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 신고는 알 길 없는 행안부…尹보다 늑장 보고 이유는 "답변 어려워"
이상민 장관, 윤 대통령보다 20분 늦게 인지
행안부-경찰 보고·지휘체계 곳곳에 구멍
재난안전관리법상 경찰청은 보고 기관서 빠져
행안부 긴급문자, 이상민 장관 폰으론 전송 안돼
[아시아경제 한진주 기자] 행정안전부 재난안전상황실에 112 신고가 전달되는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행안부가 '상황 2단계'라고 판단해 보낸 긴급문자도 이상민 장관의 휴대폰으로는 직접 전송되지 않았다.
3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김성호 행안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장관은 현장의 사고 상황을 23시 20분에 (전달) 받았다. 소방에서 상황보고를 한 내용이었다"고 밝혔다.
김 본부장은 "112와 관련된 사항들은 아직까지 저희가 받을 수 있는 체계가 구축돼 있지 않고, 그 부분은 미비하다고 생각한다"며 "경찰청은 재난안전관리법상 보고 기관이 아니어서 법 개정이 수반돼야 되는데 이 부분은 경찰청과 협의를 해나가겠다"고 답변했다.
행안부는 119에 관련된 정보가 재난안전상황실로 접수되면 소방 1·2·3단계로 구분해 유관기관에 전파하지만 112 신고는 상황실에 접수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사고 당일 오후 6시34분부터 112로 11건의 신고가 접수되었음에도 행안부는 아예 인지하지 못했던 것이다.
사고가 소방당국에 처음 접수된 시간은 119 신고가 처음 접수된 10시15분, 행안부 상황실에 접수된 시간은 10시48분, 장관에게 전달된 시간은 11시20분이었다. 상황실이 사건·사고를 단계별로 구분해 전달하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어 소방 2단계가 발령된 이후에 긴급문자가 비서실에 전달됐고, 이 과정에서 장관에게 직접 보고는 없었다. 상황 2단계 긴급문자 발송 대상에 장·차관이 빠져있어 해당 소식도 비서실 직원을 통해 전달됐다.
김 본부장은 "소방당국에서 소방 1단계로 구분해 상황실에 접수하면 행안부 상황담당관이 1~4단계로 구분해 관련 기관과 직급별로 대상자를 구분해 긴급문자를 발송한다"며 "2단계는 장차관, 직원들에게 전파를 하게 된다. 단계별로 정보 전달을 하는 과정에서 장관에게는 2단계 이후에 그렇게 보고가 되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행안부는 재난 사고 규모와 소방 대응 단계를 고려해 상황단계를 판단하며 1단계는 국·과장급, 2단계는 소관 실장과 장차관 비서실, 3단계는 장·차관과 과장급 이상 전 간부, 4단계부터 장·차관에게 직보한다. 이번 참사가 발생한 직후 상황담당관이 '상황 2단계'를 발령해 장차관 비서실에 전달했던 것이다.
이 장관이 대통령보다 19분이나 늦게 사고 발생 사실을 전달받은 점에 대해 김 본부장은 "구체적으로 답변드리기 곤란한 사항"이라고 말했다.
소방청 상황실은 사고 발생 38분 후인 오후 10시 53분 대통령실 국정상황실로 사고 내용을 전달했다. 국정상황실장은 오후 11시 1분에 윤 대통령에게 사고 발생 사실을 보고했다.
이일 소방청 119대응국장은 "소방청이 행안부로 보고할 때 관련 부처에 동시에 연락을 취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대통령실로 보고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행안부가 경찰국을 신설하면서 행안부가 경찰 조직을 관리·감독할 권한을 부여받고도 지휘·보고체계도 작동되지 않았다. 사고 대처 뿐 아니라 경찰 관리·감독 미비에 대한 책임에서도 행안부가 자유롭지 못하다는 의미다.
김 본부장은 "수사의 결과에 따라서 응분의 책임이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책임의 정도에 따라서 책임을 지는 상황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황창선 경찰청 치안상황관리관은 "이번에 구성된 특별수사본부는 매우 독립적으로 운영될 것이며 현장 실무자뿐만 아니라 지휘 계통에 있는 지위 고하를 불문하고 대상자 전원에 대해서 엄격한 수사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참사에 따른 서울경찰청 수사를 행안부 장관이나 경찰국에서 맡게 되는지에 대해 김 본부장은 "행안부 장관은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수사에 대해서 지휘하거나 개입할 수 없다고 알고 있다"고 답했다.
한편 소방당국은 119 신고가 처음 접수된 오후 10시 15분 이전에 접수된 유사 신고가 없었는지에 대해 이일 소방청 119대응국장은 "확인해 본 바로는 현재까지 없다"고 밝혔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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