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훈련 연장에…北 "통제불능" 협박뒤, 한밤 SRBM 3발 쐈다

정영교 2022. 11. 3. 21:4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노동신문은 지난달 10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술핵운용부대들의 군사훈련을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김 위원장이 미사일 발사장면을 지켜보는 모습. 노동신문=뉴스1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3일 오후 동해상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3발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평양 순안일대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1발과 평안남도 개천시 일대에서 SRBM 2발을 각각 발사한 데 이어 3번째 미사일 도발이다.

합참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후 21시 35분경부터 21시 49분경까지 황해북도 곡산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SRBM 3발을 발사했다. 군 당국은 비행거리 약 490㎞, 고도 약 130㎞, 속도 약 마하 6으로 각각 탐지했으며, 세부 제원을 정밀 분석 중이다.

이번 미사일 발사는 북한군 서열 1위인 박정천 노동당 비서가 한·미 공중연합훈련인 '비질런트 스톰(Vigilant Storm)' 연장에 반발한 담화를 발표한 직후 이뤄졌다. 이 때문에 이번 발사는 연합공중훈련 기간 연장에 대한 반발로 추정된다.

이후에도 북한은 이날 23시 28분경부터 북한 강원도 금강군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80여 발의 포병사격을 진행했다. 합참은 "탄착 지점은 '9·19 군사합의'에 따른 NLL 북방 해상완충구역 내"라면서 "동해상 북한의 포병사격에 대해 '9·19 군사합의 위반 및 즉각 도발 중단'에 관한 경고통신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동해 해상완충구역 내 포병사격은 명백한 '9·19 군사합의' 위반이며, 이러한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은 한반도는 물론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행위로서, 엄중 경고하며 즉각 중단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박 비서는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한 담화에서 "미국과 남조선이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을 연장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면서 "매우 위험하고 잘못된 선택"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미국과 남조선의 무책임한 결정은 연합군의 도발적 군사행위로 초래된 현 상황을 통제 불능의 국면으로 떠밀고 있다"며 "미국과 남조선은 자기들이 돌이킬 수 없는 엄청난 실수를 저질렀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20년 3월 전선 장거리포병부대의 '화력타격훈련'을 지도하는 모습. 박정천 당시 군 총창모장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김 위원장을 수행하고 있다. 조선중앙TV 캡처=연합뉴스

박정천 당 비서는 북한 권력의 핵심인 당 정치국 상무위원 6명 중 한명이다. 정부 당국은 박 비서가 당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도 맡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는 군에 대한 당적 지도를 강조하는 북한에서 '김정은 일가'를 제외하고 군 관련 인사가 오를 수 있는 최고 직책이다.

그런 그가 한·미 당국의 연합훈련 연장 결정에 대한 담화를 즉각 낸 것을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정대진 원주 한라대 교수는 "한반도 정세 긴장의 책임을 한·미에 떠넘기려는 의도로 보인다"면서 "이를 빌미로 잠수발사 탄도미사일(SLBM) 발사, 7차 핵실험 등의 군사적 도발을 동시다발적으로 감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미 군당국은 이날 4일까지 예정됐던 이번 연합공중훈련을 연장하는 카드를 내놨다. 양측 공군은 "북한 도발로 고조된 현 안보 위기 상황에서 한·미 동맹의 굳건한 연합방위태세를 현시할 필요가 있다"며 훈련 연장 계획을 발표했다. 연장 기간 등 세부 사항은 한·미 군 당국이 협의를 진행 중이다.

이번 훈련 연장은 한미외교안보협의회(SCM) 참석차 방미 중인 이종섭 장관이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및 마크 밀리 합참의장과의 SCM 만찬 자리에서 훈련연장을 제안해 전격적으로 결정되었다고 한다.

한편 북한은 한·미 연합공중훈련을 빌미로 고강도 위협을 이어가고 있다. 전날 휴전 이래 처음으로 북방한계선(NLL)을 넘겨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발사하는 등 10시간 동안 4차례에 걸처 총 25발의 미사일을 쏜데 이어, 이날에는 신형 ICBM인 '화성-17형' 1발과 SRBM 2발을 발사했다.

한·미 정보당국은 북한이 다음 도발 카드로 핵실험을 꺼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관련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