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파면" 유승민 때리더니…국힘 기류 확 바뀐 결정타
이태원 핼러윈 참사를 계기로 여권의 내부 분위기가 묘하게 달라지고 있다. 그간 당의 스피커를 자임하며 각종 사태에서 여론을 주도하던 친윤계 인사들의 목소리는 줄어든 반면, 장관 경질 등 정부 책임론을 거론하는 목소리는 더 커졌다.
특히 참사 당일 경찰의 112 신고 부실 대응 논란이 불거진 것을 기점으로 여당 내부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사퇴론도 점차 고개를 들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2일 페이스북에서 “윤희근 경찰청장은 즉시 경질하고, 이 장관은 사고 수습 후 자진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윤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워 온 유승민 전 의원도 이 장관 파면을 주장했지만, 안 의원의 발언이 더 큰 파장을 불렀다. 안 의원은 대선 당시 윤 대통령과 후보 단일화를 하고, 이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을 맡는 등 윤 정부의 연대보증인을 자처한 ‘아군’이기 때문이다. 안 의원은 주변에 “비극이 벌어졌는데 책임 소재를 확실히 가리고 넘어가는 것이 윤석열 정부를 위하는 길”이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3일 페이스북에 “부위정경(扶危定傾, 위기를 맞아 잘못을 바로잡고 나라를 바로 세움)은 이럴 때 쓰는 말”이라며 “대북은 강경하게, 내부는 단호하게 해야 한다. 위기에 머뭇거리면 제2의 세월호 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고 적었다. 당내에선 “관련자 인사 조처 등을 피하지 말라는 의미”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런 공개 주장까지는 아니라도 수면 아래에서도 책임자 경질이 불가피하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오가고 있다. 당 초선 의원은 “경찰 대응이 미흡했다는 증거가 명백한데, 행안부 장관이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정부가 책임을 회피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선 의원도 “예민한 시기에 불필요한 정치적 오해를 부를 수 있어 공개 입장을 내지 않을 뿐”이라며 “책임을 지는 위치에 있는 정부 인사들이 거취를 결단해야 한다는 내부 여론이 상당하다”고 전했다. 당 관계자는 “이번 사태가 정부 책임론으로 번질 가능성을 당 인사들 모두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고 초반만 해도 여당에서는 책임론 제기나 정쟁을 자제하자는 분위기가 강했다. 여권 관계자는 “사고 초기 여권 일각에서 강조한 ‘주최 측 없는 행사’라는 주장의 저변에도 경찰이나 정부 등에 섣부른 책임을 물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깔려있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지난달 31일 이 장관 발언이 논란이 되자 “경찰에 부여된 권한이나 제도로는 이태원 사고와 같은 사고를 예방하고 선제 대응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이해한다”고 책임론에 선을 그었다.
유 전 의원이 처음 이 장관 파면을 주장했을 때도 여당에선 “사고 수습이 먼저”라는 부정적 반응이 많았다. 정책위의장인 성일종 의원이 “이 장관도 밤잠 못 자면서 일하고 있는데, 그런 문제(파면)를 왜 지금 거론하는지 모르겠다”고 반박한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112 신고 내용이 공개된 뒤 분위기가 급변했다.
달라진 분위기 속에 친윤계 인사들도 말을 아끼고 있다. 이준석 전 대표 징계 사태나 대통령 비속어 논란 때만 해도 친윤계는 최전방에서 윤 대통령을 엄호하면서 당내 주류 여론을 주도했다. 권성동 의원이나 박수영 의원 등이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거나 방송에 출연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며 이목을 끌었다.
하지만 최근 친윤계 인사들은 사건 직후 애도의 뜻을 밝힌 것 외에는 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공개적인 발언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 한 친윤계 의원은 통화에서 “희생자를 추모해야 할 애도 기간에 정치적으로 비칠 수 있는 발언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분위기가 내년 열리는 전당대회나 당내 역학 관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당 중진의원은 “내각 인사 전당대회 차출론만 해도 참사 직전까진 활발하게 거론되다가 최근 수그러들지 않았나”라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친윤계를 중심으로 형성된 당내 주류 여론이나, 당원 기류에도 상당한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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