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6개월만... 이 걸그룹의 메시지는 왜 특별한가 [헤드폰을 쓰세요]

손화신 2022. 11. 3. 17:3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헤드폰을 쓰세요] 르세라핌 'ANTIFRAGILE(안티프래자일)'

소피마르소의 머리 위로 헤드폰이 내려앉은 순간, 사랑은 시작됐습니다. 소녀의 눈앞에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졌지요. 아등바등 사느라 자주 놓치게 되는 당신의 낭만을 위하여, 잠시 헤드폰을 써보면 어떨까요. 어쩌면 현실보단 노래 속의 꿈들이 진실일지도 모르니까요. Dreams are my reality. <기자말>

[손화신 기자]

 르세라핌 'ANTIFRAGILE'
ⓒ 쏘스뮤직
에스파, 아이브, 르세라핌 등 최근 데뷔한 걸그룹들을 보면서 느낀 점이 하나 있다. 걸그룹이 전하는 메시지가 점점 진화하고 있다는 것. 사랑받아 행복하고, 사랑밖에 난 몰라 일색이었던 과거의 가사들은 남자에게 먼저 대시하는 당돌함으로 변하더니, 다음엔 "난 나야"라며 주체성을 외치는 당당함으로 진화한다. 그리고 다음은 단단함이다.

르세라핌(LE SSERAFIM)의 신곡 'ANTIFRAGILE(안티프래자일)'을 들으면서 단단함이라는 진화된 가치를 발견할 수 있었다. antifragile은 '충격을 받으면 깨지기 쉬운'이란 뜻의 'fragile' 반대 의미로, 충격 혹은 변화로 인해 강해지는 성질을 뜻하는 단어다. 힘든 시간을 성장을 위한 자극으로 받아들이고 그 과정에서 더 단단해지겠다는 르세라핌의 각오가 이 곡에 담겼다. 당돌함에서 당당함, 그리고 단단함으로. 광야에서 싸우는 에스파처럼 르세라핌도 강인함이라는 메시지를 말한다. 특히 내면의 강인함을.

이렇듯 르세라핌은 데뷔 앨범 < FEARLESS >부터 통일된 서사를 자신들의 무기로 내세우고 있다. 데뷔곡 'FEARLESS'는 가요계에 첫 발을 내디디는 상황에서 두려움 없이 자신만의 길을 가겠다고 외치는 선언이었고, 이번 곡 'ANTIFRAGILE'은 데뷔 후 높은 기대치와 차가운 시선이라는 시련이 있었지만 그 역경을 역전시켜 오히려 더 단단해지겠다는 선언이다. 
 
가시밭길 위로 riding/ you made me boost up/ 거짓으로 가득 찬 party/ 가렵지도 않아/ 내 뒤에 말들이 많아/ 나도 첨 듣는 내 rival/ 모두 기도해 내 falling/ 그 손 위로 I'mma jump in

가사는 쾌감을 줄 만큼 세다. 자극적이라는 의미로 세다는 게 아니라, 단단함의 정도가 세서 듣는 이로 하여금 알 수 없는 힘을 내게 한다. 다 덤벼봐, 같은 느낌이다. 모두 나의 몰락을 기도하지만 나는 그 기도하는 손 위로 점프하겠다는 가사가 백미다.

이런 강인함의 메시지는 뮤직비디오를 통해 잘 시각화됐다. 뮤비 내용은 대략 이렇다. 어느 날 갑자기 운석이 지구를 향해 돌진하고 있다는 속보가 뜨자 사람들은 패닉에 빠진다. 하지만 르세라핌 멤버들은 전혀 개의치 않고 자신만의 하루를 보낸다.

자신의 음악을 들려주기 위해 버스킹에 나서고, 낙하하는 운석을 배경으로 초연하게 요가를 하는가 하면, 카트를 타고 운석을 향해 정면으로 돌진하는 멤버도 있다. 충격이 가해질수록 더 강해진다는 메시지를 운석 충돌을 활용해 표현한 것이다. 폐허가 된 곳에서 다섯 멤버가 신나게 추는 춤이 인상적이다.

독특한 후렴구도 킬링포인트
 
 르세라핌 'ANTIFRAGILE'
ⓒ 쏘스뮤직
 
불길 속에 다시 날아 rising/ 잊지 마 내가 두고 온 toe shoes/ 무슨 말이 더 필요해/ 무시 마 내가 걸어온 커리어/ I go to ride till I die die/ 더 높이 가줄게/ 내가 바랐던 세계 젤 위에/ 떨어져도 돼/ I'm antifragile antifragile

이 부분을 보면 가사가 르세라핌 멤버 자신들의 이야기라는 걸 눈치 챌 수 있다. 데뷔하기 전 겪은 일들을 노랫말에 담은 것. '잊지 마 내가 두고 온 toe shoes/ 무슨 말이 더 필요해'는 15년 동안 발레를 한 카즈하의 이야기이고, "무시 마 내가 걸어온 커리어"는 아이즈원으로 활동했던 김채원과 사쿠라, 그리고 이 두 사람과 함께 <프듀48>에 출연한 허윤진의 이야기처럼 들린다.

위의 가사 중 '떨어져도 돼'라는 구절이 특히 강렬하다. 실패하고 좌절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에게 생각의 전환과 용기를 북돋우기에 짧지만 충분한 한 마디다.

곡의 메시지를 살리는 터프한 안무와 거침없이 내뱉는 독특한 후렴구도 킬링 포인트다. 팔 근육을 활용해 강인함을 어필하는 동작은 여리여리한 느낌의 걸그룹 춤과는 확연히 다르다. 

올해 5월에 데뷔한 르세라핌은 이렇듯 5개월 만에 일관된 서사를 갖고 돌아와 팀 고유의 색깔을 굳히고 있다. 대중은 당돌함과 당당함을 넘어 강인한 여성상을 선보이는 이들에게 반응했고, 르세라핌은 3일 오후 기준 멜론 차트 3위, 뮤직비디오 조회 수 5천만 뷰를 기록하면서 데뷔 6개월 만에 K팝 대세로 자리매김하는 모습이다. 이들의 메시지가 앞으로 또 어떻게 진화하고 전개될지 궁금하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