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시총순위]①30대 그룹 363조 증발…반도체 부진 '직격탄'

박형수 2022. 11. 4.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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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 올해 들어 국내 주식시장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세계 각국 중앙은행이 앞다퉈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주식시장에서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 지난해 7월 3300선을 웃돌던 코스피는 2300선까지 밀려났다. 1년4개월 동안 1000포인트 가까이 하락했다. 반도체 업황 부진까지 겹치면서 국내 증시 대장주 삼성전자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는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이후 최종 기준금리 고점이 기존 전망치보다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까지 자산 유동성을 바탕으로 상승장을 이어갔던 주식시장이 내년에도 부진한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커졌다. 현재의 변화를 짚어보지 않고 미래를 예측하기는 어렵다. 아시아경제는 국내 주식시장에서 시가총액 1조원이 넘는 기업집단(그룹) 시총 변화를 전수조사했다. 종가 기준으로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해 7월6일 1조원 이상 기업집단은 219개였으나 지난달 31일 164개로 감소했다. 시총 상위 기업집단 순위 변동과 시총 증감 내역 등을 짚어본다.

[아시아경제 박형수 기자] 국내 증시 주요 30대 그룹의 시가총액이 약 1년 4개월 새 363조원 증발했다. 미국 금리 인상과 경기 불안으로 국내 증시가 타격을 받고 있는 가운데 반도체 업황 부진으로 시가총액 비중이 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 하락 폭이 컸던 탓이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플랫폼 기업들의 시가총액도 많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4일 아시아경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주식시장에서 주식가치 1조원이 넘는 상위 30대 기업집단의 지난달 말 기준 시가총액은 1517조원으로 집계됐다. 코스피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지난해 7월6일 기준 시가총액 1880조원에서 363조원 쪼그라든 수치다. 그 사이 코스피는 30%가량 하락했고, 주요 기업들의 시가총액은 19.3% 감소했다. 시가총액 상위 기업들의 주가 하락 폭이 지수 내 다른 기업들 대비 크지 않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그룹 별로는 삼성 그룹과 SK 그룹의 시가총액이 각각 162조원, 83조원 증발했다. 30대 기업집단 시가총액 감소분의 67%를 차지했다. D램·낸드 등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줄면서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4% 감소했다. 3분기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은 영업이익 5조12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에 10조600억원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졌다.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 1위 업체 삼성전자는 3분기 잠정실적을 공개하면서 "감산은 없다"고 선언했다. 당분간 반도체 가격 반등이 나올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룹 총수와 오너일가 보유지분 가치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지난달 27일 삼성전자 회장으로 취임한 이재용 회장이 보유한 지분가치는 15조6000억원에서 12조2000억원으로 3조4000억원 증발했다.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의 지분가치도 각각 4조2000억원, 1조9000억원, 2조1000억원 감소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보유 지분 가치는 8000억원 줄었다.

네이버와 엔씨소프트, 카카오그룹 등 주요 플랫폼 기업의 시가총액 감소율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기간 3개 그룹은 각각 58.7%(39조원), 53.5%(10조원), 48.8%(37조원)의 시가총액이 날아가 상장 주식의 가치가 반토막 밑으로 내려갔다.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의장 지분가치는 9조3000억원에서 3조원 아래로 추락했다.

전반적으로 주요 그룹의 시가총액이 감소한 가운데 2차전지 및 소재 관련 기업들이 주도주 역할을 하며 순위를 끌어올렸다. LG에너지솔루션을 성공적으로 증시에 입성시킨 LG그룹이 SK그룹을 역전했고, 에코프로, 새로닉스, 영풍그룹은 같은 기간 시가총액이 각각 9조원, 6조원, 4조원 늘면서 순위도 크게 상승했다. 셀트리온 그룹과 신규 상장사인 크래프톤 등도 상위권에 포진했다.

분석=임희진, 허미담

박형수 기자 parkh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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