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보험사 유동성 평가기준 연말까지 한시 완화

지난 6월 열린 보험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왼쪽)이 보험사 대표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보험사에 적용되는 유동성 평가 기준이 한시적으로 완화된다. 보험사가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에 자금을 적극적으로 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3일 서울 여의도 보험연구원에서 생명보험업계(교보·농협·라이나·삼성·신한라이프·한화생명)와 만나 이런 내용의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보험사 경영실태평가(RAAS) 시 유동성 지표의 평가등급이 1등급씩 상향 적용된다.

이번 조치는 보험사가 채안펀드 캐피탈 콜(펀드 조성을 위한 자금 출자 요청)에 적극 대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채안펀드에 자금을 출자하면 RAAS 항목 중 유동성 등급이 하락할 수 있는 데 이를 사전에 막아주는 것이다. 등급이 완화되면 보험사 자금 출자로 인해 유동성이 실제 2등급 수준이라도 1등급과 같은 평가를 받을 수 있게 된다.

금융위는 또한 유동성 자산의 인정 범위 확대 방안도 신속하게 추진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현재 보험사의 유동성 비율 규제에 만기 3개월 이하의 자산만을 유동성 자산으로 인정하고 있지만, 지난달 28일 만기 3개월 이상의 채권 등 즉시 현금화 가능한 자산까지 유동성 자산에 포함해 보험사의 부담을 줄여주겠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이달 보험업감독규정 시행 세칙을 개정해 이를 조속히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예·적금 금리 상승 여파로 저축성 보험해약이 늘면서 보험회사가 보유채권을 매각해야 하는 상황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보험업계는 유동자산 확보나 보유 부담 완화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고, 금융당국은 “자금시장의 안정을 위해 채권 매도 등은 가급적 자제해달라”며 제도적 지원 방안을 검토해 추진하기로 했다.

레고랜드발 '돈맥경화'로 시장이 어려움을 겪자 금융위는 업권과의 만남을 늘리고 있다. 3일 금융위는 유관 기관 및 주요 은행 자금 운용 실무자 등으로 구성된 ‘은행권 금융 시장 점검 실무 태스크포스(TF)’를 출범하고 첫 회의를 했다.

이날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단기 자금 시장 및 채권 시장, 대출 시장 등에서의 자금 흐름과 은행권의 자금 조달·운용 현황을 점검했다. 또 최근의 시장 상황과 관련한 은행권의 향후 계획 등을 논의했다. 금융위는 당분간 TF 회의를 매주 개최하는 등 상시 운영할 계획이다.

김연주 기자 kim.yeonjo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