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가족' 라미란 "뜨거운 것이 가슴 한 켠에 생기는 영화" [일문일답]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배우 라미란이 주연작 영화 '고속도로 가족'(감독 이상문)에 대한 애정을 전했다.
2일 개봉한 '고속도로 가족'은 인생은 놀이, 삶은 여행처럼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살아가는 한 가족이 우연히 한 부부를 만나면서 예기치 못한 사건을 겪게 되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라미란은 극 중 중고 가구점을 운영하는 영선으로 분했다. 사고로 아들을 잃은 아픔을 가지고 있고 휴게소에서 우연히 만난 가족에게 돈을 건네고 두 번째 만남으로 인해 지숙(김슬기 분)과 아이들을 집으로 데려온다.
라미란은 영선 캐릭터를 통해 특유의 편안한 호흡과 생활감이 묻어난 연기로 극에 흐름을 주도했다. 자연스러운 템포와 절제된 내면 연기는 영선의 내면의 아픔을 표현하기에 완벽했다. 또 눈물을 쏟아내는 영선의 모습은 라미란의 깊이 있고 다양한 감정을 가진 캐릭터를 그려내며 깊은 여운을 끌어올렸다.
극을 연출한 이상문 감독은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라미란 배우를 영선 역에 대입했었다. 현장에서 순간 집중력이 엄청난 분이다. 툭 던지는 한마디로 라미란 배우가 시나리오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지, 영선을 어떻게 해석하는지 다 보일 정도였다. 게다가 그의 웃음 뒤에 깊게 배어있는 그림자는 사람의 마음을 흔들고, 넓은 표현력과 진실한 연기는 관객을 설득시킬 힘이 있다. 덕분에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매 순간 느껴지는 감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라고 극찬했다.
다음은 라미란이 전한 일문일답.
- 출연 이유는? 대본을 보고 어땠는지.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세상에 모든 사람은 각자의 아픔을 갖고 있을텐데, 영선도 그 중 하나로, 어렵게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인물이다. 우연히 만난 기우(정일우) 가족이 어떻게 보면 영선에게는 다시 힘을 내고 살아갈 수 있는 한줄기 빛 같은 느낌으로 다가왔을 것 같다. 평소 호흡이 영선과 잘 맞아서 편안했다. 이 가족의 이야기를 보며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어서 좋았고, 관객분들도 그렇게 느끼실 것이라 생각했다."
-영선은 하루하루 버티다가 고속도로 가족을 만나며 감정선의 변화가 있는 인물인데, 영선 캐릭터 감정의 흐름을 표현하기 위해 중점을 둔 부분은?
"이 가족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여러 가지 감정이 있었지만, 감정이 단계적으로 변한 것 같다. 처음에는 이 가족과 아이들을 보며 흔들리는 감정을 가졌지만, 재회했을 때는 반가움도 잠시 '뒤통수를 맞았나?'하는 감정을 가졌듯 영선의 감정은 순차적으로 흘러간다. 그중 영선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감정이 가장 중요했다. 그 감정이 어떠냐에 따라 이들을 바라보는 시각이나 마음이 바뀌게 되니까. 내가 평범하고 평온한 삶을 사는 사람이었다면 다르게 보였을 것 같다. 하지만 영선에게도 아픔이나 공허함이 있었기 때문에 이들이 영선에게 다르게 다가온 것 같다. 캐릭터 준비라고 하기 보다는 영선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하려고 많이 애썼다."
-촬영 기간 중 기억나는 에피소드는?
"아이들과 하는 촬영이 너무 재밌었다. 아이들이 잘 적응했고, 우리 모두와 이미 가족이 돼 있었다. 나도 편안한 상태로 와서 자연스럽게 동화돼 너무 즐겁고 유쾌한 촬영 현장이었다."
-현실의 라미란도, 영선의 상황에서 같은 선택을 했을까?
"고민되는 문제다. 아마 라미란 같으면 신고를 하지 않았을 것 같다. 영선과 같은 상황이었더라도 나는 '내가 책임질 수 있는가'에 대한 생각을 하는데, 최악의 순간까지 생각하는 편이라서 영선처럼 선택을 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고민된다."
-백현진 배우와 부부 호흡이 매우 돋보였다. 둘의 촬영은 어땠는지.
"영화로 보니 약간 토라진듯한 백현진 배우의 호흡이 웃음 포인트가 돼 좋았다. 남편의 상황도 충분히 이해가 가고, 못 받아주는 영선의 상황도 이해가 간다. 그래도 영화를 보니 남편이 영선에게 많이 힘이 돼 준다는 것을 느꼈다. 집에서 촬영하는 신이 백현진 배우와의 첫 신이었는데, 첫 만남이라 약간 데면데면했던 것이 권태로운 부부, 현실 부부의 모습이 잘 표현된 것 같다."
-올해 세 작품으로 관객들을 만났다. 오랜만에 관객들과 더 가까이 호흡하고 다양한 작품 속 라미란을 보여주는 한 해였는데 소감이 어떤지.
"정말 다양한 모습이 보여져 좋은 느낌이었는지는 의문이다. 사실은 한꺼번에 많은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조금 부담이 된 건 사실이다. 보시는 분들도 부담스럽고 한 인물에 몰입하기가 쉽지 않으셨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짧은 기간 동안 인사를 많이 드렸는데, 보시는 분들의 취향에 따라 보실 수 있다는 것에 위안을 삼아본다. 그래도 최대한 중복되거나 보기가 힘들다는 느낌만 안 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래도 저는 열심히 인사를 드리기 위해 앞으로도 열심히 작업할 거다. 예쁜 마음으로 지켜봐 주시길 바란다."
-코미디, 로맨스에 이어 휴먼 드라마까지, 다양한 장르의 캐릭터를 연기했다. 어려운 점은 없었나?
"코미디 연기를 하다 보니 저도 쉼표가 필요했고, 나를 내려놓을 수 있는 작품이 필요한 시기에 하고 싶은 영화를 만났다. 저에게 필요한 작품이었다. 극의 내용이나 인물의 성격이 바뀔 뿐이지 연기를 접근하는 방식이 다르지는 않다. 다른 이야기 속 다른 화자가 되어 연기를 하는 것이다. 영선을 연기하면서 이 사람만의 언어로 이야기한 것 같다."
-라미란이 이야기하는 '고속도로 가족' 관전 포인트는?
"시나리오를 읽고, 영화를 보면서도 느낀 건데, 보다 보면 어느샌가 나도 알 수 없는 어떤 뜨거운 것이 가슴 한 켠에 생기는 이상한 영화다. 내가 뭘 느껴야겠다 봐야겠다는 관전 포인트보다는, 보면서 내가 어떻게 동요하고 공감하는지를 느껴보시는 재미가 있는 영화다."
사진 = 씨제스엔터테인먼트, CJ CGV㈜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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