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옷 공유하던 엄마와 딸, 법정까지 간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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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녀 혹은 모자 관계보다 모녀 관계는 좀 더 내밀하고 특별해 보인다.
부모와 자식 관계를 넘어 어느 시점부턴 여성으로서 서로를 바라보고 이해하게 되는 순간이 있기 때문이다.
제목에서 두 모녀가 아닌 여성으로 표현한 것에서 관계에 종속되는 게 아닌 독자적 존재로 서로를 바라보게끔 한 감독의 의도가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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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필 기자]
▲ 영화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 포스터. |
ⓒ KAFA |
부녀 혹은 모자 관계보다 모녀 관계는 좀 더 내밀하고 특별해 보인다. 부모와 자식 관계를 넘어 어느 시점부턴 여성으로서 서로를 바라보고 이해하게 되는 순간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엄마와 딸이 그런 건 아니다. 오는 10일 개봉하는 영화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 또한 그렇다.
영화 속 엄마 수경(양말복)과 이정(임지호)은 여느 때처럼 싸운다. 아니 수경의 일방적인 고성과 질타라고 표현하는 게 더 적절해 보인다. 아빠의 부재 이후 남겨진 두 여성은 서로 각자의 일을 하며 일상을 사는 것 같지만 상대에 대한 감정선은 언제 무너지고 폭발할지 모를 만큼 위태위태하다.
홀로 딸을 성인으로 키워낸 고생에 대한 보상심리일까. 세상에 홀로 남겨진 것 같은 지독한 외로움 때문일까. 내연남에겐 한없이 웃음을 보이다가도 이정에게만큼은 쌀쌀맞고 나아가 폭력적이기까지 한 수경은 딸을 향해 죽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습관처럼 내뱉는다. 이에 질세라 엄마에게 마땅히 받았어야 할 사랑을 받지 못했다 생각하는 이정은 마음의 문을 닫은 채 엄마가 아끼는 옷을 망가뜨리거나 무시하는 방식으로 응대한다.
사건은 하나의 사고에서 벌어진다. 말다툼 후 격해진 감정을 주체 못 한 수경이 차로 이정을 칠 뻔한 것. 이 사고를 계기로 모녀 관계는 마치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처럼 틀어진다. 재판까지 가게 된 뒤 이정은 급발진을 주장하는 수경의 반대편에 서서 끝까지 불리한 증거를 제시한다.
▲ 영화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 관련 이미지. |
ⓒ KAFA |
정서적으로 감정적으로 불안하고 지극히 평범하지 않은 두 여성을 조명한 것 같지만 이들이 내뱉는 여러 말과 쏟아내는 감정은 가족이라는 테두리 안에서조차 쉽게 포용할 수 없는 여러 층위의 폭력을 은유한다. 어느 한쪽의 희생과 이해만을 요구하는 게 합당한 걸까. 가족이기에 애써 무시하고 덮었던 상처들을 이 영화로 하여금 다시 바라보게 하는 마법 또한 담겨 있다.
일부 장면, 특히 이정이 집을 나가 수경처럼 자신의 정서적 불안과 결핍을 깨닫는 과정의 나열이 자칫 작위적으로 보일 여지가 있지만, 전반적으로 영화적이고 구성 또한 탄탄한 편이다. 어린 시절 엄마와 속옷을 실제로 공유해 입은 경험을 가진 김세인 감독은 한국영화아카데미 출신으로 그간 <햄스터> <불놀이> 같은 단편으로 국내외 영화제에 초청된 바 있다.
자전적 경험을 모티브 삼아 구축한 감독의 이야기를 통해 가족이라는 울타리 밖에 존재하는 상처 입은 두 여성의 삶을 오롯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평점: ★★★☆(3.5/5)
영화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 관련 정보 |
영제: The Apartment with Two Women 연출 및 각본: 김세인 출연: 임지호, 양말복, 양흥주, 정보람 러닝타임: 140분 상영등급: 15세이상관람가 제작: 한국영화아카데미 KAFA 배급: 찬란 개봉: 2022년 11월 1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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