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요구 공식화…대통령실 정조준
더불어민주당은 ‘이태원 핼러윈 참사’ 발생 엿새째인 3일,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국민의 불안과 분노가 날로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정조사를 통해 국민과 함께 진상규명에 나서겠다”며 “조사 대상인 정부에게 셀프 조사를 맡기기엔 공분의 임계점이 넘었다”고 했다. 전날 정의당에 이어 민주당도 국정조사 요구를 전면에 내건 것이다.
박 원내대표는 국정조사 요구 근거로 ▶안일한 경찰 인력 배치 ▶112 신고 부실대응 ▶늑장보고 ▶민간 사찰 등을 거론한 뒤 “지금까지 나온 의혹만으로 사유는 차고 넘친다. 성역 없는 국정조사로 국가가 국민을 내팽개친 1분 1초까지 밝히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은 오는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정조사를 위한 특위 계획서가 처리돼야 한다며 국민의힘을 압박했다. 박 원내대표는 “여당도 원인 규명을 주장하는 만큼 국정조사를 반대할 하등의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정조사 요구서는 재적 의원 4분의 1(75명) 이상 동의로 제출되고, 국정조사를 하기 위한 특위 계획서는 재적 의원 과반 출석·과반 찬성이 필요하다. 169석인 민주당 단독으로도 국정조사 강행이 가능한 구조이지만, 여야 합의 추진이 그간 관례였다.
민주당은 전날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제안한 여·야·정 공동 참여 ‘사고조사 특위’ 구성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우리에 제안한 바도 없다. 문제의 중심에 선 정부와 뭘 같이 구성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이수진 원내대변인)는 반대 입장을 보였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윤희근 경찰청장에 대한 경질 요구도 이어졌다. 박 원내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은 이 장관과 윤 청장을 즉각 파면하길 바란다”며 “그것이 참사 수습을 위한 최소한의 최우선적 조치”라고 말했다. 당내 최대 의견 그룹 모임인 ‘더좋은미래’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이 장관과 윤 청장에 대한 파면과 한덕수 국무총리 경질을 요구했다.
당초 민주당은 대정부 비판을 국가 애도 기간이 끝나는 오는 5일 이후부터 시작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하지만 지난 1일 공개된 112 신고 녹취록 파문으로 시점을 앞당겼다. 당 ‘이태원 참사 대책본부’ 소속 의원들도 이날 서울경찰청을 항의 방문해 참사 당시 경찰 대응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하며 전방위 공세를 벌였다.
원내 핵심 관계자는 “대다수 희생자의 발인이 마무리된 오늘(3일)부터 진상규명 시간이 본격화된 것”이라며 “5일에야 종료되는 국가 애도 기간은 윤석열 대통령이 임의 지정한 것에 불과하다. 야권의 진상규명 요구를 늦춰보려 했던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번 국정조사 요구를 통해 민주당이 겨누는 최종 표적은 대통령실이란 얘기도 나온다. 원내 핵심 관계자는 “대통령실을 국정조사 대상으로 반드시 포함할 계획”이라며 “국가위기관리센터가 있는 대통령실은 국민안전 컨트롤타워가 맞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 의원은 “이태원 핼러윈 행사 급으로 인파가 운집하는 이벤트에 대해선, 보통 당일 아침에 경찰청이 대통령실 국정상황실과 비서실로 동향 보고를 한다”며 이런 주장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실제 국정조사가 실시될 수 있을진 미지수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한·일의원연맹 합동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5일까지가 (국가) 애도기간이고 사태 수습이 우선인 점, 수사가 진행되고 있고, 월요일에 행정안전부 대상 긴급 현안질의가 예정된 점을 고려하고, (민주당의) 국정조사 요구서를 본 다음에 수용 여부라든지 범위와 시기를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실도 이날 브리핑에서 민주당의 국정조사 요구에 “경찰 스스로가 자신들 치부 드러낼 정도로 각별한 각오로 이 상황을 엄중하게 볼 거라고 보고 있다. 그럼에도 국민적 의혹 남는다면 다양한 다른 방안들을 고민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만 언급했다. 국정조사 수용 가능성을 완전히 닫진 않았지만, 흔쾌히 받아들일 태도는 아니다.
여야가 국정조사 추진이라는 큰 틀에 합의하더라도, 그 대상·기간 등을 놓고 이견을 좁히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에도,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 전신)이 공식 요구한 국정조사가 여야 합의로 최종 의결되기까진 총 20일이 걸렸다. 당시 핵심 쟁점은 조사 대상에 대통령실을 포함하느냐 여부였다.
윤지원 기자 yoon.jiw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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