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한국, 오늘은 일본에 北미사일 '공습경보'...다음은 미국?

정영교 2022. 11. 3.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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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신문이 지난 3월 24일에 발사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모습. 북한은 이날 발사한 미사일이 '화성-17형'이라고 밝혔지만 한미 정보당국은 '화성-15형'으로 판단했다. 노동신문, 뉴스1

북한이 휴전 이후 처음으로 북방한계선(NLL)을 넘겨 미사일을 쏜데 이어, 바로 다음날인 3일 오전엔 일본 열도를 향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쐈다. 이로 인해 전날 울릉도에 공습경보가 내린 데 이어 일본의 3개 현에서도 대피 명령이 발령됐다.

북한은 이날 ICBM 1발 외에도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2발을 발사했다. 사실상 한·미·일을 동시에 압박한 도발이다. 외교가에선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맞서기 위한 한·미·일의 밀착에 대해 무차별적 연쇄 도발로 맞대응한다는 김정은의 의도가 깔렸다"는 해석이 나왔다.


다음 '공습경보'는 미국?


북한이 이날 발사한 최신형 ICBM인 '화성-17형'은 일본 열도는 물론 1차적으로 한반도 유사시 미군 증원전력이 발진하는 괌 앤더슨 미군 기지까지 겨냥한 미사일로 평가된다. 북한은 지난달 4일에도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발사해 이들 지역을 직접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과시했는데, 이번 발사는 같은 목표물에 대한 다양한 타격 능력을 운용할 수 있음을 과시한 의미로 해석된다.
노동신문이 지난달 10일 공개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술핵운용부대의 군사훈련을 지도하는 모습. 김 위원장은 이날 "적들과 대화할 내용도, 필요성도 없다"는 강경 메시지를 냈다. 노동신문, 뉴스1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는 우선적으로 한국, 일본, 괌에 대한 전술핵 타격 능력을 시현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통해 인도·태평양 역내 미국의 핵심 기지가 위치한 지역을 전술핵 탑재 미사일로 공격할 수 있는 능력과 의지가 있음을 보여준 셈"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한이 태평양 깊숙이 ICBM을 날려 미국 본토를 위협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북핵 위기가 한창 높았던 2017년 12월 하와이에선 북한의 핵 공격을 가정한 주민 대피 훈련이 진행되기도 했다. 이듬해 1월에는 실수로 탄도미사일 경보가 발령되면서 하와이 주민과 관광객들이 긴급히 대피하는 소동이 일어난 전례도 있다.


'벼랑끝 전술 2.0' 구사하는 北


북한은 지난 30년간 도발로 위기를 고조시키며 협상력을 높이는 이른바 '벼랑끝 전술'을 구사해왔다. '도발→위기 고조→국면 전환→협상→합의 파기→도발 재개'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반복 전술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번엔 기존의 문법을 넘어선 보다 공세적 입장을 펴고 있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이 자신들의 핵 능력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전보다 공세적인 성격이 강한 '벼량끝 전술 2.0'을 구사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김정은은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으려는 절대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군 당국에 따르면 북한이 이날 발사한 '화성-17형'은 1·2단 추진체까지는 성공적으로 분리됐지만, 이후 탄두부가 제대로 속도를 내지 못하며 동해상에 추락한 것 추정된다. 당장은 ICBM 발사 실패란 평가가 나오지만, 김 위원장이 미국과 담판을 위한 핵능력 확보를 위해 도발 수위를 더 높일 것이란 우려는 여전하다.

실제로 북한은 미국의 전략자산이 한반도에 전개한 상황까지 무시한 대담한 도발을 이어가고 있다. 도발 과정에서는 북한군 총참모부, 외무성에 이어 북한군 서열 1위인 박정천 노동당 비서까지 직접 나서 대미·대남 비방 메시지를 내고 있다. 극단적 도발을 전후해 김 위원장이 조만간 직접 나설거란 전망도 나온다.

정대진 원주 한라대 교수는 "북한은 김정은이 지난해 8차 당대회에서 밝힌 핵·미사일 고도화 목표를 달성하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며 "최고 존엄의 리더십 수호 차원에서라도 주요 과업인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7차 핵실험 등을 강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미·일 안보 밀착에 맞대응


북한이 한반도에서의 신냉전 구도를 공고화하기 위해 더 대담한 군사행동을 이어가는 거란 분석도 있다.
지난달 30일 한미일 대잠훈련에 참가전력들이 동해 공해상에서 기동훈련을 하는 모습. 오른쪽부터 美 이지스구축함 벤폴드함(DDG), 韓 구축함 문무대왕함(DDH-II), 美 원자력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CVN), 日 구축함 아사히함(DD), 美 순양함 첸슬러스빌함(CG). 대열 제일 앞쪽은 美 원자력추진 잠수함 아나폴리스함(SSN). 해군 제공, 뉴스1

정대진 교수는 "북한은 전통적 우호국가인 중국·러시아와 함께 미국 중심의 진영에 맞서는 구도가 제재국면에 놓인 자신들에게 유리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과 각을 세우고 있는 중·러가 북한의 공세적인 군사행동에 실질적인 '뒷배' 역할을 하는 현 상황을 최대한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북한이 핵·미사일 위협 수위를 높일수록 한·미·일의 안보협력은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있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2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북한의 핵심 도전에 공동으로 대응하기 위해 한국 및 일본과 삼각 동맹 중요성 지속해서 강조할 것"이라며 "한국과 일본에 대한 우리의 안보 약속은 신성불가침하며 이는 북한에 보내는 매우 분명한 메시지"라고 말했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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