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옆 대통령실 인근 경찰 기동대, 왜 이태원 투입 늦었나
“10월29일 오후 11시 20분, 또는 바로 그 직전이다.”
3일 서울경찰청 관계자들이 확인하는 1개 경찰기동대(60여명)가 ‘이태원 참사’ 현장에 처음 도착한 시각이다. 기동대는 혼잡·재난 등의 상황 경비를 맡는 조직이다. 이 시각 전까지는 오후 9시 30분쯤부터 투입된 교통관리 담당 교통기동대 20여명이 사실상 질서유지 인원의 전부였다. 처음 투입된 건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 24시간 대기하고 있던 기동대였다. 이미 참사 발생이 공식화된 시점(오후 10시 15분)에서 이미 1시간 5분이 흐른 뒤였다.
이후 1시간 동안 서울 광화문·여의도·서초에 있던 경찰기동대와 부대 내 대기 중이던 의무경찰부대가 순차적으로 현장에 투입됐다. 참사 다음 날인 30일 오전 4시 30분쯤 진행된 현장 브리핑에서 최을천 용산경찰서 형사과장은 “경찰기동대 13개 부대 659명 인원이 투입됐다”고 밝혔었다.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 사고 발생 장소까지는 직선으로 약 1.6㎞ 거리로, 도보로 약 20여분 소요된다. 소방 신고가 접수된 오후 10시 15분 이후 이태원 인근에 있던 기동대 투입은 왜 곧장 이뤄지지 않았을까.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실이 서울경찰청으로부터 받은 ‘경력운용 계획’에 따르면 참사가 발생한 10월 29일 당일 서울의 경찰 운용 가능 인력은 81개 부대로, 경찰기동대 69곳과 의무경찰중대 12곳이었다. 기동대 근무 담당 경찰관은 “1개 기동대 당 출동 가능인원은 병가·연가·행정요원을 제외하고 60여명 정도”라고 말했다. 기계적으로 계산하면 이날 약 4860여명 경력 배치가 가능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계획을 보면 서울경찰청은 29일 서울에서 열린 총 21건의 집회·시위에 70개 부대를 집중 배치하기로 했고, 핼러윈 관련 이태원 일대 배치 계획은 없었다. 지난 2020년과 지난해 핼러윈 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수칙 위반 행위 단속을 위해 기동대를 배치했지만, 다중 운집으로 인한 혼란 관리를 위해 기동대를 배치한 전례가 없다는 게 경찰이 밝힌 공식 입장이다.
서울 용산·광화문·여의도 등 거점 근무를 맡은 경찰기동대들은 이날 오후 집회·시위 관리에 동시 투입됐다. 이날 ‘촛불전환승리행동’은 윤석열 대통령 퇴진 등을 주장하며 참가자 1만3000여명(경찰 추산) 규모의 집회를 오후 4시쯤부터 오후 9시쯤까지 서울 용산구 삼각지역 인근에서 열었다. 이에 보수 성향 단체 ‘신자유연대’ 측 700여명은 맞불성 집회를 같은시간 진행했다. 이밖에 양대노총 공대위 등 수천명에서 수만명의 집회 참가자가 신고 된 집회가 서울 도심 곳곳에서 다수 열렸다.
삼각지역 인근 집회를 포함해 참사 당일 서울 도심에서 열린 모든 집회가 오후 8시 30분쯤 종료되면서 집회 관리에 투입됐던 경찰기동대는 모두 철수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오후 8시 30분쯤 집회가 종료되면서 경찰기동대 등 현장에 있던 경력이 해산했다”며 “이후 오후 11시쯤 상황이 급박함을 알고 야간 대기 중이던 경찰기동대가 먼저 투입됐고, 휴식 중이던 의무경찰들도 깨워 부랴부랴 투입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애초에 기동대에 핼러윈 군중 관리 임무가 주어지지 않았고 상황 전달이 지연되면서 지휘부의 판단이 늦어져 사고 현장 지근 거리에 있던 기동대조차 투입할 수 없었다는 이야기다. 이태원 참사 당일 오후 6시부터 사고 직전까지 이태원파출소로 하달된 112 신고 건수는 압사 사고 신고를 포함해 총 79건으로, 경찰기동대가 해산한 오후 8시 30분 이후로도 신고는 계속 이어졌다.
이태원파출소 근무 경찰관은 3일 중앙일보와 만나 “사고 당일 파출소장 포함 22명이 근무하고 있었는데 6만명 관중이 가득 찬 월드컵 경기장 2곳 수준을 어떻게 관리했겠느냐”며 “위험은 파악됐지만 기동대 없이 파출소 인원으로만 인파를 관리하기란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당시 상황대기 근무 중이었던 일선서 관계자는 “현장에선 신고가 계속 몰려오는데 파출소 인력만으론 구체적으로 상황이 어떤지 파악하기조차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각지역 인근에서 열린 집회·시위를 현장에서 관리하던 이임재 용산경찰서장(대기발령)은 오후 11시를 넘겨 현장에 도착했고,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이 처음 상황을 보고받은 건 오후 11시 36분이었다. 윤희근 경찰청장에겐 자정을 넘은 30일 0시 14분쯤 보고가 이뤄졌다. 윤 청장이 ‘가용경력 최대 동원’ 등을 지시했을 땐 이미 ‘수십명이 심정지 상태’라는 소방당국 추정이 나오는 상황이었다.
3일 경찰청 특별감찰팀은 참사 당일 서울경찰청 상황관리관으로 근무한 류미진 서울청 인사교육과장과 이 서장에 대해 “업무를 태만히 했다는 점이 확인됐다”며 특별수사본부에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이들의 업무 소홀로 보고 및 지휘가 제때 이뤄지지 않았다는 취지다.
나운채·이창훈·최서인 기자 na.un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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