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1시간 뒤 이태원 도착 ‘재난의료지원팀’…지방이었다면?
초기 의료 대응 중요한데…다수 사상자 이송 후 도착
“지역은 사상자 20명도 감당 힘들어…제도 보완 논의해야”
이태원 참사 발생 당시 재난의료지원팀(DMAT·Disaster Medical Assistance team)은 현장에 소방 신고 기준, 1시간 넘어서야 도착한 것으로 확인됐다. 보건복지부는 DMAT 도착 이전 상황 관리는 소방청이 진행했다고 설명했지만 초기 의료 대응에 공백이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참사를 계기로 재난의료 대응체계 개선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재난의료지원팀은?…중증도 분류·처치·이송 담당
재난의료 대응체계는 화재, 수해 등 재난 발생 시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중앙응급의료상황실(국립중앙의료원)이 119 상황실과 정보 공유하며 피해 상황을 24시간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을 의미한다.
DMAT는 다수 환자 발생 시 출동해 현장 의료를 지원하게 된다. DMAT는 전국 41개 재난거점병원에 있는 의사, 간호사 또는 응급구조사, 행정요원 등 3∼4명으로 구성된 팀이다. 각 재난거점병원별로 3개팀 이상으로 꾸려진다. 해당 권역 내 다수 사상자 사고 발생 시 10분 내에 출동이 가능하도록 상시 대기해야 한다.
현장 의료대응 최전선에 있는 DMAT 역할은 크게 3가지다. 119 대원에 의해 구조된 환자를 중증도에 따라 처치 우선순위를 정하고(중증도 분류), 현장에서 꼭 시행해야 하는 응급처치를 하며(처치), 인근 응급의료기관의 실시간 병상정보를 확인하여 가장 최적의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을 선정(이송)한다.
DMAT는 미국에서는 1985년, 일본에서는 1995년 시작됐다. 국내에서는 지난 2014년 2월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사고, 4월 세월호 참사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중증도 분류, 이송병원 분산 미흡함 등 재난대응체계에 대한 여러 문제가 드러났다. 이후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과 관련 하위법령에서 현장응급의료소 운영을 규정하는 등 DMAT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이태원 참사, 10시15분 소방 당국 첫 신고→DMAT 도착은 11시20분
권역 DMAT는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상황실(중앙응급상황실) 또는 지자체, 소방에서 출동을 요청할 수 있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난달 29일, 소방 당국에 첫 신고가 들어온 것은 오후 10시15분이었다. 10시38분 119 소방상황실이 중앙응급상황실에 사고발생 여부를 최초 공유했다.
10시45분, 119 소방상황실은 중앙응급상황실에 보건소 신속대응반, 그리고 DMAT 출동을 요청했다. 중앙응급상황실은 10시50분 권역 재난거점병원인 서울대병원에 이를 전달했다.
서울대병원 DMAT 1팀은 11시 출동, 현장에 11시20분 도착했다. 용산구 보건소 신속대응반은 11시29분에 현장에 도착했다. 이후 십여 분 간격으로 서울, 경기 권역의 14개 DMAT 팀이 순차적으로 도착했다. 통상 4~5분이라고 하는 ‘골든타임(사고 발생 시 인명을 구조할 수 있는 시간)’을 훌쩍 넘겼다.
DMAT이 현장에 뒤늦게 도착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4년 고양 시외버스종합터미널 화재 사고, 판교 환풍구 붕괴 사고에서도 다수 사상자가 이미 병원으로 이송된 후 DMAT이 현장에 도달한 선례가 있었다. 소생 가능성 있는 환자를 먼 병원에 보내고, 이미 사망한 피해자들을 가까운 병원에 보내는 등 초기 대응 혼선이 재발하고 있는 셈이다.
“지역은 더 심각…의료체계 보완 논의해야”
의학계에서도 DMAT 요청 절차 간소화가 논의된 바 있다. 이강현 연세대 원주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지난 2016년 논문을 통해 재난발생 이후 DMAT 출동 요청까지 시간이 소요되는 문제를 지적하며 119소방상황실에서 재난거점병원 DMAT 팀에 바로 출동 요청하는 등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류현호 대한응급의학회 공보이사(전남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이상적인 제안이긴 하지만 119 소방상황실과 재난거점병원은 지휘체계가 달라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류 교수는 “현장에서 사상자 규모를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해 DMAT 요청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이 정도 규모의 재난이 발생할 것을 아무도 예상하지 못해 현장에서도 혼선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DMAT 교육 강화와 의료취약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류 교수는 “1년에 2~4번 정도 소방서와 재난거점병원에서 재난의료 모의훈련을 하는데 대부분 사상자 50명, 100명에 그친다.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할 경우를 상정해 모의 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봤다.
또 “지역에서는 당장 사상자 20명도 대응하기 힘들다. 지역 행사, 축제가 많은데 이런 재난이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면서 “광주에 만약 사상자 100명 정도의 대형사고가 발생한다면 전북, 경남뿐 아니라 서울에까지 DMAT 팀을 요청해야 할 수도 있다. 현장 도착까지 1시간 넘게 소요될 것은 당연하다. 의료취약지에 대한 재난의료체계 보완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복지부에 DMAT 요청 절차 축소 등 초기 대응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할 필요가 있다고 보는지, 검토 계획이 있는지 문의했지만 “당장 답변이 어렵다”고 밝혔다.
쿠키뉴스는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시민과 함께 슬퍼합니다. 다시는 이런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언론이 해야 할 일을 하겠습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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