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트 소재 99%, 유해 중금속을 완전히 바꾼 혁신 기술

고석현 2022. 11. 3.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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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엘타워 골드홀에서 열린 '2022 특허기술상 시상식'에서 세종대왕상 수상자 김천기 효성티엔씨 연구원이 개발기술을 설명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인체에 무해하면서도 환경에 나쁜 영향을 끼치지 않는 새로운 개념의 촉매 소재입니다. 우리 생활 곳곳에서 스며들듯 널리 사용됐으면 합니다. 그게 테크니션(기술인)의 바람입니다.”

김천기 효성티앤씨 연구원은 3일 특허청·중앙일보 공동 주최로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열린 ‘2022 특허기술상 시상식’에서 대상 격인 세종대왕상을 받은 뒤 이같이 소감을 말했다. 플라스틱 소재 중 하나인 페트(PET) 소재를 만들 때 지금까지는 주로 유해 중금속인 ‘안티몬’ 촉매를 사용해왔다. 김 연구원이 속한 효성그룹 중합연구팀은 ‘안티몬-프리’ 소재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글로벌 시장 규모가 1000억원대이면서도 자원 소모를 줄이는 친환경 기술이다.

지금까지는 전 세계 99%의 페트 소재 촉매제로 인체와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는 ‘안티몬’을 사용해왔는데, 값싸고 쉽게 구할 수 있어서다. 김 연구원을 포함해 효성티앤씨 연구진이 개발한 ‘폴리에스터 중합 촉매 및 이를 이용한 폴리에스터 제조 방법’은 페트 제조법을 친환경적으로 바꾼 획기적인 기술이다.

김 연구원은 “페트 소재 제조 시 지금까지는 반드시 금속 촉매를 사용해왔다”며 “2017년 일본 기업에서 안티몬-프리 촉매를 개발한다는 뉴스를 접하고 새 촉매 개발에 나섰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 개발한 기술은 친환경임은 물론 촉매 함량을 기존보다 10% 수준으로 낮출 수 있어 경제성도 좋다”며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플라스틱도 줄일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효성은 이 같은 신기술을 기반으로 내년까지 모든 폴리에스터 섬유 제조에 ‘안티몬-프리’ 촉매를 사용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시험 생산에 착수했다.

김지수 특허청 특허심사기획국장은 “친환경 소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새 소재 제조법은 의류·미용제품 등으로 적용 범위를 넓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특히 소량의 촉매를 사용함에도 생산 효율성을 높인 점이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2022 특허기술상 시상식이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양재동 엘타워 골드홀에서 열렸다. 앞줄 왼쪽부터 김성관 한국지식재산보호원 원장, 서영호 대한변리사회 부회장, 김종윤 중앙일보 편집국장, 이인실 특허청장, 백승호 LG전자 팀장(정약용상), 김천기 효성티앤씨 연구원(세종대왕상). 뒷줄 왼쪽부터 김나영 국립수산과학원 해양수산연구사, 공종혁씨(공봉배 엘지이노텍 책임연구원 가족·이상 지석영상), 이재복 이랑텍 대표이사(홍대용상), 김동한 LG전자 연구위원(충무공상), 박용찬 이콘비즈 대표이사(홍대용상), 윤치원 서연이화 책임연구원, 김경민 에스엘바이오닉스 이사(이상 홍대용상), 김지수 특허청 국장. 김경록 기자


2위에 해당하는 충무공상은 냉장고 속 압축기를 윤활유 없이 작동할 수 있는 ‘리니어 압축기’를 개발한 김동한 LG전자 연구위원이 수상했다. 압축기는 냉매 가스를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데, 새 기술은 고속 운전을 가능케 해 냉장 성능을 높였다. 또 기존 압축기보다 크기가 작아 냉장고 내부 공간을 넓게 구성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김 연구위원은 “기존 냉장고 압축기는 윤활유의 점도로 인해 마찰과 발열이 발생하는 게 문제였다. 우주항공 분야에서 응용하는 가스베어링 기술을 적용해 윤활유 없이 압축기를 작동하게 했다”며 “조만간 가정마다 ‘리니어 압축기’를 단 냉장고가 보급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석영상(3위)은 공봉배 엘지이노텍 책임연구원, 김나영 국립수산과학원 연구사가 각각 수상했다. 홍대용상(4위)은 서연이화, 에스엘바이오닉스, 이랑텍, 이콘비즈 등이 받았다.

혁신 디자인에 시상하는 정약용상에는 ‘공기청정기가 부설된 선풍기’를 디자인한 백승호 LG전자 에어솔루션팀장이 수상했다. 선풍기 하단은 원통형으로 공기를 빨아들이고, 상단은 공기역학 기술을 집약한 트윈타워 모양으로 디자인했다. 백 팀장은 “집에 있는 선풍기는 여름 한 철만 쓰고 창고에 들어가는데, 365일 거실에 놓고 쓸 수 있는 선풍기를 만들고 싶었다”며 개발 이유를 설명했다.

이인실 특허청장이 3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엘타워 골드홀에서 열린 '2022 특허기술상 시상식'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1992년 제정된 특허기술상은 올해로 31년째를 맞았다. 그동안 390여 건의 특허 기업(인)을 선정했다. 수상자에게는 상금과 함께 특허청의 발명 장려 사업, 중소벤처기업부의 창업 맞춤형 사업화 지원사업 선정 등에서 우대 혜택을 준다.

이인실 특허청장은 “훌륭한 성과는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발명으로부터 시작되고, 발명을 통해 미래를 위한 혁신 성장을 할 수 있다”며 “한국은 세계 특허 경쟁력의 기준으로 삼는 국제 특허출원 건수가 세계 4위다. 기술패권 경쟁 속 발명자들의 도전이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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