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국힘 내 두 목소리, 결국엔 수용불가?
[박현광 기자]
▲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 |
ⓒ 남소연 |
"사태 수습보다는 정쟁에만 몰두하고 있는 행태를 자제하라."
더불어민주당·정의당 등 야권이 이태원 압사 참사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나선 3일, 국민의힘 내에선 두 가지 답변이 나왔다. 하나는 경찰 국가수사본부(국수본)의 수사 상황과 7일 예정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행안위) 현안질의 등을 보고 판단하자는 '신중론', 또 다른 하나는 야권이 정치적 목적으로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있다는 '강경론'이다.
신중론을 견지하는 쪽은 원내지도부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열린 한일의원연맹 합동총회 후 야당의 국정조사 요구에 대한 입장을 묻는 말에 "오는 5일까지가 국가 애도 기간이고 사태 수습이 우선인 점, (참사 관련) 수사가 진행되고 있고 7일 국회 행안위 긴급 현안질의가 예정돼 있는 점 등을 고려할 것"이라며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다만 그는 '민주당의 국정조사 요구에 정치적 이유가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엔 "156명이나 소중한 생명을 잃은 사건에 민주당으로서는 국정조사 요구를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답했다. 이미 공개된 '112 신고 녹취록' 등을 통해 '경찰의 부실대응 탓에 참사를 방지하지 못했다'는 국민적 공분이 불거지고 있는 만큼, 여당 입장에서도 무조건 야당의 국정조사 요구를 거부하긴 어렵다는 지점을 드러낸 답변이었다.
김미애 국민의힘 원내대변인도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국수본의 수사 결과와 행안위 현안질의를 먼저 지켜볼 필요가 있다"면서 "국정조사의 취지는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향후 예방 대책 마련 등인데 국회는 수사권이 없어서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국민들이 미진하게 여긴다면 국민의 뜻을 존중하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 이태원 압사 참사 관련 경찰과 지자체 대응 여부를 감찰, 수사 중인 경찰청 특별수사본부가 지난 2일 오후 서울경찰청과 용산경찰서, 용산구청 등 8곳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압수수색이 진행중인 서울경찰청 현관전광판에 ‘이태원 사고 고인을 깊이 애도합니다’는 추모문구가 표시되고 있다. |
ⓒ 권우성 |
하지만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 등은 야권의 국정조사 요구에 강경한 반대 입장을 표했다.
정 비대위원장은 3일 본인 페이스북을 통해 "대형사고에 대해 검찰이 수사에 착수할 수 있도록 검수완박법 개정하자. 국정조사보다 그게 먼저"라고 주장했다. 특히 "(검수완박법을 주도한) 민주당은 부끄러움도 없이 경찰 수사를 믿을 수 없다며 국정조사를 요구했다. 수사권도 없는 국정조사로 무슨 진실을 밝히겠다는 것이냐"라면서 국정조사에 동의할 수 없다는 뜻을 드러냈다.
국민의힘 소속 행안위원들은 이날 따로 기자회견을 열어 "'검수완박' 입법 과정에서 경찰조직의 권한 확대에만 몰두하며 지난 정권에 밀착했던 일부 정치 경찰의 행태가 결국 국민의 생명과 안전의 보호라는 경찰 본연의 임무를 소홀하게 만든 것은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면서 참사 원인을 '검수완박법'으로 몰았다. 그러면서 "애도 기간이 채 끝나지도 않았음에도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하는 등 사태 수습보다는 정쟁에만 몰두하고 있는 행태를 자제하라"고 민주당을 비판했다.
당권주자인 조경태 의원은 아예 본인 페이스북을 통해 야당의 국정조사 요구를 "이태원 참사를 정쟁의 도구로 삼고자 하는 시도"로 규정하기도 했다.
국정조사 범위·대상 등 '디테일' 논의 때는 '강경론' 더 거세질 듯
아직 국정조사 범위나 대상, 시기 등 '디테일'에 대한 논의는 시작되지도 않은 상황임을 감안할 때, 강경론을 펴는 쪽이 국민의힘 내 다수를 점할 가능성도 보인다.
야당이 참사 당시 윤석열 대통령 혹은 대통령실에 대해서도 국정조사를 하자고 주장한다면, 여당 입장에선 곧장 수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미애 원내대변인은 이날 전화통화에서 "국정조사 범위는 민주당에서 제출할 국정조사 요구서가 오면 그때 논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민주당 측은 조사 범위를 과도하게 넓히진 않겠지만 참사 당일 지휘계통 등에 대한 문제는 반드시 짚겠다는 입장이다. 오영환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국정조사에 대한) 구체적인 시기나 범위가 결정된 건 없다"면서 "무리해서 조사 범위를 결정하진 않겠지만 경찰의 보고체계에 해당하는, 필요한 부분은 (조사 대상에) 포함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추진한다... "사유 넘친다" http://omn.kr/21gmp
정진석,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요구에 "검수완박법 개정부터" http://omn.kr/21gr3
▲ 지난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압사 참사 현장 부근인 이태원역 1번 출구에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시민들이 가져다 놓은 국화꽃, 메모지, 술병, 촛불 등이 가득하게 쌓여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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