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태운 황선홍·낙마한 홍명보·돌아온 이영표…손흥민의 엔딩은?

나승우 기자 2022. 11. 3.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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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카타르 월드컵 3주를 앞두고 에이스 손흥민이 안면 부상으로 수술을 결정함에 따라 16강 진출을 노리는 벤투호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회복기간을 고려할 때 손흥민의 월드컵 참가는 상당히 불투명하다는 게 축구계와 의학계의 판단이다.

다만 대한축구협회는 주말 이뤄질 그의 수술 결과와 재활 정도를 지켜보겠다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축구계는 과거 비슷한 사례가 있었던 만큼 손흥민 몸 상태에 대한 냉철한 분석과 후회 없는 결정이 필요하다고 주문하고 있다. 축구계는 특히 1998 프랑스 월드컵 때 황선홍, 2000 시드니 올림픽 때 와일드카드 수비수 홍명보, 2002 한일월드컵 수비수 이영표 등이 이번 손흥민 부상에 좋은 참고가 된다고 꼽는다.

프랑스 월드컵 때 황선홍은 차범근 당시 대표팀 감독이 부상임에도 과감하게 최종엔트리에 발탁했다가 단 1초도 그라운드에 서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을 겪은 경우다.

월드컵 본선 1년 전 십자인대 부상을 당했던 황선홍은 이후 묵묵히 재활에 전념했다. 월드컵 두 달 전 일본과 친선경기에서 대표팀 복귀전을 치렀고, 복귀골까지 신고했다. 그러나 프랑스에 가기 앞서 마지막으로 치른 중국과 평가전이 문제였다.

상대 골키퍼와 충돌하면서 오른 무릎 전방십자인대가 다쳤음에도 대표팀 코칭스태프가 그의 기량을 살리고 싶어 프랑스까지 데려갔기 때문이다.

그러나 황선홍은 부상이 호전되지 않아 조별리그 3경기 내내 벤치만 지켰다. 당시 차범근호는 네덜란드에 0-5로 참패하는 등 1무2패를 기록하고는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2년 뒤 시드니 올림픽에서의 홍명보는 본선 직전 엔트리에서 빠져 같은 포지션 수비수 강철로 교체된 경우다.

올림픽대표팀은 8강 진출을 위한 선결조건이 수비 안정이라 판단했고, 23세 초과 와일드카드 3명 중 한 명으로 국가대표팀 핵심 멤버 홍명보 차출을 결정했다.

하지만 홍명보 역시 출국 직전 국내에서 열린 나이지리와의 평가전에서 장딴지를 다쳐 일이 커졌다. 경미한 부상으로 간주하고 시드니로 향했으나 조별리그 첫 경기를 앞두고 홍명보가 두 손을 든 것이다.

결국 홍명보 대신 강철이 부랴부랴 조별리그가 열렸던 애들레이드로 향했으나 후유증이 컸다. 스페인과 첫 경기에서 0-3 완패를 당했고, 이후 2연승에도 불구하고 골득실에서 밀려 탈락했다.

홍명보는 훗날 2012 런던 올림픽 감독이 된 뒤 "선수 때는 올림픽과 전혀 연이 없었다. 2000년 대회가 가장 아쉽다"며 "시드니까지 갔는데 와일드카드라는 책임감과 정신적 스트레스가 겹쳐 부상이 빨리 회복되지 않았다. 아쉬움이 많이 남았던 대회였다"고 밝히기도 했다.

반면 한일월드컵 때 이영표는 기적 같이 부상에서 돌아와 4강 신화에 공헌했다.

이영표는 한일월드컵 최종엔트리에 든 뒤 폴란드와의 조별리그 첫 경기를 불과 사흘 앞두고 진행한 미니게임에서 종아리 부상을 당했다.

처음에는 단순 타박상인 터라 물리치료로 해결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상태가 생각보다 심각했다. 다음날 오전 훈련이 불가능해지면서 곧바로 정밀 검사를 받았기 때문이다. 종아리 근육 75% 파열이라는 결과를 받아들었고, 재활기간은 최소 3주로 예상됐다.

당시 대표팀을 이끌던 거스 히딩크 감독 또한 이영표를 엔트리에서 제외하는 것까지 고려했으나 마음을 바꿔 자신의 지인들인 네덜란드 의료진까지 동원해 이영표의 몸 상태를 끌어올렸다. 결국 그는 조별리그 첫 경기 폴란드전은 쉬었으나 2차전 미국전부터 뛰었고 3차전 포르투갈전에선 박지성의 결승포를 도왔다.

황선홍 홍명보 이영표 등 3명은 나란히 월드컵 혹은 올림픽이란 큰 대회 엔트리에 들었다가 부상을 당한 뒤 각기 다른 결과물을 받아들었다는 점에서 현재 손흥민 수술 문제로 난관에 부딪힌 벤투 감독 등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들에게 좋은 참고가 된다.

황선홍 홍명보의 경우는 코칭스태프가 미련을 두고 이들의 회복을 기다리다가 일을 그르쳐 축구팬과 여론의 큰 비판까지 떠안았다.

다만 앞서 소개한 3명 모두 수술대에 오른 것은 아니어서, 당장 수술대에 오른 뒤 빠른 회복이 필요한 손흥민과 차이가 있다. 3명이 축구 선수에게 중요한 다리를 다친 반면, 손흥민은 얼굴 부상을 입었다는 것도 다르다.

최전성기에 월드컵 출전 빨간불이 켜진 손흥민의 향후 3주는 과연 어떻게 결말이 날까.

사진=연합뉴스, 대한축구협회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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