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계 대격변] ①코로나 특수 사라진 출판가…양극화의 그늘

서믿음 2022. 11. 4.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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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계 다시 불황의 늪…올해 상반기 매출 크게 떨어져
소설은 어려움 속에서 성과 내…책이 목적 아닌 수단인 시대

편집자주 - 출판계가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에 대비하고자 애를 썼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다. 반짝 회복세를 보였지만, 다시 '불황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출판계의 어려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경제 환경 악화 상황과 맞물려 더 심각하다. 심지어 ‘이미 해볼 건 다 해봤다’는 한탄마저 번져 나가고 있다. 그 속에서도 어려움을 이겨내려는 출판계의 고군분투 상황을 6회에 걸쳐 진단해본다.

[아시아경제 서믿음 기자] ‘단군 이래 최대 불황’이란 말이 매년 지속하는 출판계에 코로나19 시기는 이례적인 특수기간이었다. 재택수업에 돌입한 아동·청소년들을 위한 학습서 판매가 크게 늘었고, 소설, 판타지·SF 물도 이례적인 매출 증대를 이뤘다. 하지만 코로나 기세가 꺾이자 다시 불황의 늪에 빠져들면서 출판계에 한탄의 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발간한 ‘출판산업 동향(2021년 하반기)’ 자료에 따르면 2021년 하반기 아홉 개 출판 상장사 매출액은 약 1조145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 증가했다. 전기 대비 1.6% 상승한 수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출판사 직원은 “코로나 특수라고 할 만한 상승 요인은 분명히 있었다. 특히 아동서 위주로 잘 나갔다”며 “하지만 코로나가 주춤하는 올해 들어 거품이 많이 빠졌다. 통계 자료가 나와 봐야 알겠지만, 감소세가 뚜렷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올해 2분기 매출이 반토막 나거나, 70%가 빠진 어린이 전문출판사도 있었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성수기 시즌인 7~8월 여름휴가 기간이 상대적으로 조용히 지나갔고, 비수기인 연말에 월드컵까지 겹쳐 전망은 암울한 상황이다. 한기호 한국출판 마케팅연구소 소장은 “출판사들이 인문·사회·과학이 안 되니까 아동 청소년으로 뛰어들고 있는데, 현 정부 들어 작은 도서관 등 관련 예산이 많이 줄어든 느낌이다. 내년도에는 더 심해질 것이라고 한다”고 전했다.

종잇값 상승도 출판계 악재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종이 원료인 미국 남부산 혼합활엽수펄프의 평균 가격은 지난 6월 기준 t당 970달러로 1월 대비 44% 급증했다. 이는 올 상반기 두 차례 제지 값 상승을 초래한 요인이다.

이홍 한빛비즈 이사는 “이런 상황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진짜 문제는 성장 모멘텀이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선거 이후 (출판계 상황이) 급격히 내림세를 이뤘지만, 그나마 스토리 중심의 한국 소설은 나름 괜찮았다. 스토리텔링 형태의 책이 비즈니스 측면으로는 나름의 기회가 있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이미예의 '달러구트 꿈 백화점'(팩토리 나인)을 비롯해 김호연의 '불편한 편의점'(나무 옆의자), 황보름의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클레이하우스) 등의 소설이 많은 독자의 관심을 받았다. 또한 정보라의 소설 '저주 토끼'(아작)와 박상영의 '대도시의 사랑법'(창비)이 영국의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르면서 다시 주목받았다.

이수지 작가가 한국인 최초로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상을 수상하면서 '여름이 온다', '파도야 놀자'(비룡소) 등의 작품에 관심이 쏠렸다. 손원평 작가의 장편소설 '서른의 반격'(은행나무)이 지난해 4월 일본 서점 대상 번역소설 부문에서 1위를 거머쥐며 눈길을 끌었다.

그렇다면 서점가 상황은 어떨까. 출판계가 어려운 만큼 큰 타격을 입었을까. 그렇지 않다. 교보, 영풍, 리브로 등 대형서점의 지난해 매출 합계는 9349억원으로 최근 5년간 최고 기록을 세웠다. 2020년보다는 1000억원 증가한 수치다.

이와 관련해 이홍 이사는 “유통사(서점)는 팔리는 책 중심으로 디스플레이하기 때문에 전체 파이는 같다”며 “이전에 3개 출판사가 괜찮고 나머지가 본전 혹은 적자를 기록했다면, 이제는 적자를 보는 출판사가 더 늘어나 양극화가 심화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타개책은 없을까. 이 이사는 “이제는 책이 목적이 아니라 도구인 시대가 됐다. 유튜브나 영상 제작의 도구 가능성을 인정해야 한다”며 “막연히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 논리보다 시장이나 소비자가 쉽게 접하도록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 책의 절대성만 강조해서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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