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속 용어]경찰청장 '읍참마속' VS 일선 경찰관 '지부상소'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윤희근 경찰청장이 이태원 참사 현장 대응 미흡을 인정하면서 "읍참마속의 각오로 감찰과 수사를 벌이겠다"고 말한 1일 경찰 내부망 폴넷에는 '읍참마속을 말씀하시니 지부상소를 올립니다'란 글이 올라왔다.
이 경찰관의 지부상소는 윤 청장에게 참사 당일 현장에서 사투를 벌인 용산경찰서와 이태원파출소 직원들을 벌하지 말아달란 얘기로 요약된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아시아경제 조성필 기자] 윤희근 경찰청장이 이태원 참사 현장 대응 미흡을 인정하면서 "읍참마속의 각오로 감찰과 수사를 벌이겠다"고 말한 1일 경찰 내부망 폴넷에는 '읍참마속을 말씀하시니 지부상소를 올립니다'란 글이 올라왔다.
읍참마속(泣斬馬謖). 사사로운 감정을 버리고 엄정히 법을 지켜 기강을 바로 세우는 일을 비유하는 말이다. 중국 삼국시대 북벌에 나선 제갈량이 기산전투에서 군령을 어기고 멋대로 전투를 지휘하다 참패한 마속을 눈물을 머금고 참형했다는 데서 유래했다. 윤 청장이 이 표현을 쓴 것은 경찰의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부하들을 엄벌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됐다.
이 같은 윤 청장의 읍참마속 표현은 한 일선 경찰관의 지부상소로 이어졌다. 지부상소(持斧上疏)는 받아들이지 않으려면 머리를 쳐 달라는 뜻으로 도끼를 지니고 올리는 상소란 의미다. 조선시대 신하가 임금에게 올리는 상소 가운데 가장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경찰관의 지부상소는 윤 청장에게 참사 당일 현장에서 사투를 벌인 용산경찰서와 이태원파출소 직원들을 벌하지 말아달란 얘기로 요약된다.
실제로 이 경찰관은 해당 게시글에 "마속은 군율을 어겨 책임을 물은 것이고, 용산서와 이태원 파출소는 혼란 속에 최선을 다했다"며 "용산서에는 강도 높은 감찰이 아니라 따뜻한 격려와 아낌없는 지원을 보내줘야 한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현장 대응과 근무자들의 조치를 따지기 전 사고 원인 규명과 신속한 수사가 먼저"라며 "울면서 부하 목을 치는 제갈량 대신 결연하게 출사표를 적고 나서는 제갈량을 보고 싶다"고 했다.
해당 게시물 외에도 용산서와 이태원 파출소 직원들에 대한 감찰을 멈춰달라는 글은 쉽게 찾을 수 있다. 156명의 희생자를 낳은 참사지만, 당시 이태원 파출소 직원들은 생명을 구하기 위해 목청 높여 고생했다는 것이다. 김백겸 경사가 대표적 사례다. 김 경사는 참사 당시 이태원 인파 속에서 고군분투한 모습이 추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시민들에게 큰 울림을 줬다.
하지만 이들의 상소가 무색하게도, 경찰청은 윤 청장의 읍참마속 발언 당일 특별감찰팀을 꾸려 실무자부터 지휘관까지 모든 인원에 대한 대대적 감찰에 나섰다. 경찰 안팎으로 "현장 경찰에 책임을 전가한다"는 지적이 따랐고 경찰직장협의회도 윤 청장과 면담에서 "파출소 현장 직원이 표적 감찰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고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윤 청장은 경찰직협 측 요구를 수용하겠단 의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표적 감찰이 아닌 공정한 감찰이 되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되고 있다.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결혼해도 물장사할거야?"…카페하는 여친에 비수꽂은 남친 어머니 - 아시아경제
- "37억 신혼집 해줬는데 불륜에 공금 유용"…트리플스타 전 부인 폭로 - 아시아경제
- 방시혁·민희진, 중국 쇼핑몰서 포착…"극적으로 화해한 줄" - 아시아경제
- 연봉 6000만원·주 4일 근무…파격 조건 제시한 '이 회사' - 아시아경제
- "고3 제자와 외도안했다"는 아내…꽁초까지 주워 DNA 검사한 남편 - 아시아경제
- "너희 말대로 왔으니 돈 뽑아줘"…병원침대 누워 은행 간 노인 - 아시아경제
- "빗자루 탄 마녀 정말 하늘 난다"…역대급 핼러윈 분장에 감탄 연발 - 아시아경제
- 이혼 김민재, 재산 분할만 80억?…얼마나 벌었길래 - 아시아경제
- "전 물만 먹어도 돼요"…아픈 엄마에 몰래 급식 가져다 준 12살 아들 - 아시아경제
- 엉덩이 드러낸 채 "뽑아주세요"…이해불가 日 선거문화 - 아시아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