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인생에 대한 이야기… 변함없이 ‘읽히는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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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비평이 읽히긴 어렵다.
2008년 출간된 그의 첫 책이자 문학평론집인 '몰락의 에티카'는 정확한 문장과 예민한 감각, 새로운 스타일로 충격을 선사하며 신형철이라는 이름을 각인시켰다.
신형철의 다섯 번째 책이 되는 '인생의 역사'는 시에 대한 에세이다.
신형철의 글을 한 편 한 편 차분히 읽어나가다 보면 시를 읽을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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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철 지음
난다, 328쪽, 1만8000원
문학비평이 읽히긴 어렵다. 신형철은 매우 드문 예외일 것이다. 신형철의 비평은 독자와 소통한다. 2008년 출간된 그의 첫 책이자 문학평론집인 ‘몰락의 에티카’는 정확한 문장과 예민한 감각, 새로운 스타일로 충격을 선사하며 신형철이라는 이름을 각인시켰다. 이후 ‘느낌의 공동체’ ‘정확한 사랑의 실험’에 이어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까지 신형철의 비평은 꾸준히 읽혔다.
신형철의 다섯 번째 책이 되는 ‘인생의 역사’는 시에 대한 에세이다. 동서고금의 시 25편을 뽑아 해설한다. 본격적인 비평이라기보다 독자와 시 한 편을 함께 읽으며 인생에 대해 이야기하는 형식, 즉 ‘시화(詩話)’다.
“‘시’는 그다지 대단하지 않은 대단한 예술이다. 시는 행(行)과 연(聯)으로 이루어진다. 걸어갈 행, 이어질 연. 글자들이 옆으로 걸어가면서(行) 아래로 쌓여가는(聯) 일이 뭐 그리 대단할 게 있겠는가. 그런데 나는 인생의 육성이라는 게 있다면 그게 곧 시라고 믿고 있다. 걸어가면서 쌓여가는 건 인생이기도 하니까.”
‘신형철 시화’는 상고시대 시가인 ‘공무도하가’로 시작한다. 그는 ‘공무도하(임이여 물을 건너지 마오)’와 ‘공경도하(임은 결국 물을 건너시네)’가 이루는 대구의 긴장에 주목하면서, 이 노래는 어떤 일을 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하는 “간절한 ‘무(無)’”를 어떤 일이 결국 벌어지고 말았다는 사실을 지시하는 “냉혹한 ‘경(竟)’”이 무너뜨리는 구조로 돼 있다고 해석한다. 그러면서 “인생에는 막으려는 힘과 일어나려는 힘이 있다는 것. 아무리 막아도, 일어날 어떤 일은 일어난다는 것”이라고 덧붙인다.
두 번째 시는 성경의 ‘욥기’다. 그는 “‘욥기’는 시다”라고 규정하고 “‘욥기’가 여전히 위대한 것은 이 작품이 던지는 질문의 그 끈질긴 깊이 때문이라고 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또 미국 시인 에밀리 디킨슨을 “슬픔을 공부하는 사람은 반드시 읽어야 할 시인”이라고 소개한다.
최승자, 나희덕, 황동규, 이영광, 박준 등 국내 시인들도 다룬다. 이영광의 잘 알려진 시 ‘사랑의 발명’을 그와 함께 읽어보자. 신형철은 9행으로 구성된 이 짧은 시에서 “나라도 곁에 없으면”에 대해 생각해보자고 한다. “무심코 저런 속엣말을 하고 스스로 놀라버렸을지 모를 한 사람”을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그리고 “이 사람을 계속 살게 하고 싶다고, 내가 그렇게 만들고 싶다고 마음먹게 되는 순간. 바로 그 순간 이 세상에는 한 인간에 의해 사랑이 발명될 것이다”로 이어간다.
신형철의 글을 한 편 한 편 차분히 읽어나가다 보면 시를 읽을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어쩌면 시 읽는 즐거움을 조금 알 것 같다는 느낌도.
김남중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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