로, 외국인 선수 앤드류 니콜슨은 재계약 실패로 전력의 핵심이던 두낙콜 트리오가 해체됐다. 대신 국내 선수 득점 1위였던 국가대표 가드 이대성과 아시아쿼터제로 필리핀의 SJ 벨란겔을 영입하며 빈 자리를 메웠다. 여기에 장신포워드 정효근이 긴 부상에서 복귀했고, 이대헌과 차바위가 건재하여 탄탄한 포워드진을 구축했다.
외국인 선수 역시 210cm의 정통센터 유슈 은도예와 KBL 무대에서 검증된 머피 할로웨이로 새로운 조합을 구축했다. 사령탑 유도훈 감독은 전신인 인천 전자랜드 시절부터 10년 이상 안정적으로 팀을 이끌어오고 있으며, 박지훈-이원대-신승민 등 식스맨층도 10개구단중 가장 두껍다. 일각에서는 SK-KCC 등과 함께 가스공사를 우승후보로 거론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개막 이후 가스공사는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다. 선수들 개개인의 이름값과 기량은 나쁘지 않은데 정작 시너지가 전혀 나오지 않고 있다.
상당한 투자를 했고 주축 선수들이 대거 바뀌었지만, 올해도 가스공사의 조직력 문제는 여전하다. 가스공사는 경기당 12.3개의 턴오버를 기록하며 불명예스러운 최다실책 1위에 올라있다. 실점도 86.6실점으로 서울 SK(87.7점)과 원주 DB(86.9점)에 이어 리그에서 세 번째로 많다. 리바운드는 36.7개로 전체 9위에 불과하다.
실책이 많아서 공격권을 자주 헌납하고 높이까지 약하다보니 실점을 너무 쉽게 내준다. 선수들의 로테이션 수비에 대한 숙련도도 떨어진다. 눈에 보이는 기록보다 승부처에서 연속 실점을 허용하며 수비가 한 번에 무너지는 경우가 잦다는게 더 큰 문제다.
경기가 안풀릴 때 선수들이 조급하게 단발성 공격을 시도하다가 상대에게 역공을 허용하여 점수차가 벌어지는 것이 가스공사가 무너지는 단골 패턴이다. 물론 시즌 초반에 수비의 핵심인 차바위가 부상으로 빠진 공백이 있었다고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올해는 차바위 외에는 큰 부상자가 없었음에도 경기 내용이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는 지난 시즌 두낙콜 트리오와도 비슷한 상황이다. 당시 세 선수가 번갈아가며 부상에 시달리며 함께 뛴 시간이 그리 많지않았던 것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세 선수간 서로 상성이 맞지않아 함께 코트에 있을때도 마치 다른 팀 선수들 같은 따로국밥인 경우가 많았다. 공격에 비하여 수비에서의 열정이 떨어진다는 것도 올해와 비슷했다.
올해 팀이 부진에 빠지면서 특히 도마에 올랐던 것은 이대성이었다. 올시즌 가스공사의 에이스로 지목됐던 이대성은 개인기록과 팀 성적이 엇박자를 내고 있다. 이대성은 18.9점으로 국내선수 1위, 외국인 선수를 포함해도 전체 3위에 오르며 맹활약하고 있지만 정작 팀성적은 정반대다. 오죽하면 심지어 '이대성이 다득점을 하면 팀은 진다.'는 웃지 못할 괴담까지 나왔다.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이야기다. 시즌 초반 이대성이 25점을 올린 KCC전, 24점의 DB전, 19점의 현대모비스전 등 다득점을 올린 경기에서 많이 패한 것은 사실이다. 반면 가스공사가 시즌 첫 승을 신고한 DB전에서는 이대성이 5점에 그치고도 경기가 잘 풀리면서 오해가 점점 굳어졌다.
물론 이대성에게도 팀의 부진에 대한 책임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볼소유욕이 강한 이대성은 벨란겔-이원대 등과 호흡이 잘 맞지 않았고 득점에 비하여 경기 운영에는 아쉬움이 있었다. 하지만 문제의 핵심은 이대성이 아니라 잘못된 조합이었다.
이대성이 2대2를 시도하거나 안으로 치고 들어가면, 타이밍에 맞춰 동료들이 밖으로 공간을 넓혀주는 등의 패턴플레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실제로 올시즌 가스공사가 고전한 경기를 보면 이대성의 개인플레이보다 다른 선수들의 공격가담 부족이나 수비 조직력에서 문제가 된 경우가 더 많았다. 지난달 30일 고양 캐롯전에서는 이대성이 20점 이상을 올린 경기에서 가스공사가 처음으로 승리를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이어진 KT전에서 가스공사의 고질적인 문제점이 또다시 드러났다. KT는 가스공사를 만나기 전까지 4연패에 빠져있었고, 경기당 득점은 72.5점으로 10개 구단 중 최하위였다. 그런 KT에게 올시즌 최다인 무려 97실점을 헌납했다.
이날 KT의 야투성공률은 53.2%(33/62), 3점슛은 48.4%(15/31)에 이르렀다. KT의 이제이 아노시케는 무려 34점을 몰아쳤다. 가스공사는 이날 로테이션 수비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팀파울이 19개로 대승한 KT(23개)보다도 더 적었고 파울트러블에 걸린 선수가 아무도 없을만큼 수비에서의 적극성이 빵점이었다.
가스공사는 이대성이 20점을 기록했지만 팀은 또 패했다. 이대성이 난사한게 아니라 다른 선수들의 지원이 부족했다. 할로웨이만 15점으로 분전했으나 은도예는 3점 6리바운드로 부진했다. 벨란겔이 9득점을 올렸지만 야투는 11개를 시도하여 고작 2개를 성공시키는데 그쳤다. "연패탈출보다 90점대 득점을 올린게 더 기쁘다"는 KT 서동철 감독, "수비에 간절함이 없는 선수는 쓰기 어렵다"는 가스공사 유도훈 감독. 두 사령탑의 인터뷰가 양팀의 경기내용을 요약한다.
좋은 무기를 아무리 많이 가지고 있어도 적절한 용도와 타이밍에 활용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가스공사의 부진은 단순히 좋은 선수들을 대거 보유하고 있다고 해서 바로 성적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가스공사는 전력상 최소한 6강 이상을 노려야하는 팀이다. 올시즌 SK-KCC 등 우승후보로 꼽혔던 팀들이 대거 부진한 것을 감안하면 가스공사 역시 팀 조직력을 끌어올리는 데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시즌 초반에 여기서 격차가 더 벌어진다면 위험하다. 유도훈 감독은 과연 언제쯤 가스공사의 베스트 조합에 대한 해법을 내놓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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