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변해도 종말은 없다…게다가 에어컨 있잖나" 파격 주장
기후변화 종말론 비판…"기후변화보다 숲 훼손이 더 심각"
"기후변화는 현실이고, 인간에 의해 유발됐다. 그렇지만 가장 큰 문제는 기후변화가 아니라 숲이 사라지는 것과 어류 남획이다."
지난해 국내에도 번역·소개된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Apocalypse Never)』(부키)의 저자 마이클 셸런버거(51)는 기후변화에 대한 사람들의 통념과는 좀 다른 얘기를 했다. "지구 온난화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천연가스와 원자력 발전을 늘리면 되고, (기후변화보다 심각한) 삼림 벌채를 줄이려면 적은 땅에서 더 많은 식량을 생산하면 된다"면서 "지구 온난화가 냉각화보다 낫다"고 주장했다. 3일 서울 광화문의 한 빌딩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다. 그는 2일 산업통상자원부 주최로 열린 '2022 대한민국 에너지대전’ 기조연설을 위해 한국을 찾았다.
기후변화의 위험성이 과장된 근거로 셸런버거는 사망자 숫자를 들었다. "미국에서 날씨 관련 재해로 사망하는 사람은 한 해 평균 300~500명인데, 교통사고 사망자는 3만 5000명, 약물남용 사망자는 10만 명에 이른다"는 것이다.
그는 "환경 문제에 대한 너무 많은 과장과 경고가 사람들을 불필요하게 불안·우울하게 만든다"며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폭염이 증가한다는 과학자들의 주장은 1960년대 이후의 자료만 반영한 것"이라고 했다. "1920년대 이래 가장 더웠던 건 1930년대고, 현재 기후변화가 명확히 일어나고 있긴 하지만 지구의 종말을 걱정해야 할 정도는 아니다. 더군다나 우리에겐 에어컨이라는 멋진 장비가 있다"면서다.
이어 "가장 큰 문제는 에너지 부족"이라며 "스마트폰이 등장하며 신문·TV·음향기기를 대체했듯, 에너지가 풍족하면 자원을 덜 쓰면서 탈물질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의 파격적인 부제 '종말론적 환경주의는 어떻게 지구를 망치는가'와 궤를 같이하는 발언들이다.
2004년 '환경운동권 현실성 지적'으로 스타덤
셸런버거는 미국 인디애나주 얼햄 컬리지에서 평화학 및 갈등해결학을 전공하고 UC 산타크루즈에서 인류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00년대 초반까지 10년 넘게 원시림 보호, 공장 환경개선 운동 등에 몸담았다. 2000년 초반 '아폴로 연합'이라는 단체를 만들어 청정 에너지로의 전환이 미국 경제에 유리하다고 주장하는 '뉴 아폴로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도 했다.
화제의 인물로 떠오른 건 2004년 에세이 '환경운동의 죽음(The Death of Environmentalism: Global Warming Politics in a Post-Environmental World)'을 작가 테드 노드하우스와 함께 발표하면서다. 환경운동권의 방식으로는 기후변화에 적절히 대응할 수 없으며 좀 더 현실적인 입장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펼쳐야 한다는 주장을 담았다. 타임지는 "환경운동가들에게 부족한 현실주의를 불어넣었다"며 2008년 환경 영웅 32명 중 한 명으로 꼽기도 했다. 현재는 본인이 만든 환경단체 '환경진보(Environmental Progress)'의 대표를 맡고 있다.
'원자력 옹호론자'… "80억 인구 에너지 위해선 리스크 감수해야"
최근 몇 년간 원자력 발전을 옹호하는 목소리를 내온 데 대해 "기후변화 이야기를 들으며 우울해만 하다가 2010년께 '천연가스와 원자력으로 석탄을 대체할 수 있는데, 왜 운전하면 안되지? 왜 에어컨 사용을 줄여야 하지?' 라는 의문이 들면서 원자력 발전을 찬성하는 쪽으로 생각을 바꿨다"고 말했다.
원자력 발전의 위험성을 100%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기술 발전으로 리스크는 줄어들고 있다"며 "사고가 나더라도 화석연료 발전에서 생기는 영향보다 해가 적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80억 인구에 식량과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해서는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셸런버그의 주장에 대해선 지금까지도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일단 그의 책은 과학서로 분류되지 않는다. 미국 아마존에서는 환경정책, 국내 서점에서는 정치·사회 분야 서적 코너에 꽂혀 있다.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에서 그는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토양 방사능 오염 수치와 내부 피폭 정도의 연관성을 조사한 연구 결과를 '방사선에 가장 크게 노출된 지역 사람들조차 방사능으로 인한 건강 영향을 받지 않았다'로 잘못 인용하고, 방사능 영향을 가장 직접적이고 빠르게 보여주는 갑상선암 발병 지표를 두고 '갑상선암은 사망률 1%에 불과한 겁낼 필요 없는 암'이라고 주장하는 등 오류를 노출하기도 했다.
이날 셸런버그는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의 데이터 분석과 해석에 대해 일부 기상·기후학자들이 오류를 지적한다는 질문에 대해 "일부는 무지해서 책 내용을 비판하고 있고, 많이 아는 학자는 사람들을 계속해서 두렵게 만들고 싶어서 비판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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