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장비 국산화율 20%…“‘칩4’ 동맹 빠지면 더 큰 후폭풍”
반도체장비 국산화율이 20%로 낮은 한국이 안정적인 장비 공급선을 확보하기 위해선 미국이 주도하는 ‘칩4’(Chip4) 동맹에 참여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글로벌 반도체장비 시장의 독과점 구조가 심화하고 기술장벽이 갈수록 높아지면서다.
3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발표한 ‘최근 반도체장비 교역 동향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반도체장비 국산화율은 20%에 그쳤다. 반도체장비 국산화율은 국내 반도체 기업에 공급된 장비 중 국내 기업이 국내에서 생산한 비율을 가리킨다. 나머지는 수입하고 있다는 의미이며, 국내 장비 수입 중 77.5%를 미국·일본·네덜란드 등 3국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금액 기준으로 반도체장비를 가장 많이 수입한 국가는 중국 386억 달러(약 54조8000억원)이었고, 대만 298억 달러(약 42조3000억원), 한국 250억 달러(약 35조5000억원) 순으로 집계됐다. 특히 한국 시장에서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미국)와 ASML(네덜란드), 램리서치(미국), 도쿄일렉트론(일본), KLA(미국) 등 ‘세계 5대 반도체장비 기업’의 매출액은 203억 달러(약 28조8320억원)로 점유율이 81.3%에 달했다.〈그래픽 참조〉
반면 수출액 상위 국가는 일본 312억 달러(약 44조3000억원), 미국 284억 달러(약 40조3200억원), 네덜란드 201억 달러(약 28조5400억원) 등이었다.
보고서는 반도체 산업 업황에 따라 앞으로 한국의 반도체장비 수입액이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국내 업체가 반도체장비를 5대 메이저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외교적·지정학적 리스크에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강상지 무협 연구원은 “각국의 정책 변화에 따라 장비 조달 리스크가 크다”며 “특히 미국은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견제하기 위해 네덜란드 정부와 협조해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의 대중 수출을 사실상 차단했다”고 말했다.
반도체장비는 특성상 단기간에 국산화나 수입선 다변화가 어렵다. 이 때문에 향후 안정적인 장비 확보를 위해서는 ‘칩4’ 동맹에 참여하고, 이와 함께 국산화를 위한 연구개발(R&D) 투자를 병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상지 연구원은 “칩4 동맹 참여 의사를 확실히 밝히고 주도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며 “미국의 대중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를 기회로 삼아 중국과 격차를 벌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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