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벽에 몰린 영끌족, 무너지는 자산시장 [기준금리 어디까지①]
레고랜드 사태에 흔들린 기업, 대출 70% 변동금리
하락 폭 커지는 부동산 시장, 당분간 하락장 지속
코스피 견고해 지는 하락 추세, 2050선 전망까지
국내 기준금리 인상을 놓고 한국은행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으로 국내 기준금리 인상이 불가피해진 상황에서 얼마나 올려야 국내 경제의 충격이 적을지 판단해야할 무거운 책임이 주어졌다. 인상 폭이 낮을 경우 외화 유출이 우려되고 인상 폭이 높을 경우 국민의 이자 고통과 자산시장의 급격한 충격이 예상된다. 한은의 결정에 일장일단(一長一短)이 있는 상황에서 금리인상이 가파르게 진행될 경우 찾아올 충격들을 살펴봤다.
가장 먼저 살펴볼 부분은 대출 이자 부담이다. 한은의 조사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0.25%p 상승할 경우 전체 가계 대출자의 이자는 약 3조3000억원 늘어난다. 기준금리가 한 번에 0.50%p 오를 경우 이자는 약 6조5000억원 증가한다. 지난해 8월을 시작으로 그동안 기준금리가 2.5%p 인상된 만큼 대출자의 이자가 약 33조원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만약 오는 24일 빅스텝이 단행될 경우 약 6조5000억원 규모의 추가 이자 부담이 발생하게 된다.
특히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족, ‘빚투’(빚으로 투자)족의 원리금 상환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이미 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은 7%(3일 기준)를 넘어섰다. 주담대 변동금리는 5.18~7.614%, 혼합형은 5.55~7.279%를 기록 중이다. 은행권에서는 이달 한은의 빅스텝이 단행될 경우 연말 주담대 상단이 8%, 신용대출은 9%를 돌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 발 더 나아가 내년 미 연준의 금리가 5%에 진입하고 한은이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경우 주담대 9%, 신용대출 10% 시대도 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자 증가는 비단 가계만의 문제는 아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현재(2019년 말~올해 상반기)까지 2년 반 동안 기업대출은 연평균 12.9% 증가했다. 팬데믹 이전 10년간(2009~2019년 말) 기업대출이 연평균 4.1% 증가한 것과 비교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급격히 불어난 기업대출 대부분은 금리인상에 취약한 변동금리 대출이라 우려를 더한다. 올해 9월 현재 대출 잔액 기준으로 72.7%가 변동금리이며, 고정금리 대출은 27.3%에 불과하다.
레고랜드 사태로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기준금리가 급격히 인상될 경우 자금 여력이 취약한 기업들의 연쇄 도산 가능성도 거론된다. 전경련은 이에 “미국의 공격적 금리 인상에 따른 국내 기준금리의 추종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기업들의 자금사정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는 만큼 금리인상의 속도 조절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기준금리의 급격한 인상은 부동산은 물론 증권 시장에도 큰 충격을 줄 전망이다. 부동산은 가계대출의 70% 이상이 부동산 담보대출일 정도로 가계대출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지난해 8월 한은의 기준금리가 인상되기 시작하면서 시장에서 부동산거래는 얼어붙기 시작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올해 7~8월 전국 주택매매 거래는 7만5000호로 전년 동기(17만8000호) 대비 57.8% 감소했다. 주택가격도 7월 전월 대비 0.08%, 8월 0.29%, 9월 0.49% 떨어지며 하락세가 확대되는 추세다. KDI는 “금리 (인상) 효과가 점진적으로 가격에 반영되면서 당분간 하락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추후에는 금리 방향성에 따라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기준금리 인상은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의 부실 우려까지 불러온다. 올해 6월말 기준 금융권의 부동산 PF 잔액은 112조원으로, 저금리 시대에 진행된 다양한 부동산 개발 사업들이 고금리 시대에 사업성을 상실하면서 부실 위기에 처해있다. 기준 금리의 상승은 부동산 PF 부실을 더욱 더 부채질한 전망이다.
증권 시장의 상황도 좋지않다. 코스피는 지난해 7월 3200대에서 8월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과 함께 하락하기 시작해 이달 2300대 초반에서 거래되고 있다. 15개월 만에 코스피 지수가 40%가까이 빠졌다. 여기에 시장에서는 코스피가 2000대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까지 나온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 “코스피는 연말로 갈수록 경기침체 가능성과 고강도 긴축이라는 이중고를 겪게 될 전망이다. 하락추세는 견고해지고, 무게감은 더해지는 중”이라며 “지금은 리스크 관리에 집중할 때”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정한 흐름, 주식시장의 하락추세는 23년 1분기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긴축과 경기 악화 중 하나라도 방향성이 바뀌어야 변화가 가능할 것”이라면서 코스피 하단을 2050선으로 제시했다.
한은도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부작용이 드러나면서 속도조절 여부를 놓고 내부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실제 지난 한은 금통위 회의 당시 0.25%p 인상을 주장한 한 위원은 “시장금리 및 대출금리의 상승과 국내외 경기위축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민간신용의 증가세가 지속적으로 둔화하고 있다”며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시장도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고,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한 지 14개월이 경과해 그 효과가 본격화되고 있다”고 속도조절론에 힘을 보탰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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