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 세계바둑 4강…여성기사 벽을 깼다
최정 9단이 중국의 양딩신 9단을 꺾고 삼성화재배 4강에 진출했다. 3일 온라인 대국으로 열린 2022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8강전에서 여자 1위 최정 9단이 2019년 LG배 우승자 양딩신 9단에게 201수 만에 흑 불계승했다.
이로써 최정 9단은 세계대회 4강에 오른 첫 한국 여자기사가 됐다. 세계 최초는 1992년 응씨배 4강에 오른 중국 루이 9단이다. 또 삼성화재배 최초로 한국 선수가 4강 네 자리를 차지하면서 한국은 2연패를 확정했다. 4, 5일 열리는 4강전에서는 변상일 9단과 최정 9단, 신진서 9단과 김명훈 9단이 각각 맞붙는다.
최정 9단이 4강전에서도 승리하면 세계대회 결승에 오른 세계 첫 여자기사가 된다. 전망은 어둡다. 최정 9단은 변상일 9단과의 상대 전적이 5전 전패다. 최강자 신진서 9단은 한국 8위 김명훈 9단과의 상대 전적에서 5승3패로 앞선다.
최정 9단은 ‘중국의 인공지능’이라 불리는 양딩신 9단을 상대로 자신이 가장 잘 두는 ‘싸움바둑’으로 맞섰다. 흑을 잡은 최정 9단은 초반에 우변과 하변에 거대한 벽을 쌓았다. 인공지능이 바둑을 지배한 이후 거의 사라진 대형 세력 작전이었다. 덫을 놓고 기다리는 사냥꾼 같았다. 최정 9단의 세력에 부담을 느낀 양딩신 9단이 우하귀에 침투했고, 최정 9단은 기다렸다는 듯 강수를 연타하며 중앙에서 주도권을 잡았다.
이 대목에서 깜짝 놀랄 반전이 일어났다. 우하귀에 침투한 백을 추궁하던 최정 9단이 갑자기 공격을 멈추고 좌상귀 백 대마 공격에 나섰다. 중앙에 쌓은 세력을 집으로 만들지 않고 공격에 활용한 것이다. 공방전 결과 중앙에서 패가 났고, 양딩신 9단이 패를 해소하는 사이 최정 9단이 우변과 하변의 백 대마를 잡아 50집가량을 확보했다.
양딩신 9단도 반격에 나섰다. 그러나 최정 9단은 상대 공격을 맞받아치며 좌변 흑 대마를 살려냈고, 이렇다 할 돌파구를 찾지 못한 양딩신 9단은 끝내 돌을 던졌다. 최정 9단의 국후 인터뷰를 옮긴다.
“이렇게 간절하게 이기고 싶다는 마음이 든 건 굉장히 오랜만이다. 여기까지 온 이상 결승에 한번 가보고 싶다. 나보다 변상일 9단의 부담이 더 클 것이다. 오늘처럼 죽어라 들이받아 보겠다.”
2022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는 중앙일보가 주최하고 삼성화재해상보험이 후원, 한국기원이 주관한다. 각자 제한시간 2시간, 1분 초읽기 5회가 주어진다. 상금은 우승 3억원, 준우승 1억원.
손민호 기자 ploveso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숨진 아들에 인공호흡한 이지한 엄마 "경찰이 신고 무시" 오열 | 중앙일보
- 안면골절 손흥민 "48시간내 수술"…의사가 본 월드컵행 가능성 | 중앙일보
- 대통령실 35인은 뭘 샀을까…관보서 얻는 투자 힌트 | 중앙일보
- 깜깜한 이태원서 홀로 불켰다…뚜레쥬르가 문 연 속깊은 사연 | 중앙일보
- 무 뽑듯 이태원 참사서 30명 구한 영웅, '주한미군 3명'이었다 | 중앙일보
- "관제애도 폭거" 남영희가 올린 '尹퇴근길' 영상…바이든 차였다 | 중앙일보
- 옥주현, 이태원 참사로 동료 잃어 “정말 좋아했어…기도 부탁” | 중앙일보
- 미인대회에서 맺은 인연…비밀연애 끝 깜짝 결혼한 두 미녀 | 중앙일보
- [단독] 文정부 태양광, 7살 사장님도 있다…"친여엔 단가 특혜" | 중앙일보
- 1천만원 넣으면 월 1만9천원…'이자 최고' 파킹통장은 어디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