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심경고백 푸이그... 악동에게도 고민 있었다
[유준상 기자]
키움 히어로즈의 외국인 타자 야시엘 푸이그는 준플레이오프부터 한국시리즈 2차전까지 10경기 동안 무려 8경기서 안타를 기록했다. 특히 LG 트윈스와 플레이오프에서는 13타수 6안타 타율 0.462 2홈런 5타점으로 맹타를 휘둘렀다.
SSG 랜더스와 한국시리즈에서도 좋은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1차전에 이어 2차전서도 안타를 때려냈다. 2회초 첫 번째 타석에 들어선 푸이그는 상대 선발 윌머 폰트의 5구 패스트볼을 잡아당겨 2루타를 만들어냈다. 시속 150km/h에 달하는 공이었음에도 빠른 배트스피드로 폰트의 구위에 대처했다.
수비에서도 연일 강력한 어깨를 뽐내며 상대 주자들을 긴장케 했다.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1루주자가 3루로 향하는 것을 막기 위해 두 차례의 송구를 선보인 바 있는데, 결과는 모두 세이프였으나 간발의 차였다. 빅리그 시절에 보여줬던 실력 그대로였다.
▲ 2일 오후에 열린 SSG와 한국시리즈 2차전서 선발 출전한 키움 푸이그 |
ⓒ 키움 히어로즈 |
남몰래 한 속앓이
"올해 한국에 오고 나서 나의 새로운 에이전트 덕분에 내게 필요했던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고 운을 뗀 푸이그는 "오랫동안 문제가 있었지만, 나는 이를 알지 못했다. 쿠바에서는 이런(정신적인) 문제들이 알려져 있지 않았고 문제를 해결하러 의사를 찾아가는 것에 대해 '약자' 혹은 '남자답지 못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에 있을 때도 내게 도움을 청해보라고 이야기한 팀이 없어 회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에이전트가 열심히 일해줬다.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나를 두려워하지 않은 유일한 사람이었다. 에이전트는 날 도울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고, 그것은 사실이었다"고 말했다.
또한 "가난한 국가에서 온 운동선수들은 다른 선수들이 알지 못할 문제를 마주하기도 하기 때문에 도움을 요청하는 게 중요하다. 너무 간단한 일인데, 아무도 날 도와줄 인내심을 갖고 있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푸이그는 "이제 난 다시 행복해질 수 있고 스스로에게 상처를 주지 않아도 된다. 갈 길은 멀어도 내가 도움을 청할 데가 있음을 알고 내 삶은 완전히 달라졌다. 운동선수들에게는 그들을 챙겨주면서 까다로운 이야기를 두려워하지 않고 말해줄 수 있는 좋은 사람들이 필요하다"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 2일 오후에 열린 SSG와 한국시리즈 2차전서 2회초 2루타를 치고 기뻐하는 키움 푸이그 |
ⓒ 키움 히어로즈 |
빅리그 시절부터 야구팬들 사이에서 '악동' 이미지가 뚜렷했기에 그 누구도 푸이그가 이런 고민을 하고 있었는지 알지 못했다. 분명한 것은, 한국에 오면서 그가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찾았고 야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국내 팬들이 알고 있던 '악동' 이미지는 온데간데 없었다. 가끔 안일한 주루 플레이로 홍원기 감독의 지적을 받기는 했어도 우려했던 모습은 나오지 않았다. 푸이그는 전반기(70경기 타율 0.245 9홈런 37타점)의 부진을 털어내고 후반기(56경기 타율 0.316 12홈런 36타점) 반등에 성공했다.
성적 이외의 측면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는다. 팬서비스, 동료들과 관계 등 어느 것 하나 흠 잡을 게 없다. 특히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는 3회말 역전 솔로포를 쏘아올린 이후 홈으로 들어와 어린이 팬과 하이파이브를 하는 것이 크게 회자되기도 했다.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의 결승 득점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10회초 2사 1, 2루서 전병우의 타석 때 2루주자였던 푸이그는 3유간을 빠지는 타구가 나오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3루를 돌아 홈까지 빠르게 쇄도했다.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으로 팀에 득점을 안긴 푸이그는 적시타를 친 전병우를 향해 박수를 보냈다.
두 번(2014년, 2019년)의 한국시리즈 준우승에 그친 키움 만큼이나 LA 다저스 시절이었던 2017년(vs 휴스턴 애스트로스)과 2018년(vs 보스턴 레드삭스) 2년 연속 월드시리즈서 좌절을 맛본 푸이그도 간절하기는 마찬가지다. 남은 5경기서 3승을 거둬야 한다. 부담감, 압박감 없이 한 시즌을 보낸 그가 2022년 '가을 영웅'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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