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 국가애도기간
2001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미국 9·11 테러 사흘 뒤인 9월 14일을 ‘애도의 날’로 정했다. 한국인을 포함한 희생자 2977명을 추모하기 위해서다. 전국 관공서·학교가 조기를 게양하고 오전 10시 사이렌을 울려 1분간 묵념했다. 이전에도 KAL기 폭파(1987), 성수대교(1994)·삼풍백화점(1995) 붕괴 등 수백명의 사상자를 낸 대형 사고가 있었지만 정부가 애도를 위한 날짜·기간을 지정하지는 않았다.
그러다가 2010년 4월 천안함 피격 때 이명박 정부가 해군장 장례 기간(5일간)을 ‘국가애도기간’으로, 영결식 당일을 ‘국가애도의 날’로 명명했다. 기존 ‘국가장’ 때 장려해 온 전 국민적 추모 분위기를 불의의 군사 사건에 적용키로 결정한 것이다. 전·현직 대통령 등이 사망하면 현행법(국가장법 4조)상 최대 5일을 장례 기간으로 정해 추모한다. 다만 2014년 세월호 참사 때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공직사회 기강 확립”을 지시했을 뿐, 별도의 애도기간을 선포하지는 않았다.
이처럼 과거 사례가 제각각이다 보니 이번 이태원 핼러윈 참사 애도기간(10월 30일~11월 5일) 동안 적잖은 사람들이 ‘일상에서 뭘 해야 하고, 뭘 하면 안되는지’를 궁금해하는 풍경이 펼쳐졌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국가애도기간에 회식을 해도 되나”, “공연(예능)은 예정대로 하나”, “수학여행이 취소되는 건 아닌가” 등의 글이 올라온다. 국가애도기간 중 일반 시민의 활동 범위를 명문화해 규정한 법적 근거나 시행령은 없다. 천안함 때 정부가 부처·지자체·공공기관 등에 ▶검소한 복장 ▶근조(謹弔) 리본 패용 ▶행사 자제(불가피한 경우 간소화) ▶조기 게양을 지시했고, 현 정부도 비슷한 공문을 내려보냈다.
한켠에서는 이번 애도기간 설정을 두고 ‘7일이나 하는 게 맞나’, ‘군인 순직과는 성격이 다르다’ 등의 논쟁이 벌어지는 모습도 보인다. 130명이 희생된 지난 2015년 파리 테러 때 부인을 잃은 저널리스트 앙투안 레리가 테러범들에게 쓴 편지 구절을 소개한다. “우리는 최대한 행복해지고 자유로워짐으로써 당신(테러범)에게 상처를 줄 것이다. 당신이 바라는 증오 따위는 없다.”
공방과 증오가 아닌, 공감과 배려만이 비극을 진정으로 극복하는 열쇠다.
심새롬 정치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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