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대 눕는 캡틴 손…‘더 브라위너의 기적’ 일어나라
한국 축구대표팀 주장 손흥민(30·토트넘)은 카타르월드컵에서 뛸 수 있을까. 불의의 부상으로 수술대에 올라 출전이 불투명해졌다.
토트넘은 3일 “손흥민이 골절된 왼쪽 눈 주변을 안정 시키는 수술을 받는다. 수술 후 의무진과 재활 훈련에 들어갈 것”이라고 발표했다. 대한축구협회도 “왼쪽 눈 주위 골절로 금주 중 수술을 할 예정이다. 월드컵 출전 가능 여부는 수술 경과를 지켜본 뒤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손흥민은 전날 유럽 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서 공중볼을 다투다가 찬셀 음벰바(마르세유)의 어깨에 얼굴을 강하게 부딪혀 교체됐다.
한국과 월드컵에서 만나는 우루과이와 가나의 언론도 손흥민 수술 소식을 헤드라인으로 다뤘다. 영국 풋볼365는 “국가적 영웅인 손흥민의 월드컵 출전이 불투명한 건 한국에 절망스러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반면 영국 데일리 메일은 “회복이 계획대로 이뤄진다면 한국이 카타르에서 손흥민을 기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12일 리즈와의 경기에 손흥민이 얼굴 보호 마스크를 쓰고 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안과전문의 김권일 예빛안과 원장은 “안와(안구를 감싸는 뼈) 바닥이 골절됐다면 3주 이내 복귀가 어렵다. 그런데 손흥민은 얼굴 측면 쪽을 부딪혔기에 광대뼈 쪽이 어긋난 게 아닐까 추측한다. 안와의 바깥쪽 벽의 라인이 어긋났다면 간단한 수술로 복원할 수 있다. 3주 이내에 복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가디언은 지난해 ‘케빈 더 브라위너(맨체스터시티)의 기적’을 언급했다. 작년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안와골절상을 당했던 더 브라위너는 18일 뒤 열린 유로 대회에 벨기에 대표팀 소속으로 출전했다. 2020년 햄스트링을 다쳤던 손흥민은 마법처럼 회복해서 일주일 만에 복귀해 ‘퀵 힐러(quick healer)’란 별명을 얻었다. 반면 나폴리 공격수 빅터 오시멘의 경우엔 안와골절로 두 달 후에나 복귀한 사례도 있다.
24일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첫 경기 우루과이전까지는 17일이 남았다. 한국은 월드컵 마지막 조(H조)여서 손흥민에게 좀 더 시간이 주어진 건 그나마 다행이다. 한국 대표팀 최종 명단 발표는 12일이다. 명단 교체는 첫 경기 24시간 전인 23일까지 가능하다.
파울루 벤투 한국 감독은 단 1분이라도 뛸 가능성이 있다면 손흥민을 데려갈 것으로 보인다. 손흥민은 한국 축구 ‘최고의 창’이자 ‘정신적 지주’이기 때문이다. 만약 손흥민이 못 뛴다면 황희찬(울버햄프턴)·정우영(프라이부르크) 등이 그 자리를 메워야 한다.
영국 이브닝스탠다드는 “손흥민은 눈 주변의 부기가 가라앉는 대로 48시간 안에 수술을 받을 예정이다. 월드컵 꿈은 회복에 달렸다. 손흥민은 대표팀 내 위상이 높은 만큼 우루과이와의 첫 경기 출전은 불투명하더라도 월드컵 명단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이전에도 월드컵 직전 부상을 당했던 역사가 있다. 황선홍은 1998년 월드컵 직전 중국전에서 십자인대가 끊어지는 부상을 당했다. 부상 회복을 기대하고 프랑스에 동행했지만, 단 한 경기도 뛰지 못했다. 2006년 독일월드컵을 앞두고 이동국은 무릎 십자인대가 끊어져 출전이 불발됐고, 김진수(전북)는 2014년과 18년 두 차례나 월드컵 직전 부상으로 낙마했다.
한편 일부 축구 팬들은 손흥민과 충돌했던 음벰바의 소셜미디어에 몰려가 도를 넘는 한국어 욕설과 인종차별적 댓글을 달기도 했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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